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부문 제외… “국가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small price to pay’” 강조
‘안작데이’(ANZAC Day)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호주의 모든 군인들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안작’(ANZAC. Australia-New Zealand Army Corp)은 호주-뉴질랜드 군인들로 구성된 영국 지원군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현 튀르키예) 갈리폴리 반도(Gallipoli peninsula) 상륙 작전을 통해 동부전선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작전을 세웠지만 서부전선에 배치된 병력을 이동시킬 수 없던 영국군 사령부가 호주에 지원군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뉴질랜드 청년들과 함께 급조된 병력이었다. 이들은 갈리폴리 상륙 작전에 투입, 불과 3일 만에 7천 명 이상의 전사자에 2만 가까운 이들이 부상을 입는 최악의 상황에 처함으로써 호주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오늘날 모든 전투에서 헌신한 호주 군인들을 기리고자 제정된 현충일은 바로 이 부대 이름을 따 결정되었으며, 기념일은 안작부대가 갈리폴리 상륙 전투를 시작한 4월 25일로 정해졌다.
이 날은 대부분 호주 국민들이 엄숙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며,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호주 건국일로 여기는 ‘Australia Day’(1월 26일)보다 ‘안작데이’를 더 높게 인식하고 있다.
내년(2025년)부터 이 안작데이에, NSW 주에서는 소매업체 영업이 금지된다. NSW 크리스 민스(Chris Minns) 주 총리는 지난 7월 10일(수), 현충일 하루 동안 슈퍼마켓을 포함한 모든 소매업체들이 문을 열지 않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총리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이 조치로 인해) ‘약간의 혼란과 불편’이 있을 터이지만 이는 ANZAC Day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한 이들을 기리는 하나의 표현(small price to pay)”라고 밝혔다.
주 총리는 이어 “ANZAC Day는 호주의 주요 국경일로 우리 지역사회가 국가를 위해 전장에 나서고 궁극적으로 희생한 이들을 인정하는 기회이며 그 중요함을 기념하는 특별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재향군인 단체인 NSW 주 RSL(Returned and Services League of Australia)의 믹 베인브릿지(Mick Bainbridge) 회장은 주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안작데이의 중요성을 위한 훌륭한 결정”이라며 “RSL NSW의 모든 회원, 재향군인 및 그 가족이 시드니 도심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기에 우리는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소매업계, ‘반대’ 의견 표명
NSW 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호주 최대 소매업 단체인 Australian Retailers Association(ARA)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ARA의 폴 자라(Paul Zahra) 최고경영자는 안작데이의 중요성을 기리고자 이제까지 NSW 소매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당일 오후 1시까지는 문을 열지 않았던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매업체들은 안작데이 기념 행사를 방해하기보다는 지역사회 활동과 소비자 요구를 지원한다”면서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호주인들이 이 중요한 날을 보내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라 CEO는 ”이제까지의 방식(이날 오후 1시 이후에 영업을 시작하는)은 어려운 상황의 소매 업계에 더 많은 제한을 주지 않으면서 또한 안작데이를 기리고 소비자 선택 및 편의성을 허용하는 올바른 균형을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ARA는 대형 소매업체를 지역사회의 ‘필수 서비스 제공업체’로 인정한 상태이다. 자라 CEO는 주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경제 상황 동안 공휴일 임금(평일 근무보다 많은 급여)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각 주 및 테러토리가 자체적으로 영업 제한을 가할 때 전국 소매업체의 매장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Anzac Day 검토’에 따른 조치
앞서 NSW 주는 안작데이 당일의 소매업체 영업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들은 퇴역 군인들을 더 잘 인식하기 위한 방식의 하나로 안작데이의 소매업체 영업 제한을 지지했다. 또한 소매업체 근로자들도 이날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NSW 주의 이번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모든 소매업체들은 안작데이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호텔, 클럽, 약국, 코너숍(corner store. 주택가에 문을 연 소규모 식료품점)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이전까지, NSW 소매업체는 안작데이에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며 일부 스몰 비즈니스, 시장(markets), 카페, 뉴스 에이전시(newsagency. 신문판매 업소) 등은 예외가 적용됐었다.
현재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는 안작데이에 소매업체 영업을 제한해 온 유일한 정부관할구역이다. WA의 경우 소규모 및 특별 소매업체, 주유소,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를 제외한 소매업은 영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퀸즐랜드(Queensland)는 정육점, 제빵, 약국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소매업소는 오후 1시 이후 영업이 가능하며 슈퍼마켓, 백화점 등 대부분 대형 판매업체는 문을 열지 않는다. 빅토리아(Victoria) 또한 오후 1시 이후에 문을 열도록 하고 있으며 타스마니아(Tasmania)는 오후 12시30분부터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도 약국, 일부 소규모 업소, 주유소는 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남부호주(South Australia)는 슈퍼마켓, 백화점 등에 대해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도인 애들레이드 CBD에서만 영업을 하도록 허용하며 ACT 및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는 이날 소매업체 영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편 안작데이 소매업체 영업 제한을 발표한 이날(7월 10일), 민스 주 총리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200만 달러 규모)를 시드니 도심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