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경찰, ‘파라마타-펜리스 웨스트필드 방문’ 신고 접수… 사건 이전 행각 조사
총리, ‘Bollard Man’에게 ‘영주비자 제공’ 제안… 피해자 지원 크라우드 펀딩 늘어
지난 4월 13일(토)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 쇼핑센터에서 무차별 칼부림 공격으로 6명을 살해하고 12명에게 부상을 입힌 살인범 조엘 카우치(Joel Cauchi, 40)가 사건을 벌이기 전, 다른 두 곳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를 사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같은 정보를 입수, 본다이정션 쇼핑센터에서 끔찍한 살해 행각을 벌이기 전의 그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카우치는 이날 오후 3시10분경 본다이정션 쇼핑센터로 갔다가 나온 뒤 약 20분 만에 다시 내부로 들어가 쇼핑센터를 다니며 30cm 길이의 칼로 무차별 공격을 벌였다. 약 25분 동안 이어진 그의 칼부림으로 6명(여성 5명, 남성 1명)이 숨지고(1명은 병원 이송 후 사망) 1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는 9개월 된 아기도 포함되어 있다.
카우치는 사건 직후 신고를 받고 쇼핑센터에 먼저 단독으로 도착한 에이미 스콧 경위(Inspector Amy Scott)가 발사한 총에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현재 경찰이 사건 전반을 조사 중인 가운데 NSW 경찰청 카렌 웹(Karen Webb) 청장은 16일(화) 오전 미디어 브리핑에서 카우치가 본다이정션에서의 대규모 살인을 벌이기 전, 파라마타(Parramatta)와 펜리스(Penrith)에 있는 웨스트필드 쇼핑센터를 방문하는 등 잠재적인 공격 장소를 물색했다는 보고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웹 청장은 “우리(경찰)는 그런 내용의 신고를 받았고, 모든 각도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또한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더 잘 이해하고자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웹 청장은 “우리가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의 움직임과 그가 NSW 지역, 특히 시드니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퀸즐랜드 주 남서부 지방도시 투움바(Toowoomba)에서 자란 카우치는 17세 때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일명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친 앤드류 카우치(Andrew Cauchi)씨에 따르면 그는 35세 때 독립해 브리즈번(Brisbane)에서 살았으며, “이사하고 치료약을 먹지 않으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16일(화) 오전, ABC 라디오 방송에서 본다이정션의 끔찍한 사건과 관련해 “살해 행각을 벌인 카우치의 동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알고 있는 분명한 점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너무 만연하다는 것”이라며 “평균 한 주에 한 명 이상의 여성이 아는 사람에 의해 살해되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있지만 지역사회 공동체가 해야 하는 역할도 중요한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이들 가운데 절반은 16일(화) 오전,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현재 중환자실(ICU)에는 두 명의 여성, 사망한 애슐리 굿(Ashlee Good)씨의 9개월 된 아기 등 6명이 남아 있다. 굿씨의 딸은 카우치의 공격으로 위독한 상태였으나 시드니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다소 나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본다이정션 쇼핑센터 사건으로 사설 경비원(security guard)에게 수갑, 후추 스프레이, 곤봉 등 안전유지를 위한 장비 지급을 합법화해야 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타히르씨는 카우치에게 공격받는 쇼핑객들을 보호하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15일(월), 6명의 희생자 가운데 5명을 공개한 가운데 다른 한 명은 중국 국적의 유학생 이쉬안 쳉(Yixuan Cheng)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녀가 재학 중이던 시드니대학교에는 꽃다발과 양초가 켜진 애도 장소가 만들어졌다.
■ 범인 조엘 카우치는
쇼핑센터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6명을 살해하고 12명에게 부상을 입한 후 경찰에 사살된 조엘 카우치(Joel Cauchi)는 퀸즐랜드 주 남서부의 지방도시 투움바(Toowoomba. 브리즈번에서 서쪽 내륙으로 약 130km 거리)에서 성장했다. 그는 17살 때 처음으로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일명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35세 때 독립해 브리즈번(Brisbane)에서 살았으며, 혼자 사는 동안 정기적인 정신과 치료를 중단하면서 치료약을 먹지 않아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브리즈번에 거주하던 카우치는 지난해 1월경,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왔으며, 당시 그의 부친(Andrew Cauchi)은 그가 여러 자루의 칼을 소지한 것으로 보고 그것을 빼앗기도 했다.
