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국가장애보험제도(NDIS) 기금에서 연간 수십억 달러가 불필요하게 중간 관리자들에게 지출되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을 위한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에 큰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플랜 매니저(Plan Managers)들이 받는 이른바 “트레일 수수료(trail fees)”와 높은 보수를 받는 지원 코디네이터(Support Coordinators)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NDIS 서비스 제공업체이자 서호주의 소아과 의사인 제임스 피츠패트릭(James Fitzpatrick) 박사는 “NDIS의 설계상 근본적인 결함이 플랜 매니저 및 지원 코디네이터 시스템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초래하면서도 실제 서비스 제공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랜 매니지먼트와 지원 코디네이션을 1년 내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당, NDIS 추가 감축 예정
연합당(The Coalition)이 최소 3만6천 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줄이고 정부 지출을 축소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세우면서, 전국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예산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제인 흄(Jane Hume) 연합당 재무 담당 상원의원은 24일(현지시간) “재화와 서비스 지출 증가율이 현재 1.3% 수준인 GDP 성장률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NDIS가 “통제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노동당(Labor)이 야당이 될 경우, 우리와 협력하여 이번 정부에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프로그램들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 재무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연방정부 지출은 GDP의 26.6% 수준으로 측정되며, 노동당이 발표할 네 번째 예산안에서도 이 비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흄 의원의 발언은 2024년 NDIS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추진된 개혁안이 통과된 후 나온 것이다. 노동당은 당시 해당 개혁안이 향후 4년 동안 140억 달러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연합당의 추가 삭감이 NDIS에 등록된 69만2천 명의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머스 장관은 “이것이 바로 연합당이 비밀리에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증거”라며 “NDIS에 대한 대규모 예산 삭감은 이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카이뉴스(Sky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의회 회기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즉흥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만약 제인 흄 의원이 NDIS 지출 증가율을 현재 8%에서 2-3%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 관리자들에게 가는 10억 달러 자금
현재 플랜 매니저들은 NDIS 참가자의 플랜을 관리하는 대가로 설정 비용과 월별 관리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피츠패트릭 박사는 “플랜 매니저들에게 지급되는 설정 비용은 참가자의 거주 지역에 따라 230달러에서 350달러에 이르고, 이후 매월 104달러에서 157달러에 이르는 ‘트레일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전체 참가자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플랜 매니지먼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설정 비용으로 약 1억 9천만 달러, 매달 지급되는 수수료로 약 8억 6천만 달러, 즉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단순한 관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NDIS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대표 단체인 NDS-National Disability Service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장애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의무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DS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페루스코(Michael Perusco)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들이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NDIS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모든 제공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공업체 등록 의무화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등록 의무화가 소규모 제공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장애인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위험 수준에 따라 제공업체 등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제공업체가 별다른 감시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비용의 지원, 코디네이터 필요한가?
피츠패트릭 박사는 NDIS 지원 코디네이터의 역할 또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원 코디네이터들은 원래 장애인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현재는 너무 비싸고 더 이상 필수적인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문 지원 코디네이터들은 공식적인 의료 또는 장애 관련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이 참여자의 서비스 이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항공료, 숙박비, 차량 이용료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치료 및 지원 제공 비용을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피츠패트릭 박사는 “NDIS 참여자의 플랜을 관리하는 조직이 플랜 매니지먼트, 지원 코디네이션, 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 서비스 선택과 자금 집행이 특정 조직에 유리하게 편향될 위험이 크다”며 “이러한 중간 관리 계층을 제거하고, 장애인이 직접 플랜을 관리하거나 NDIA(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Agency)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폐아 가정, 불안 증폭
정부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 개편 정책에, 자폐아를 둔 부모들도 지원 축소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장애인 지원 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존 NDIS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동안 이를 대체할 주정부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수많은 가정이 혼란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자폐증 인식 단체인 ‘오티즘 어웨어니스 오스트레일리아(Autism Awareness Australia)’의 니콜 로저슨(Nicole Rogerson) 대표는 “많은 가정이 NDIS 패키지를 잃거나 지원이 줄어들 예정이다”며 “향후 주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NDIS 개편이 시작되면서 매주 수백 명의 아동이 더 이상 자격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새로운 주정부 시스템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준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로저슨 대표는 “(전 NDIS 장관이었던) 빌 쇼튼(Bill Shorten)은 ‘NDIS가 유일한 구명보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문제는 다른 구명보트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고 비판했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자폐 연구자인 애덤 구아스텔라(Adam Guastella) 교수도 “NDIS 예산 삭감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부모들은 자녀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 불확실성 속에 방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불안감
시드니에 거주하는 미셸 워브룩(Michele Warbrooke) 씨는 아들 아리(Ari, 9)의 향후 지원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 ADHD와 경미한 지적 장애를 가진 아리는 현재 자폐 진단 평가를 진행 중이다. 그는 5세 때부터 NDIS 지원을 받아 언어 치료, 작업 치료, 심리 상담 및 행동 치료를 받고 있다. 워브룩 씨는 “현재 NDIS를 통해 받는 서비스가 아리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고, 우리가 직접 비용을 부담할 여력은 없다.” 며,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NDIS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수천 명의 자폐 아동이 기존 지원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가족들은 지원이 연방정부에서 나오든 주정부에서 나오든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로저슨 대표는 “정부는 부모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브룩 씨 역시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기본 지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 가족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NDIS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5-26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주정부 차원의 대체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불안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입장
이에 대해 NDIS 장관 아만다 리쉬워스(Amanda Rishworth)는 “NDIS의 접근 기준에는 변화가 없으며, 장애를 가진 모든 호주인은 기존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지난해 자폐를 가진 NDIS 참가자에 대한 지출이 13억 달러 증가해 총 88억 6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평균 지원 금액도 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NDIS에 등록된 자폐 아동은 20만 명에 가깝고,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NDIS 재정 문제와 개편 과정
NDIS는 2013년 도입된 세계 최초의 공공 장애 보험제도로, 중증 및 영구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합리적이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받게 되면서 급속히 비용이 증가했고, 정부는 2033년에는 연간 1,000억 달러까지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국가내각(National Cabinet)은 NDIS의 연간 비용 증가율을 2026년까지 8%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독립 검토 보고서는 NDIS가 가장 중증의 장애인을 지원하는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야 하며, 그 외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기본 지원(foundational supports)’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기본 지원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라탄 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장애 프로그램 디렉터 샘 베넷(Sam Bennett)은 “주정부가 기본 지원을 어느 정도까지 부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며, 예산 분담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정부는 병원 예산 증액을 조건으로 기본 지원에 대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NDIS 개혁의 필요성: 중간 비용 제거와 서비스 개선
NDIS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은 정부 차원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빌 쇼튼(Bill Shorten) NDIS 장관은 플랜 매니저와 지원 코디네이터가 고객의 예산을 초과 지출하도록 유도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NDIS 감독 기관은 국세청과 협력하여 플랜 매니저와 지원 코디네이터의 조기 플랜 검토 요청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부정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피츠패트릭 박사는 이러한 부분적인 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플랜 매니지먼트와 지원 코디네이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존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원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보다 광범위한 공공 서비스 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터(Navigator)’ 모델을 도입하면, 장애인들이 보다 포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DIS가 단순화되고 기존 공공 서비스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장애인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지원이 제공될 수 있으며, 낭비되는 수십억 달러의 기금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츠패트릭 박사는 결론적으로, NDIS의 중간 관리 계층이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플랜 매니지먼트 및 지원 코디네이션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투명한 서비스 제공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NDIS 개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