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침입 난동의 전말
상상이 되는가. 세계가 어떤 지배현상 없이 쳇바퀴 돌듯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끼익’하는 불협화음 소리를 낸다면 어떨까. 그것도 전쟁이나 핵무기가 아닌, 별 보잘것없는 1초 따위가, 침입해서 말이다.
가 회사 : 말도 마, 2012년도에는 서버가 다 다운돼서 말야. 일을 하지 못했다니깐. 며칠을. 혼쭐났었지.
나 회사 : 우리도 미리 방지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1초가 모든 통신을 망가뜨릴 줄이야.
다 회사 : 우린 알고 있었지. 그래서 NTP를 이용했지. 1초를 무시하기엔 1초가 너~~~~무 아까워서 말이야~~~ 그럼 나 먼저 일어날게, 이렇게 노닥거리는 게 1초 1초 지나가는 게 느껴지지 않아? 그런 위대한 1초를 위하여(그렇게 일어나서 나가는 다를 가와 나가 쳐다본다. 어의없다는 표정으로)
이들의 대화에서처럼, 2012년도에는 1초의 침입 난동으로 정보통신 관련 기업이나 경제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었다.
먼저 1초의 존재 이유를 살펴볼까 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태양력에서 1년을 365일 5시간 48분으로 여겨, 남는 시간을 맞추려고 4년마다 한 번씩 2월 29일을 두는 것을 윤달이라고 한다. 이 윤달( leap month)처럼, 윤초(a leap second)가 있다.
윤초란 협정 세계시(UTC)에서 기준이 되는 세슘 원자시계와 지구의 자전 및 공전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시 사이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채워 넣는 여분의 초를 의미한다. 삽입하는 날짜는 두 군데로, 12월 31일과 6월 30일의 마지막에 1초씩 추가하는 것으로 바로잡는다.
이 윤초는 1972년 이후 27회 적용되었으며, 최근 적용된 윤초는 2016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UTC)에서 2017년 1월 1일 0시 0분 0초로 넘어갈 때 적용되었다.
호주 시각으로는 2017년 1월 1일 10:59:59에서 10:59:60, 11:00:00,11:00:01 즉 10시59분 60초에서 바로 11시 사이 1초가 추가되었다.
윤초 적용에 대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모발폰에 내장된 시계처럼 표준시를 수신하여 표시하는 전자시계는 윤초가 자동 적용되어 괜찮지만, 그 밖의 시계는 1초 늦도록 조작해야만 했다. 특히 정확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컴퓨터에 시간 동기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으면 안전하게 윤초를 대비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금융기관, 정보통신 관련 기업과 같이 정확한 시각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더욱이. 호주에서는 이미 2016년도 많은 서버나 인터넷 관계자들이 대비하였다고 한다.
지구의 자전은 해마다 조금씩 느려지고 있고, 그 때문에 언제나 정확한 간격으로 유지되는 원자시계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은 윤년을 운용하는 것만으로는 세밀한 오차까지 일일이 잡을 수 없으므로 계산에 의해 필요할 때마다 집어넣게 된 것이 윤초이다.
윤초의 상식이 너무 길어졌다. 이렇듯 계산에 의해 필요할 때마다 집어넣게 된 1초는 그냥 1초가 아니다. 1초가 쌓여서 1분이 되고, 분이 쌓여서 다시 시간이 되고, 날짜가 되기 때문에 1초 단위의 오차는 나중에 큰 차이를 낳게 된다. 당장은 1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1초라는 시차가 3,600번만 쌓인다면,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 정오 12시에서 13시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면 엄청난 차이가 생기고 우리 삶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
1초가 침입하여 난동한 세상을 우리는 알아 버렸다. 이 얼마나 기이하고도 경이로운 일인지. 1년은 365일, 하루는 24시간, 1분은 60초로 하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1일부터 시작해서 기념일을 만들고, 결혼하여 결혼기념일을, 아이를 낳아 생일을, 누군가 돌아가시면 기일을… 이렇게 하는데 거기에 갑자기 1초가 침입을 하면서 날짜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고 이 1초가 이렇게 시간의 혼란을 빚는다고 상상하니 세상엔 그냥 지나칠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습다고 생각했던 1초의 가치처럼, 우리네 삶에도 많은 1초의 인생들이 있다. 이런 1초 인생들의 가치가 하찮게 여겨지지 않도록, 1초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꿈이 밟히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1초의 가치가 죽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쓰레기 취급당하고,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다고 치부돼 가는 것들, 그런 것들이 외면당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올 한 해는.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