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Yard Devotional’로… 호주 작가의 최종 후보 선정은 2014년 이후 처음
호주 작가 샬롯 우드(Charlotte Wood)씨가 영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올해 부커문학상(Booker Prize) 최종 후보(shortlist)에 올랐다. 우드씨의 최종 후보작은 그녀가 일곱 번째로 선보인 ‘Stone Yard Devotional’로, 호주 작가의 작품이 부커상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10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호주 작가는 리차드 플래너건(Richard Flanagan)씨로, 그해 그는 ‘The Narrow Road to Deep North’로 부커상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부커상 최종 후보가 발표된 이달(9월) 셋째 주, 우드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이런 기분을 자주 느끼지는 않지만, 오늘은 자랑스럽다. (최종 후보에 오른) 훌륭한 작가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또한 내 소설을 본 @thebookerprizes 심사위원들에게 영원히 감사드린다. 이는 큰 의미가 있다”고 썼다.
우드씨의 작품 ‘Stone Yard Devotional’은 도시에서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NSW 주 모나로 플레인(Monaro plain)의 어느 폐쇄된 종교 공동체에서 사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여성을 따라가는 내용이다. 이곳은 우드씨가 자란 고향 마을 인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7권의 소설과 3권의 비소설을 출간한 우드씨는 일곱 번째 작품인 ‘Stone Yard Devotional’에 대해 “가장 개인적인 소설”이라며 “대부분은 내가 아주 사랑했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헌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날 소설에서 나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좋은 어머니에 대해서는 별도 듣지 못했는데, 아마도 내용 면에서 흥미를 끌기가 더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평을 보면 우드씨가 이 작품을 얼마나 치열하게 완성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심사위원들은 “역사, 기억, 자연, 인간 존재에 대한 세밀하고 철학적인 질문이다. 폐쇄적 환경을 배경으로 인간 정신의 광대함을 그려냈다. 각 상황의 교묘한 대조로 인해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은 작가로부터 지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신뢰를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은 갈등과 혼돈이라는 두 영역의 상황에서, 세상과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내면을 탐구하는 한 여성의 여정을 기록한다”는 말로 이 작품을 최종 후보에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작가인 에드문드 드 발(Edmund de Waal), 사라 콜린스(Sara Collins), 이윤 리(Yiyun Li), The Guardian 지 문학 편집자 저스틴 조던(Justine Jordan),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니틴 소니(Nitin Sawhney)씨로 구성됐다.
우드씨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5명은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 레이첼 쿠슈너(Rachel Kushner. 이상 미국), 사만다 하비(Samantha Harvey. 영국), 앤 마이클스(Anne Michaels. 캐나다), 야엘 반 더 보우덴(Yael van der Wouden. 네덜란드)씨이다.

올해 부커상 후보에 오른 여성 작가 비율은 역대 최대이다. 에버렛과 쿠슈너씨는 이전에도 이 상 후보에 선정된 바 있으며 반 더 보우덴씨는 데뷔작 ‘The Safekeep’로 부터상 최종 후보에 오른 최초의 네덜란드 작가이기도 하다.
우드씨는 1999년 첫 소설 ‘Pieces of a Girl’로 그해 ‘Jim Hamilton Prize’ 및 이듬해 ‘Dobbie Award’ 수상자가 되었으며 두 번째 소설 ‘The Submerged Cathedral’로 ‘Commomwealth Writers’ Prize’의 주인공이 됐었다. 또한 지난 2015년 선보인 ‘The Natural Way of Things’로 2016년 여성 작가에게 주어지는 ‘스텔라 문학상’(Stella Prize)을, 2019년 출간한 ‘The Weekend’로 2020년 호주 도서출판산업상(Australian Book Industry Awards. ABIAs)에서 ‘올해의 소설 문학상’을 차지했었다. 이외에도 호주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Miles Franklin Award’를 비롯해 ‘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 ‘Stella Prize’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호주 예술가들의 작품을 리뷰하는 ABC 방송 프로그램 ‘ABC Arts’에서 전국 라디오 ‘The Book Show’ 진행자인 사라 레스트렌지(Sarah L’Estrange)씨는 ‘Stone Yard Devotional’에 대해 “조용하고 사색적인 작품이다. 적당한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책을 덮은 후에도 서사적 줄거리가 오래도록 남았다”고 말했다.

팬데믹 봉쇄, 질병 중에 완성
우드씨는 팬데믹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가 이어지던 당시,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작품의 초고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자매들은 6주 사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도 화학 요법 없이 암을 치료했고 그녀와 자매들은 완전히 회복됐다.
우드씨는 “우리는 이 경험(암 진단)을 이겨냈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변하지 않은 채 이전 상태로 남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암 치료 경험은 그녀의 글쓰기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우드씨는 “이 두 가지 상황(COVID 봉쇄와 유방암 진단)이 나에게 위안을 주던 많은 확신들을 무너뜨린 방식은 내 작품에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절실한 본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이 작품에 사소한 것, 진실되지 않은 것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겪은 일들이 예술적 표현에 얼마나 큰 변화를 주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우드씨는 ‘ABC Arts’에서 “‘Stone Yard Devotional’은 내가 쓴 소설 가운데 가장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나는 내 본능을 믿었고 또 믿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부커상 수상자는 호주 시간으로 11월 13일(수) 발표된다.

■ Booker Prize는…
부커 문학상은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영어로 출간된 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단일 작품에 수여되는, 영어권 국가 문학상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시상 중 하나이다. 1969년 제정된 이 문학상은 지난 2002년 런던 기반의 맨 그룹(Man Group)이 스펀서로 참여하면서 ‘Man Booker Prize’로 불리기도 했으나 2019년 이후 맨 그룹이 후원을 중단하면서 ‘Booker Prize라는 본래 이름으로 수여한다.
부커 문학상(승금 5만 파운드. 호주화 약 9만8,000달러)은 본래 영 연방,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후에 짐바브웨로 확대) 시민이 쓴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다 2014년에는 수상 자격을 ‘영어 출간 작품’으로 확대했다. 매년 ‘Booker Prize Foundation’이 작가, 출판 관계자, 언론인, 배우,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5명의 심사위원을 임명해 수상작을 가려낸다.
자매 시상(sister prize)이라 할 수 있는 ‘International Booker Prize’(2005년부터 시행)는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 상의 상금 또한 5만 파운드로, 상금은 작가와 번역가에서 균등하게 배분된다. 한국 작가로는 한강씨가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2016년 이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후 몇몇 작가들이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호주 작가로 Booker Prize를 수상한 이는 토마스 케닐리(Thomas Keneally, ‘Schindler’s Ark’. 1982년 수상), 피터 카리(Peter Carey, ‘Oscar and Lucinda’. 1988년 및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01년), DBC 피에르(DBC Pierre, ‘Vernon God Little’. 2003년), 리차드 플래너건(Richard Flanagan, ‘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 2014) 작가가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