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대 등 연구팀 시뮬레이션, 2021년 8월부터 1년 사이, 거의 1만8천 명 사망 예방
전염병(COVID-19) 대유행이 시작되고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등장했을 당시 보건 당국의 적극적인 백신 정책에 힘입어 1만8,000명에 가까운 NSW 거주 노년층의 사망을 예방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호주 및 이스라엘 연구원들이 수행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백신 접종 캠페인’이 없었다면 노년층의 실제 사망률은 약 6배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멜번대학교 및 텔아비브(Tel Aviv) 소재 대학 연구팀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캠페인(백신 접종)을 통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50세 이상 NSW 인구 중 1만7,760명의 (전염병에 의한) 사망을 막았다”면서 “호주의 백신 접종 캠페인은 2022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예방접종 캠페인에 대한 호주의 ‘높은 수준의 참여’와 2022년 오미크론 발병 직전, 많은 이들의 추가 접종을 (사망률을 낮춘)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각 주 및 연방 보건부 데이터 모델링을 사용해 ‘△2021년 7월 28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막을 수 있었을까, △추가 백신 출시로 얼마나 많은 사망자를 피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까’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NSW 주의 50대 이상 연령층에 미치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의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호주의 경우 2021년 2월 22일에 시작한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늦었었다”며 “그 4개월 후 인구의 5% 미만이 2차 접종을 받았는데, 이는 당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은 접종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몇 달 후인 2021년 말,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예방접종 비율을 보인 국가 중 하나가 되었으며, (접종) 적격 인구의 85% 이상이 최소 2회 접종을 완전히 받았다”면서 “호주의 빠른 백신 출시 속도와 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높은 참여로 ‘오미크론’ 변이가 도착했을 때의 예방접종 범위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조기 접종을 통해 44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고, 추가 접종으로 1,860명의 사망을 막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중반, NSW 주 사망진단서 교차 확인 결과를 보면 같은 해 4월을 기준으로 NSW 주의 COVID-19에 의한 사망자는 2,433명이었다.
보고서는 ‘백신 접종 캠페인 없음’ 시나리오에서는 전체 인구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는 가정임을 전제로 “이 상황에서의 모델링은 거의 즉각적으로 ‘델타’(Delta) 변이의 대규모 발병”을 예측했으며, 이어 “2022년 1월 ‘오미크론’ 발병 기간에는 더 극심한 발병이 이어졌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델타 변이가 시작됐을 때, 한 주에 약 75명이 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데이터를 보면 사망자의 약 82%(약 270명)가 ‘오미크론 파동’ 최고조 시기인 2022년 1월 이후 발생했다.
멜번대학교 전염병 학자 토니 블레이클리(Tony Blakely)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전, 백신 접종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호주인들에게 있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이 높을수록 전염을 줄이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있었을 것이기에 이 연구에서의 (백신이 예방한) 추정 사망자는 아마도 과소 평가되었을 것”이라며 “미래에 닥칠 전염병 상황에서 우리는 백신이 사망을 예방하고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전염병 전문가인 하산 밸리(Hassan Vally) 부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백신 출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백신 출시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을 무시할 수 없지만 호주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접종률을 보인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호주의 성과”라면서 “중요한 점은, 이번 연구팀들이 이 연구의 다양한 한계에 대해 아주 투명하게 설명했으며, 더 나은 데이터가 제공되는 경우 추가 작업이 수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백신을 접종하지 호주인들의 실제 사명률이 집단 면역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기에 이번 연구 결과가 “과소 평가되고 보수적 수치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나이 및 동반 질환과 같은 잠재적으로 혼합된 요인’에 의해 효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음을 덧붙였다.
‘Mater Health Services’의 전염병 책임자이자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역학자인 폴 그리핀(Paul Griffin) 교수는 “이런 한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리핀 교수는 “예방접종 시행으로 호주가 얼마나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용한 연구이지만 NSW 주에서의 데이터만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COVID-19의 경험이 모든 주에서 동일하지 않기에 전국 수치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동료 검토 과학저널인 ‘PLOS ONE’에 게재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