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관련 전문가들, ‘가족용 주택(3개 침실) 부족’ 이유… “수요 부응해야” 제기
전반적인 주택 문제뿐 아니라 시드니의 만성적인 ‘가족 친화적 주택 부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 크리스 민스(ChrisMinns)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중-고밀도 유닛 단지를 대상으로 3개 침실 규모의 가족용 주거지 할당량을 개발회사 측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NSW 주 정부가 기차역 주변의 구획 변경을 통해 중-고밀도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TOD(Transport Oriented Development) 프로그램 대상 지역 중 두 곳인 이너워스트(Inner West)와 캔터베리 뱅스타운(Canterbury-Bankstown)에서 최근 판매된 2개 침실 이상의 주택은 10채 가운데 1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NSW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 학장인 필립 올드필드(Philip Oldfield) 교수는 “시드니 주택 계획은 아파트 거주자의 25%를 차지하는 가족(자녀를 가진 부부)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작은 규모의 주거지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불일치는 해결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많은 지역에서 자녀를 둔 가족이 주거지 선택의 제한된 기회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수 가족이 거주할 만한 주택을 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이들은 교통 허브에서 멀리 벗어나도록 강요당하고,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 더 길어지며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주 정부가 대중교통과 가까운 곳에 중밀도 이상의 주택 건설을 장려함에 따라 TOD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제출하는 건설업체들은 주 정부가 선정한 37개 기차역 반경 400미터 이내 구역에 최대 6층 높이의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다.
주 정부는 이 신규 주택에 최소 2%의 저렴한 주택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는 3개 침실 유닛에 대한 의무적 할당량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현재까지 부동산 시장은 이것(가족용 주택)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가 계획했던 State Environmental Planning Policy for Design and Place(DE SEPP)는 구현되지 않고 폐기됐지만, 당시 방안에는 신규 아파트의 20%를 ‘가족 친화적’ 주거지 기준으로 정하고 이를 충족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올드필드 교수는 “많은 지역에서 3개 침실 아파트가 10% 미만이라는 사실은 이 인구 집단이 NSW 주 주택 공급에 얼마나 많이 수용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TO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3개 침실 유닛 할당량’ 문제에 대해 개발기획부 폴 스컬리(Paul Scully) 장관은 “정부의 지침을 통해 이미 개발자들에게 새 주거단지의 다양한 주택 크기를 권장했다”고 밝혔다.
1인 가구는 호주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 유형이지만 스컬리 장관은 “가족(자녀가 있는)을 위한 보다 큰 넓이의 아파트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며 “부지구획 개혁을 통해 더 많은 주택 공급 및 타운하우스, 테라스 주택, 2인 가구 주거지 등 보다 다양한 유형을 제공할 것”임을 덧붙였다.
주택개발 산업 그룹인 ‘Urban Taskforce’의 톰 포레스트(Tom Forrest) 최고경영자는 “가족 친화적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공급시장(개발업체들)에서 이를 충족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 시장 기반은 아직 2-3명의 자녀와 부부 등 가족 친화적 아파트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어느 정도 필요성(수요)를 인정하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부동산 개발회사들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기에 1개 또는 2개 침실 유닛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외면한 정부 ‘계획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반면 NSW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 선임강사인 라이언 반 덴 누웰런트(Ryan van den Nouwelant) 박사는 “현재 NSW 주의 개발업체들은 교외지역의 실질적 주거지 필요성이 아닌, 즉각적인 수요를 위해 주택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규제를 가해야 하는 이유”라는 말로 ‘가족 친화적 주거지 할당’을 지지했다.
