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슨 총리, 총독 방문 후 선거일 발표… 자유-국민 연립, 경제운용 앞세워
노동당, 저소득-취약 계층 대상으로 “더 나은 대우 받을 자격 있다” 피력
오는 5월 21일(토), 선거권을 가진 18세 이상 호주인들은 향후 3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결정하게 된다. 현 집권 여당인 자유-국민 연립이 네 번째 임기를 이어갈지, 아니면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의 노동당 정부가 구성될지 여부는 이날 판가름 된다.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지난 4월 10일(일), 캔버라 총독(Governor-General)을 방문한 후 올해 총선 투표 날짜를 발표했다. 이로써 각 정당은 남은 6주 동안 유권자 표심잡기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모리슨 총리는 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난 임기에 일궈놓은 업적을 대다수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총리는 “우리 정부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완벽하다고 주장한 적이 없고 몇 가지 부족한 점도 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에 (유권자들은) 우리가 달성한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계획은 더 많은 일자리와 거의 반세기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이날, 얼마 전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대표(현 부총리)가 SNS를 통해 모리슨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여당 내부의 일치되지 않은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모리슨 총리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이번 선거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SNS를 통한 비난 등은) 현재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총리는 “It’s about them”(‘그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는다’)이라며 “지난 3년간 우리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팬데믹 상황에서의) 호주의 회복이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라는 말로 집권 여당의 ‘효율적 경제운용’을 부각시키고자 주력했다.
이와 함께 총리는 호주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명적 전염병, 긴 침체에서 이제 막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제 등을 언급하면서 “불확실한 시기에 국민들은 이제까지 보아온 정부를 고수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정권 교체 원하는 노동당
반면 야당을 이끄는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대표는 노동당 집권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노동당 정책의 기본 플랫폼은 육아보조금 확대, 더 많은 간호사의 노인요양시설 배치, 직업훈련을 원하는 수십 만 젊은이들에게 TAFE에서 무료 기술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모아진다.
알바니스 대표의 슬로건은 ‘호주인들은(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 및 중-저소득자)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리슨 정부에 대해 “내일을 위한 비전은 고사하고 오늘을 위한 의제가 없다”며 “새 회계연도 예산에서도 이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자신들의 선거운동을 위한 책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5연임을 노리는 존 하워드(John Howard) 정부를 저지하고 집권에 성공한 케빈 러드(Kevin Rudd) 내각에서 인프라부 장관을 지냈던 알바니스 대표는 2013년 러드 총리가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에 밀렸다가 다시 그녀를 밀어내고 총리로 복귀했을 때 잠시 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알바니스 대표는 연립 여당이 보여준,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공포 캠페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립 여당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 이전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당의 국가안보 정책 미흡,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를 지적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남태평양 진출 야욕을 노동당이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국가 안보 관련 위기감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알바니스 대표는 “두려움은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며 “투표일까지 몇 주 동안 여당은 이 같은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겠지만 노동당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낙관에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두 거대 정당 중 하나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연방의석(150석) 중 76석을 확보해야 한다. 다수당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의석이다. 현재 노동당은 69석을 갖고 있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자유-국민 연립을 앞서려면 4석이 필요하며,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석을 더 얻어야 한다.
양대 정당이 의석수에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이번 선거는 그 동안 가장 치열했던 몇 개의 선거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와 퀸즐랜드(Queensland),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NT)의 취약 지역구에서 의석을 빼앗으려 하고 있으며, 연립은 그간 강세를 보여온 NSW 및 NT 각 지역구 의석을 지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알바니스 대표는 호주를 ‘위대한 나라’로 묘사하면서 “하지만 더 나은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팬데믹 사태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노동당은 그 미래를 만들어갈 정책과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