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및 가족 대상의 지원 없어… 관리 시스템 문제, 30년 전 관련 기관 폐쇄로 시작
클레어 존스(Claire Jones, 가명)씨는 지난 4월 13일(토)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Westfield Bondi Junction)에서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 살인자 조엘 카우치(Joel Cauchi)의 부모가 겪은 고통과 트라우마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정신건강’을 향한 그녀의 여정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됐다. 조엘의 부모인 앤드류와 미셸 카우치(Andrew and Michele Cauchi)씨는 막내 아들인 조엘이 17살 때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으며, 그후부터 조엘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조엘 카우치가 안고 있는 질병은 존스씨의 남동생과 동일한 것이며, 그의 이 질환은 존스씨의 부모가 평생 부담했던 것이기도 하다.
존스씨의 남동생은 조엘 카우치(40)보다 나이가 적다. 그날(4월 13일) 카우치가 30cm 길이의 칼을 들고 본다이정션 쇼핑센터를 활보하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그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존스씨는 남동생을 화나게 할 가능성을 피하고자 신원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지만 정신분열증 환자와 그 가족을 옹호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녀는 카우치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이들 및 부상자들에게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존스씨는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대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기를 원하고 있다.
쇼핑센터 사건으로
정신건강 문제 ‘주목’
카우치는 본다이정션 쇼핑센터에서 경찰관의 총격에 사망하기 전, 6명을 칼로 살해했으며 12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카우치의 부모는 이 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우치가 더 이상 정신건강 약물 복용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조엘)이 한 일을 안다면 조엘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70대의 카우치씨 부부에 따르면 조엘은 약 5년 전, 그를 돌보았던 의사와 상담 후 정신분열증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날 오후 벌어진 쇼핑센터에서의 끔찍한 사건은 이제 경찰 및 검시관 조사(coronial inquest. 검시관이 사망자의 사망일, 장소, 사망 원인과 살해 방식 등을 파악하고자 증거를 검토하는 법원 심리) 대상이 됐다.
조사의 일부는 사건 당시 카우치의 정신건강 상태, 브리즈번(Brisbane) 서쪽 지방도시 투움바(Toowoomba)에서 시드니로 이주하기까지 몇 달 간의 행적에 초점이 맞추어질 전망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국가 정신건강 시스템 문제를 부각시켰고, 정신질환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30년 전
폐쇄된 관련 기관들
전국 정신과 의사 단체 ‘National Association of Practising Psychiatrists’(NAPP) 회장인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박사는 30년 전 정신건강 기관이 폐쇄되면서 관리 시스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갑자기 몸이 좋지 않은 이들이 거리로 나갔고 가족들은 그들을 돌보아야 했으며 일부는 노숙자 보호소에 갇히거나 거친 노숙 생활을 했다. 또 다수의 정신건강 이상자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모리스 박사는 “이들에 대한 후속 치료가 되지 않았다”면서 “이 환자들은 소외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매우 불우한 집단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리스 박사는 이번 본다이정션 쇼핑센터에서의 무차별 공격과 같은 사건 위험을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지난 30~40년 동안 소외받아온 이 환자 집단에 대한 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그들에게 합당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지역사회의 생산적이고 안전한 구성원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정신건강으로 인해 영향받는 이들을 대표하는 국가 기관 ‘SANE’은 “정신분열증 환자는 언론에 의해 ‘가장 낙인 찍힌’(most stigmatised) 사람들이며, 폭력 범죄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기구의 레이첼 그린(Rachel Green) 최고경영자는 각 주 및 연방 차원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지원금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면서 “현재의 정신건강 시스템은 많은 차이가 있으며 계속 실패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정신질환 환자)은
우리 가족일 수 있다’
클레어 존스씨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또 다른 남자 형제는 응급구조대원 일하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칼부림 사건에 출동할 때마다 “하느님의 자비를 빌며, 이 사람이 우리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존스씨의 남동생은 2년 전, ‘통제불능 상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이틀 내내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모든 정신건강 지원 기관에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기관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존스씨는 남동생의 정신과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했고, 의사는 그녀에게 정신건강 진료소에 가 보라고 했다. 하지만 진료소에서는 담당 의사에게 전화하라는 말을 했다.
존스씨는 “남동생은, 자신은 물론 누구에게도 ‘즉각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신분열증은 무엇?
모리스 박사에 따르면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은 호주 인구의 약 1%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뇌 질환이다. 이의 증상에는 망상(delusions), 환각(hallucinations), 두서없는 말투(disorganised speech), 사고 장애, 동기부족이 포함될 수 있다.
모리스 박사는 대마초, ‘아이스’(ice. Crystal methamphetamine) 및 기타 각성제 등의 불법 약물이 정신분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사회적 활동 참여가 어려울 수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표현함에도 정신분열증 환자는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적고 외로움을 느낀다.
조엘 카우치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했고,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서핑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등 친구를 찾았던 흔적이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모리스 박사는 “환자의 대다수는 모니터링 되어야 하며 많은 이들은 장기간의 약물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
전화 문의 ‘급증’
조엘 카우치가 성장한 투움바 소재 한 정신건강 서비스 직원은 본다이정션 사건 이후 정신분열증 및 기타 관련 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 및 가족들로부터의 지원 문의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도시(투움바)에 있는 ‘Momentum Mental Health’ 셜리-앤 가디너(Shirley-Anne Gardiner) 최고경영자는 “본다이정션 사건은 ‘정말로 비극’이었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반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새로이 인식하고, 지원 시스템을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이다.
또한 가디너 CEO는 이 사건이 이곳(Momentum Mental Health)의 환자들에게도 반향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들(환자)은 지속적인 치료, 보살핌과 지원을 받으며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Momentum Mental Health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이들을 위한 그룹 세션과 일대일 코칭을 제공하며, 보다 복잡한 문제를 가진 이들이 사회적 연결감을 갖고 활동을 유지하며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디너 CEO는 “조엘 카우치의 경우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지만 통제되지 않았다”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른 건강 상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복용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그녀는 “환자들이 상호 연결되어 건강 지침을 따르면 지지를 받으며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퀸즐랜드 정신건강위원회(Queensland Mental Health Commission)의 이반 프르코비치(Ivan Frkovic) 위원장은 본다이정션 사건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이들에게 미쳤을 수 있는 심각한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끔찍한 행동이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정신 질환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력적이지 않고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클레어 존스씨도 “그들(정신질환자) 모두가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모든 정신건강 센터가 폐쇄되면서 가족들이 돌보도록 환자를 남겨 두었고, 이제 가족들은 지쳤다”는 말로 주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