주 정부가 지난달 둘째 주 SEPP(Housing State Environmental Planning Policy)를 개정함에 따라 개발업체들은 5월 13일(월)부터 정부가 선정한 지역 가운데 18개 기차역 구역의 새 건물에 대한 신규 주택 건축 선청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정부 TOD 프로그램의 첫 번째 단계에 있는 시드니 지역 기차역에는 애쉬필드(Ashfield), 크로이돈(Croydon), 덜위치힐(Dulwich Hill), 매릭빌(Marrickville. 이상 Inner West 구역), 캔터베리(Canterbury), 윌리파크(Wiley Park. 이상 Canterbury Bankstown 구역), 고든(Gordon), 킬라라(Killara), 린필드(Lindfield), 로즈빌(Roseville. 이상 Ku-ring-gai Council) 등이다. 이 가운데 쿠링가이 시의회는 주 정부 입장에 반대, 법적 소송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도메인’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지방정부 구역에서는 현재 필요한 3개 침실 이상의 가족 친화적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너웨스트 시의회의 경우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 사이 판매된 주택의 6.1%만이 3개 침실 주거지였다.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지역에서도 이 수치는 8.9%에 불과했다. 시드니(City of Sydney)와 라이드(Ryde) 시의회 구역 또한 3개 이상 침실을 가진 주택 매매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인 2021년 인구조사를 보면, 3개 이상 침실을 가진 광역시드니 아파트는 6채 가운데 1채 미만으로 대형 넓이의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5% 미만이다. 이 자료는 또한 이너웨스트와 이너 사우스-웨스트(inner south-west)의 3개 침실 주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2021년을 기준으로 캔터베리 뱅스타운, 베이사이트(Bayside), 조지스 리버(Georges River) 카운슬을 포함하는 SA4 통계구역 상의 Inner South-West 지역 3개 침실 주택은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 2,000채가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 유닛인 1개 침실 및 2개 침실 주거지는 1만4,000채가 증가했고, 대가족 거주를 위한 4~5개 침실 주택은 1만3,000채가 늘어났다.
다만 SA4 통계구역 상의 Inner West 지역은 2011년에서 2021년 사이, 약 1,500채의 3개 침실 주택을 추가했으며, 1개 또는 2개 침실 주거지는 1만3,000채, 4개 침실 이상의 대가족 주택은 4,600채가 늘어났다.
최근 공공정책 싱크탱크 ‘James Martin Institute for Public Policy’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도시계획 연구원인 소피-메이 커(Sophie-May Kerr) 박사 또한 가족 친화적 주택 부족을 지적했다.
커 박사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도시 정책과 개발산업에서 크게 간과되었다고 경고하면서 “‘임시 주택’, ‘디딤돌’(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디자인적 특성(‘child-blind design’)으로 인해 아파트가 가족의 요구와 선호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환경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적합한 주택 공급, 기존 주택의 개조 지원, 지역민들에게 가족 친화적 편의시설 및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더 많은 정부 참여가 보다 넓은 규모의 아파트 및 이 주택 유형에서의 편안한 생활을 도울 수 있다”고 제시했다.
NSW 임대거주자 단체인 ‘NSW Tenants Union’의 레오 패터슨-로스(Leo Patterson-Ross) 최고경영자는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이 시드니의 일반적인 임대 구역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은 실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좋은 편의시설을 갖춘 양질의 아파트에서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주거지를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 전체 주택매매 가운데 3개 침실 주거지 비율
(SA4 통계구역. 2023년 4월에서 2024년 3월 사이)
Central Coast : 31.8%
Hawkesbury : 31.6%
Blue Mountains : 53.8%
Penrith : 13.9%
Blacktown : 19.6%
The Hills Shire : 24.5%
Hornsby : 17%
Parramatta : 13.1%
Cumberland : 15.3%
Fairfield : 14.3%
Canterbury Bankstown : 8.9%
Liverpool : 14.8%
Campbelltown : 27.9%
Sutherland Shire : 13.7%
Georges River : 18.4%
Bayside : 16.4%
Strathfield : 12%
Burwood : 13%
Inner West : 6.1%
Cabada Bay : 15.6%
Sydney : 8.8%
Randwick : 12.1%
Waverley : 14%
Woollahra : 28.1%
Ryde : 6.3%
Hunters Hill : 35%
Lane Cove : 12.4%
North Sydney : 16.5%
Mosman : 21.5%
Willoughby : 16%
Ku-ring-gai : 27.2%
Northern Beaches : 15.8%
Data from Camden and Wollondilly was too small to be significant.
Source: Domain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