여왕, 영 연방 35개 국가 동전에… 역대 군주 가운데 가장 많이 화폐에 등장
동전에서 오른쪽 향한 여왕의 얼굴, 찰스 3세 국왕은 왼쪽 방향으로 변경 예정
고대 시대부터 왕이나 여왕은 동전이나 화폐에 등장했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임 기간이 무려 70년 214일임을 감안하면, 연방 국가인 호주의 대부분 국민들은 엘리자베스 2세 이외의 영국 군주 얼굴을 호주 화폐(지폐 및 동전)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호주 화폐에 등장한 여왕의 이미지는 호주와 영국 왕실과의 관계, 입헌군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상기시켜 왔다. 하지만 오늘날 직접 화폐를 사용하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고 있음(크레딧 카드나 온라인 뱅킹 서비스 등의 이용으로)을 감안하면 그 연결성도 약화되어 가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군주국의 새 왕(또는 여왕)이 등극하게 되면 화폐는 어떻게 될까.
▲ 여왕의 얼굴이 화폐에 등장한 이유= 황제나 왕, 여왕은 고대부터 동전에 등장해 왔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역사상 그 어떤 군주보다 더 많은 화폐나 동전에 출연했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비롯해 기타 영 연방 국가를 포함해 총 35개 국가의 동전에 등장한다. 호주에서는 동전 외 5달러 지폐, 지금은 없어진 1달러 지폐의 초상이 되어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친인 조지 6세 국왕(King George VI)은 호주의 모든 동전 및 지폐 뒷면을 장식했었다. 영국의 파운드(pounds), 실링(shillings), 펜스(pence)에도 마찬가지였다.
1952년, 그가 서거하고 몇 개월 후 왕립 조폐국 자문위원회는 영국과 호주를 포함해 다른 연방 국가에서는 조지 6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들어간 동전과 지폐의 디자인 공모를 시작했다.
호주의 경우 이 공모에서 17명의 예술가가 지폐 및 동전 디자인을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의 작품이 마지막 심사에 올랐다. 71세의 매리 길릭(Mary Gillick), 67세의 세실 토마스(Cecil Thomas)씨의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여왕의 머리에 왕관 대신 월계관을 꽂은 젊은 군주의 신선함, 보기에 편안함을 주는 렌더링’을 이유로 길릭씨의 디자인이 선정됐다. 그리고 다음 해, 새 주화가 출시됐으며 조지 6세 국왕이 등장한 주화는 점차 사라졌다.
▲ 호주 화폐에서 여왕의 얼굴은 얼마나 자주 바뀌었나= 1953년부터 호주 화폐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은 호주가 1966년 십진법 통화(decimal currency)로 전환한 후에도 새로이 업데이트 되었으며, 여왕 통치의 지속을 표시하고자 1985년과 1998년 새로운 디자인이 고안됐다. 가장 최근 변경된 것은 2019년이다.
화폐에 새로운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화폐도안 예술가들은 여왕의 왕관을 바꾸거나 보석을 추가했고 또는 나이를 감안해 주름을 장식하는 등 개성을 더했다.
-아놀드 마친(Arnold Machin) 디자인의 1966 동전
-라파엘 맥로프(Raphael Maklouf) 디자인의 1985년 동전
-이안 랭크-브로들리(Ian Rank-Broadley) 디자인의 1998년 동전
-조디 클락(Jody Clark) 디자인의 2019년 동전
▲ 이제 동전의 앞면은 어떻게 바뀌나= 새 주화는 찰스 3세 국왕의 형상을 담게 된다. 다만 여왕이 등장하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등장하는 모든 동전에서 얼굴은 오른쪽을 향해 있다. 하지만 찰스 3세 국왕의 얼굴은 왼쪽을 향하게 된다. 이는 1600년대 찰스 2세(Charles II) 통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으로, ‘새로운 왕이나 여왕의 시선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이 들어가는 새 동전을 위한 디자인 공모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호주 왕립조폐국(Royal Australian Mint)은 런던 버킹엄 궁의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 5달러 지폐는 어떻게 되나=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에 따르면 호주 화폐 중 가장 낮은 액면가 지폐에는 군주가 표시되는 것이 관례이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조지 6세(King George VI) 통치 기간에는 모든 호주 지폐에 그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후 하나의 화폐에만 군주가 등장하는 것이 좋다는 결정이 나왔다.
RBA 대변인은 “왕이 바뀌게 될 때마다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힘들게 번 현금을 잃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1913년 이후 발행된 호주의 모든 지폐는 법적 통화 상태를 유지한다”면서 “따라서 현재 유통되는 5달러 지폐는 새로운 군주의 등장으로 디자인이 변경되더라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