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허용 문제, 연방 자유당 내부 논쟁으로 확산… 원자력 에너지 정당성 확보 실패
대도시 노동당 지지는 큰 변동 없어… 녹색당의 약세로 인한 양당 이해득실은 ‘미묘’
지난 주말(10월 26일) 치러진 퀸즐랜드(Queensland) 주 선거에서 자유당과 연립을 이루는 퀸즐랜드 자유국민당(Liberal National Party. LNP)이 노동당을 압도했다((10월 27일 오후 6시30분 현재, 67.9%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ALP 30석, LNP 48석, 녹색당 1석, KAP 3석).
이는 향후 6개월 내로 예상되는 연방 선거를 앞두고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를 비롯해 노동당 의원들로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올해 QLD 주 선거에서 바람직한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노동당의 자체 평가는 그러나 LNP의 최종 승리(현재 승리가 확정적이지만)로 이어지고 노동당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순간 금세 잊혀지게 마련이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아무리 좋은 전략과 캠페인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주 선거 결과를 연방 선거에 투영하는 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전의 선거 역사에서 QLD 유권자들은, 브리즈번(Brisbane. QLD 주 정부)에서는 한쪽을 집권시키고, 캔버라(Canberra. 연방 정부)에서는 다른 쪽을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했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자유당이 강세를 보이는 QLD에서 피터 더튼(Peter Dutton) 연방 자유당 대표는 더 많은 이득을 얻고 싶어할 것이고, 실제로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여론자시 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정기 유권자 조사 ‘Resolve Political Monitor’를 보면 더튼 대표는 개인적으로 고향인 QLD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QLD 선거에서 LNP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선거 다음 날인 10월 27일(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데이빗 크로우(David Crowe) 정치부 선임 기자는 관련 칼럼을 통해 “이번 QLD 선거 결과는 내년도 치러질 연방 선거에서 더튼 대표와 그의 동맹(국민당)을 걱정시킬 만한 것들이 있다”며 그 현안들을 분석했다.
첫째, 자유당이 낙태 문제를 토론의 일부로 허용하면서 캠페인을 망친 부분이다. QLD LNP의 데이빗 크리사풀리(David Crisafulli) 대표는 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보수당(자유당 및 LNP) 동료들이 주도하는 양심 투표(conscience vote. 정당이 정한 공식 방침에 따라 투표하기 보다 개인의 양심에 의거해 의사를 밝히는 투표 유형)라는 아이디어를 철회하지 못했다. 이는 QLD 노동당에게 도움이 되었다.
QLD 선거를 며칠 앞두고 자유-국민 연립의 자신타 남피진피 프라이스(Jacinta Nampijinpa Price) 상원의원이 임신 후반 낙태에 대한 토론을 원한다고 밝혔을 때, 더튼 대표에게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자유당 수산 레이(Sussan Ley) 부대표, 제인 흄(Jane Hume) 상원의원 등 동료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이는 더튼 대표와 그의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남피진피 프라이스 의원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할 순간이었다. 그녀는 보수 언론에서 영웅처럼 ‘떴지만’ 연방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기강 해이를 보여준 셈이다. 과연 그녀는 다가올 연방선거에서 자유당의 자산이 될까? 아니면 부채가 될까?
둘째, 자유당은 원자력 에너지 아이디어에 대해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 크리사풀리 LNP 대표는 더튼 대표가 집권하여 이를 추진하는 경우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QLD 주 법률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방 야당의 누구도 QLD의 선거 결과(확정된 승리)를 원자력에 대한 지지로 지적할 수 없다. 사실 QLD 주 선거를 앞두고 진행됐던 양당 대표 토론은 이 아이디어에 대한 노동당의 날카로운 공포 캠페인 가능성을 강조한다.
셋째, 더 미묘한 문제인데, 녹색당이 QLD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환경보호가 주요 목적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당(녹색당)의 강경 좌파 의제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또한 이는 분명 노동당이 녹색당에 맞서거나 녹색당으로부터 정권 재집권에 필요한 의석을 빼앗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반면 녹색당에 대한 반발이 자유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진다. LNP는 2022년 연방선거에서 녹색당에 내주었던 라이언 선거구(Division of Ryan) 연방 의석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이번 QLD 선거에서 주요 도시와 지방 지역간 결과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LNP가 맥케이(Electoral district of Mackay) 및 록햄턴(Electoral district of Rockhampton)에서 노동당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연방 선거에서 노동당 알바니스 대표(현 집권당 총리)와 동료들이 해당 지역에서 이득을 얻을 희망이 거의 없을 때에만 이론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반면 QLD 노동당은 수도인 브리즈번에서 더 나은 성과를 냈다. 지지율에서는 변화가 있었지만 의석은 거의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방 선거를 앞둔 알바니스 총리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QLD 선거에서 LNP가 얻은 것과 같은 규모의 지지율 변동(swing)이 연방 선거에서 나타난다면, 이는 알바니스 총리에게 큰 슬픔(선거 패배)을 안길 것이기에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알바니스 총리는 연방선거 사이클에서 야당 대표(피터 더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현재 유권자의 노동당 이탈을 가져온 생활비 압박 문제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튼 대표가 기적적인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가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 ‘더튼 대표에게는 의미 있는 경제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야당 대표는 대형 슈퍼마켓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를 원하거나 주택 비용을 위해 퇴직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단편적인 사안을 내놓을 뿐 현재의 생활비 압박에 대한 주요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못하고) 있다. 그의 세금 방안이나 그가 주장하는 정책은 모호할 뿐이다, 게다가 그가 야당 대표로서 그 동안 국민들을 위해 무엇(바람직한 정책)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거의 시작되지 않았다.
크로우 정치부 선임 기자는 이번 QLD 선거가 남긴 문제들을 이같이 요약하면서 “더튼 대표는 (자신에 대한 유권자 지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미루고 싶어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더튼 대표는 캔버라에서의 미디어 브리핑을 거의 원하지 않으며 자기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미디어 인터뷰만을 선호하기에 난감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압박을 많이 받지도 않는다”는 그는 “캠페인은 그가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사람들(유권자)이 알 때에만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QLD 선거에서 나타난 영광(LNP의 압도적 승리)을 주장하는 것은 더튼 대표 자신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연방 선거에서의 캠페인”이라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