카우치는 지난달 시드니로 이주, 도심 지역에 작은 창고를 빌려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자 6명 신원 확인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 쇼핑센터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여성 5명, 남성 1명이다.
-Dawn Singleton(25) / 광고, 출판 분야의 저명 사업가이자 호주 국민훈장 격인 ‘Order of Australia’를 수훈했던 존 싱글턴(John Singleton)씨의 딸이다. 돈 싱글턴씨를 고용하고 있던 ‘White Fox Boutique’ 측은 그녀에 대해 “우리에게는 가족처럼 느껴졌던 매우 특별했던 사람”이라며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다. 싱글턴씨는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의 ‘Killcare Surf Lifesaving Club’에서 자원봉사 인명구조대원으로 활동했다.
-Ashlee Good(38) / 사건 발생 후 가장 먼저 이름이 알려진 희생자이다. 굿씨는 9개월 된 딸과 함께 공격을 받고 세인트 빈센트병원(St Vincent’s Hospital)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그날(13일) 저녁 병원에서 숨졌다. 공격을 받자 그녀는 아기를 위해 주변에 있는 두 명의 남성에게 아기를 건네며 도피할 것을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그녀의 딸은 시드니 아동병원(Sydney Children’s Hospital)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16일 오후 현재 상태가 다소 나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Jade Young(47) / 시드니 동부, 벨뷰힐(Bellevue Hill)에 거주하던 두 딸의 어머니이다. 일라와라(Illawarra)에서 자란 그녀는 건축가로 일해 왔다. 또한 ‘Bronte Surf Lifesaving Club’에서 자원봉사 인명구조대원으로 활동했다.
-Faraz Ahmed Tahir(30) / 파키스탄 국적의 타히르씨는 쇼핑센터 경비원으로 근무 중 카우치의 공격을 받는 다른 쇼핑객을 돕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6명의 피해자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다. 호주 무슬림 단체 중 하나인 ‘Ahmadiyya Muslim Community’ 관계자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의 박해를 받던 그는 1년 전 유엔난민고등판무관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로 망명했다. 이후 브리즈번에 거주하다 일자리를 찾아 시드니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Pikria Darchia(55) / 조지아 트빌리시(Tbilisi, Georgia) 출신으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녀의 링크드인(Linkedin) 게시물에 따르면 조지아의 ‘트빌리시 주립 예술아카데미’(Tbilisi State Academy of Art)에서 공연예술 학위를 마쳤다. 또 시드니 TAFE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였으며 영어, 러시아어, 조지아어 구사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Yixuan Cheng / 6명의 피해자 가운데 가장 늦게 신원이 확인된 사람으로, 중국 국적의 유학생(시드니대학교 재학)인 것으로 확인됐다.

■ 범인 사살 순간의 목격자 진술
사건 당일, 쇼핑센터에서 카우치와 마주쳤던 목격자 제이슨 딕슨(Jason Dickson)씨는 경찰의 총기 발사 순간을 생생히 지켜봤다. 그는 사건 다음날인 14일(일), 한 미디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13일)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었던 그는 본다이정션 쇼핑센터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쇼핑센터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한 경찰을 따라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딕슨씨는 40세의 조엘 카우치(Joel Cauchi)가 30cm 길이의 칼을 들고 쇼핑객들을 무차별 공격하며 돌아다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다른 한 여성 경찰관 에이미 스콧 경위(Inspector Amy Scott)를 보게 됐고 그녀를 따라 5층으로 갔다가 카우치와 마주쳤다. 그때 스콧 경위가 범인을 향해 ‘그 칼, 내려놓아’라고 소리치는 말을 들었고, 카우치가 지시를 거부한 채 다가오는 듯하자 경찰이 총기를 발사했다. 경찰은 쓰러진 카우치에게 다가가 칼을 멀리 보낸 뒤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딕슨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죽음을 막은 것은 스콧 경위의 결정적인 행동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남성은 작정하고 살인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앞에서 스콧 경위는 자신의 의무를 다했고, 나는 그녀가 자랑스럽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스콧 경위는 경찰로서 위험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든 용기와 경찰로서의 전문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NSW 크리스 민스(Chris Minns) 주 총리는 14일(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어제 NSW 주는 우리의 직업 경찰관들에게 엄청난 감사의 빚을 갖게 됐다”면서 “스콧 경위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갖고 행동했으며, 이로써 그녀는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격려했다.
