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bp 인하 확실시
다음 달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흔들면서, 웨스트팩(Westpac)을 포함한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5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RBA는 지난 2월, 14년 만의 최고치였던 4.35%에서 기준금리를 4.1%로 0.25%p(25bp) 인하한 바 있다.
당시 RBA는 정책 방향이 철저히 ‘데이터 기반’임을 강조했지만, 무역 갈등이 격화된 4월 들어 금융시장은 RBA가 5월 2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 내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NAB는 50bp 인하전망, 2026년까지 2.6%예상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National Australia Bank)은 더 나아가 5월 회의에서 50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RBA가 2026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2.6%까지 낮출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25bp씩 여러 차례 인하하는 방식이 충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곧 발표 예정인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인 ‘트림 평균(trimmed mean)’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RBA의 목표 범위인 2~3%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데이터보다 ‘무역전쟁 리스크’가 정책 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
웨스트팩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RBA 전 수석 경제이사였던 루시 엘리스(Luci Ellis)는 “지난 몇 분기 동안 RBA의 정책 방향은 철저히 데이터에 의존해왔다”며 “하지만 최근의 국제 정세는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분기 CPI 수치가 다소 실망스러워도, 5월 25bp 인하는 기정사실로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엘리스는 추가로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도, “이제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리스크는 상방보다 하방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ANZ, 글로벌 성장 하향, 직접 타격보다 심리 영향
ANZ은행의 호주경제 수석 애덤 보이튼(Adam Boyton)은 CPI 수치가 5월 금리 인하 근거를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해 ANZ가 세계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 수출 중 미국으로 가는 비중은 5%에 불과해 직접적인 관세 충격은 작지만, 글로벌 성장 둔화와 국내 경제 심리 위축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CBA 2.8%면 확정, 50bp 가능성은낮아
CBA(커먼웰스은행) 소속 경제학자 해리 오틀리(Harry Ottley)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2.8%로 하락할 경우 “높아진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5월 금리 인하가 확정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0bp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틀리는 “외부 충격 없이 50bp 인하가 이뤄지려면, CPI가 분기 대비 0.5% 이하로 나오고 4월 고용 통계에서 실업률이 크게 상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금리대출도 인하, 은행 금리경쟁 치열
이런 가운데, 맥쿼리 은행(Macquarie Bank)도 고정금리 주택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호주 5대 은행 중 하나인 맥쿼리는 2년 및 3년 고정금리를 20bp 낮춰 5.19%로 조정했다.
이는 시장 최저 수준이다. 지난 한 달간 총 18개 은행이 고정금리 대출의 일부를 인하한 가운데, 맥쿼리의 조치는 고정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금융 비교 사이트 캔스타(Canstar)의 샐리 틴달(Sally Tindall)은 “맥쿼리는 1년부터 5년까지 모든 고정금리 구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을 제시했다”며 “이번 인하는 RBA의 5월 회의를 앞두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확정은 아냐, CPI 발표전 관망 필요
하지만 틴달은 “5.19%의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차주(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RBA가 5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최종 판단은 다음 주 발표될 1분기 CPI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bp(25 basis points)
1 basis point=0.01%, 25bp=0.25%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