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힘이 되는…
힘이 되는 진실이 아닌, 진실이 힘이 되는 세상에서
이건 정치적 이야기다.
한 사람이 내게 묻는다.
“1번 찍었어? 2번 찍었어?”
또 다른 사람이 묻는다.
“내가 페이스북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년에 관한 내용 올렸는데 왜 ‘좋아요’ 안 눌렀어?”
그 옆 사람이 말한다.
“최순실 아니야? 최순실. 최순실 같은 사람이 여기 앉아 있네 그려.”
대놓고 물어보는 정치적 사건이나 사안은 이젠 더 이상 예민한 문제가 아니다. 삶에 지대하지는 않아도 조금의 영향을 끼친다고 아니할 수 없다. SNS에서는 치명적이다. 자기 파가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대놓고 헐뜯는다. 자신의 정치적 이견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내 ‘파’가 아니면 동물의 왕국의 그들처럼,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렁거린다.
한국에서 문화예술계 찬바람으로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다. 특히 연극계에서는 일타로 맞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그 블랙리스트로 인해 한국 연극계는 타격을 받았는가 말이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검열하고 자르고 못 올리게 한다고 연극들이 문을 닫았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연극인들은 더 자책하면서 작품을 올렸다. 작품의 재능이나 상상력이 없어질까봐 걱정하고, 정부지원금이 없어질까봐 노심초사했지, 이제부터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일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극 한 편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정치나 사회가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생각이나 양심들에 조용히 문을 마구 두들길 때, 우리들의 시간을 좌지우지하게 놔두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모습들이 다르고 먹고 자는 것이 다른 것에 대해서 아무도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의식들도 서로가 다름이 있다는 것을 ‘소통’해야 한다. 지적질이나 질타나 해코지가 아닌 방식으로 말이다.
차라리 그 시간(여러 가지 시간 중에 특히 남들에게 민폐 주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로운 여가 활동을 권장하고 싶다.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보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치 이야기가 아닌, 짧고 굵은 정치적 이야기였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백세인생이라 해도,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길지 않은 인생에서 오늘 하루 찬란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 만드는 작품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정치적, 사회적, 인류애적인 모든 것을 녹여 나올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아니어도, 사건 때문에 후원금이 막히는 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작은 소망이다. 어디서도 후원금을 받을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1번이나 2번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고 전 노 대통령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최순실 사건일 수도 있고, 요즘 들어 채스우드 지역에 자주 출몰하는 좀도둑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사회적 이야기들의 힘이 진실이 되게끔 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의 진실이 힘이 되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 것이다. 과연 그런 세상에서?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