또 NSW 경찰청 카렌 웹(Karen Webb) 청장도 스콧 경위의 행동에 대해 격려를 보내며 (추후 예상되는 그녀의 심적 부담 등) 그녀에 대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범인의 부친, 경찰의 아들 사살 ‘인정’
조엘 카우치(Joel Cauchi)의 부친이 ‘(정신이상으로) 고통받는’(tormented) 아들의 행동에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또한 “만약 (자신이) 그 비극적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이었다면, 자신 역시 용의자에게 총을 발사했을 것”이라며 에이미 스콧 경위(Inspector Amy Scott)의 행동을 인정했다.
앤드류 카우치(Andrew Cauchi)씨는 14일(일) 투움바(Toowoomba, Queensland)에 있는 집 앞에서 짧은 발언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아들이 초래한 고통을 무슨 말로 달래줄 수 있겠는가”라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그(아들)가 제정신이었다면 자신이 행한 일에 완전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일종의 정신질환에 의해 현실과의 접촉을 잃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사건 당일, TV를 통해 범인이 아들임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 피해자 가족 돕기, ‘크라우드 펀딩’ 늘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일요일(14일)부터 본다이정션 쇼핑센터 앞에는 사망자를 애도하는 꽃다발이 쌓이고 있으며, 사망한 이들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늘어나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공격을 당한 뒤 아이를 살리고자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성에게 아이를 건네며 빠져나가라고 부탁한 애슐리 영씨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소셜미디어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에는 16일 오전 현재 4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현장에서 공격을 받고 사망한 다른 희생자 제이드 영(Jade Young)씨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는 이날(16일) 오전까지 7만7,000달러를 모금했으며 유일한 남성 사망자였던 경비원 파라즈 타히르(Faraz Tahir)씨의 사촌이 파키스탄 거주 가족들의 타히르씨 장례 비용을 충당하고자 만든 펀딩 사이트에도 같은 날 현재 3만2,000달러 이상이 모아졌다.

■ 총리, ‘Bollard Man’에게 ‘영주비자 제공’ 의사 밝혀
사건 당일, 에스컬레이터에서 볼러드(bollard. 차량진입 또는 공간 통제를 위한 쇠말뚝)를 들고 카우치를 막아선 한 용감한 쇼핑객(흰색 셔츠)이 CCTV 화면을 통해 전파되면서 이 남성은 “Bollard man”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는 프랑스 국적으로 호주에서 일하는 다미앙 게로(Damien Guerot)씨였으며, 합법적 호주 체류를 위한 비자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비극적 현장의 영웅’으로 떠오른 게로씨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가 원하면 영주비자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6일(화) 미디어 브리핑에서 게로씨의 비자 문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총리는 “합법적 비자를 신청한 게로씨에게 호주에 온 것을 환영하며, 원하는 만큼 호주에 머물 수 있다”면서 “이 사람이 호주 시민이 되는 것을 환영하지만 프랑스에게는 손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나라 시민이 아닌 누군가가 용감하게 에스켈레이터에서 범인과 마주한 채, 다른 층으로 올라가 잠재적 피해를 막았다는 것은 인류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한 총리는 “그날(토) 우리는 엄청난 비극을 목격한 가운데 인간의 가장 좋은 면을 동시에 보았다”며 “게로씨의 특별한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