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당시 호주군 최대 승전지이자 전몰장병 추모하는 주요 순례지 중 하나
파푸아뉴기니 당국의 여행지 관리 소홀, PNG 경제 손실-지역민 수입원 ‘상당한 타격’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의 코코다 트랙(Kokoda Track)은 19세기 후반, 호주가 참전한 모든 전투 가운데 획기적 승리를 거두고 영토를 방위한 주요 전장의 하나이다. 이 트랙은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7월, 호주 침공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를 통해 남하하려는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해 호주군이 구축한 방어선으로, 현재 PNG 수도인 포트 모레스비(Port Moresby)에서 북동쪽으로 오언 스탠리 산맥(Owen Stanley Range)을 통과하여 요다 코코다(Yodda Kokoda)까지 육로로 96km(60마일. 직선으로는 60km) 길이에 펼쳐진 방어 트레일이다.
이 코코다 트랙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 4월 호주-뉴질랜드 군으로 구성된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ANZAC)가 영국군과 함께 터키 상륙을 시도했던 전투 현장 갈리폴리(Gallipoli), 2차 대전에서의 프랑스 서부전선 주요 격전지 등과 함께 매년 호주 현충일인 ‘ANZAC Day’를 기해 호주인들이 전몰 장병을 추모하고자 방문하는 주요 순례지 중 하나이며 또한 매년 장거리 트래킹을 즐기는 수천 명의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관광지이다.
호주 전쟁 역사의
중요한 현장
찰리 린(Charlie Lynn)씨는 지난 30년 동안 이 험준한 트랙을 가로질러 여행자들을 이끌었으며, 또한 4월 25일(ANZAC Day)을 전후해 전몰 군인을 추모하려는 순례자들을 안내했다.
지난해 그는 101번째의 이 트랙 종주를 안내한 뒤 “이제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린씨에 따르면 호주의 주요 전투 승리 현장을 기념하는 이 트랙은 지난 수년 사이 PNG 당국의 관리 소홀로 인해 너무도 황폐해졌고, 그런 이유인지는 단정할 수 없으나 트랙 여행자 수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트랙에 있는 브라운 강(Brown River) 주변의 코스를 가장 위험한 ‘죽음의 함정’(death traps)이라고 묘사했다. 트랙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 길이 엉망이 되었고 강에서 약 10미터 높이에 이어진 구간에는 위험 방지를 위한 아무런 장치도 없어, 자칫 강으로 추락하는 경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호주 군인의 아들인 린씨는 1992년, 코코다 트랙 전투 50주년 기념행사에 호주 첫 트래킹 그룹을 이끌고 이 길을 횡단했다.
이후 이 트랙은 전몰 장병 추모를 위한 방문뿐 아니라 일반 트래커들의 여행지로 떠올랐으며, 트랙을 따라 있는 산악지대 마을 사람들에게는 주요 수입원이 됐다. 실제로 코코다 트랙을 방문하는 호주 여행자들로 인해 PNG 정부는 매년 5천만 키나(kina. 호주화 약 2천40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현재 이 트랙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감소하고 코스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PNG 당국은 코코다 트랙 관광을 담당하는 새로운 관리기관을 모색하고 있다.
‘황량한 서부’가 된 트레일
1942년 전투 후, 호주 카메라맨 다미엔 파러(Damien Parer)씨가 촬영한 다큐멘터리 ‘Kokoda Front Line!’(이를 연출한 Ken G. Hall 감독은 이 작품으로 그해 호주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에서 ‘Kokoda Track Campaig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코코다 트랙 전투는 덥고 습한 기온, 급격하게 떨어지는 밤 온도, 폭우, 말라리아와 같은 풍토병의 위험을 견디며 남쪽으로 진격하는 일본군을 저지한 호주군의 가장 유명한 승리 중 하나이다.

이 전투를 계기로 호주와 PNG는 보다 끈끈한 유대를 형성했다. 이는 올해 안작데이를 기해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가 PNG를 방문, 트랙의 일정 구간을 트레킹 한 것으로도 상징된다.
코코다 트랙 여행이 정점을 이루었던 2008년에는 약 5,600명의 호주 여행자가 이곳을 종주했다. 그리고 이후 매년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당시(2008년)의 46%까지 여행자가 감소했다.
린씨는 코코다 트랙이 관광 상품으로서의 잠재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레일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여행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방문자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랙 상에 괜찮은 화장실이 거의 없다”면서 “50~60명으로 구성된 두세 그룹이 단 25명만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장에 도착하면, 그날 밤 누가 그곳에 묶는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트레킹 운영자 믹 오말리(Mick O’Malley)씨도 “그나마 처음과 비교하면 조금은 개선된 것(head and shoulders above)”이라며 “사실,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고 전했다.

PNG 미디어 중 하나인 ‘Journal of South Pacific Law’에 코코다 트랙 관련 칼럼을 게재한 관광정책 연구원 카일린 코로카(Kyline Koroka)-샤하 살롬 야딘(Shahar Shalom Yadin)씨는 “PNG 관광 당국은 이 트레일을 운영하는 지역사회와 더 많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단 주차장에 서 있는
세미 트레일러’
약 20년 전 구성되어 이 트레일 관광운영을 감독하는 ‘코코다 트랙 관리국’(Kokoda Track Authority. KTA)은 PNG 주-지방정부부(PNG’s Department of Provincial and Local-level Government Affairs. DPLGA) 산하 기관이다.
하지만 PNG 관광진흥청(PNG Tourism Promotion Authority) 앤디 아벨(Andy Abel) 부청장은 “이것(코코다 트랙)이 잘못된 부서에 맡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코다 트레일은 관광 자산이기에 PNG 관광진흥청 내에 구성되어야 했다”며 “마치 세단형 자동차 주차장에 세미 트레일러 차량이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비교했다.
이어 “PNG 관광진흥청은 호주 여행자를 대상으로 수백만 키나의 홍보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코코다 트랙을 통제할 수 없기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강조했다.

아벨 부청장은 KTA의 관리 권한을 DPLGA에서 관광진흥청으로 이전하려는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 결정이 3개월 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KTA의 줄리우스 와기라이(Julius Wargirai) 최고경영자는 KTA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트랙의 혜택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코코다 트랙 개선에 자금을 지원하고 포트 모레스비에 더 많은 2차 세계대전 명소를 조성함으로써 여행자가 PNG로 발길을 돌리도록 장려할 계획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PNG 관광진흥청의 아벨 부청장과 포우스 파콥(Powes Parkop) 포트 모레스비 주지사는 시드니 캐나다베이 카운슬(Canada Bay Council) 및 비영리 단체 ‘Network Kokoda’와 이 트랙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캐나다베이 카운슬의 콩코드(COncord)와 로즈(Rhodes) 사이의 브레이즈 베이 공원(Brays Bay Reserve)에는 코코다 트랙 전투를 기념하는 ‘Kokoda Track Memorial Walkway’가 조성되어 있다.
파콥 주지사는 양해각서에 명시된 계획에 따라 파가 힐(Paga Hill), 워드스트립(Wardstrip), 사바마(Sabama)와 같은 역사적 장소에 새로운 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부와 오로 지방(Central and Oro province)에도 전쟁 추모지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시(포트 모레스비)의 계획은 전쟁 순례지 방문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콥 주지사에 따르면 국가 수도지역 정부(National Capital District government. Port Moresby)가 호주 ‘Network Kokoda’와 협력해 전쟁 추모지 설치 아이디어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코코다 트랙에서의 전투 중 중폭격기와 수송기가 사용했던 ‘워드 활주로’(Wards Airstrip)에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항공기를 배치하는 것이다.
파콥 주지사는 코코다 트랙이 호주인 여행자를 넘어 전 세계인 대상의 관광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는 “현재 전쟁 순례지 여행 시장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면서 “갈리폴리에 비해 이곳(코코다 트랙)이 더 많은 여행자를 끌어들일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PNG 정부는 이런 잠재력을 실제로 개발, 활용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파콥 주지사는 “물론 다른 시장은 우선 미국과 일본(일본의 갑작스런 하와이 진주만 침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당사국)”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초대해 그들 버전의 이야기를 하게 하고 또 이곳에서 희생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