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냉동엔 적용 안돼
이제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을 원하는 비혼 여성과 동성 커플도 체외수정(IVF)에 대해 메디케어(Medicare) 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방 보건부가 ‘불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면서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해졌다. 수년간 이를 요구해 온 불임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연방 정부로부터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불임’ 정의는 “정기적으로 피임 없이 성관계를 했음에도 1년 동안 임신에 실패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동성 커플이나 혼자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여성은 첫 IVF 시술에서 수천 달러 상당의 메디케어 환급을 받지 못하고,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정의는 “환자의 의학적, 성적, 생식 관련 이력, 나이, 신체 소견, 진단 검사 또는 이들의 조합을 근거로 성공적인 임신이 어려운 경우”로 바뀌었다.
하지만 난자 냉동은 현재 메디케어 혜택 항목(Medicare Benefits Scheme)에는 독립적인 시술로 분류되지 않는다. 심각한 자궁내막증이나 암 치료 등 명확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메디케어를 통해 일반 IVF 항목으로 환급이 가능하지만, 이는 여전히 ‘회색 지대’로 간주된다.
2021년 프랑스는 의학적 필요 유무와 관계없이 난자 냉동에 대한 보조금을 도입한 첫 국가가 됐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일본도 2023년부터 보조금 지원을 시작해 ‘조용한 국가적 비상사태’로 불리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싱글여성이 주된 수요층, 보조금 필요성 제기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생식내분비학 및 난임 전문의 협회(ANZSREI)의 차기 회장이자 멜번 IVF의 의료 책임자인 라엘리아 루(Raelia Lew) 박사는 “비의학적 사유로 인한 난자 냉동에도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늦게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파트너와의 관계가 없기 때문이며, 많은 여성들이 그런 관계 안에서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타당한 절차이다.”
그는 또한 많은 여성이 40대에 보조 생식기술을 통해 출산하고 있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이 더 젊고 건강할 때 채취한 난자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적은 시술 횟수와 비용으로 가족 계획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는 개인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정부의 의료비 부담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현장 전문의들 기술 충분 접근성 문제
시드니의 모나시 IVF 본다이 지점에서 진료하는 부인과 전문의이자 복강경 수술 전문가인 제니 쿡(Jenny Cook) 박사는 “난자 냉동 시술을 받는 환자 중에는 싱글 여성과 커리어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여성들이 생식을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여성은 공부할 권리도 있고 독립적으로 살 권리도 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아직도 이런 기술을 개인 부담으로만 감당하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
반면 멜번의 부인과 전문의이자 생식 전문의인 제니아 로젠(Genia Rozen) 박사는 “난자 냉동을 선택하는 이들 중 실제로 냉동 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점이 보조금을 적용할 때의 ‘비용 대비 효율성’에서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개별 상황은 매우 다양하므로 메디케어 보조금 적용에 있어 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경직된 규정은 오히려 환자 맞춤 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어느 정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원보다 교육 우선 생식학회, 회의적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생식학회(FSANZ)의 회장이자 IVF 규제 기관 대표인 페트라 웨일(Petra Wale)은 “난자 냉동이 광범위하게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보조금보다는 가임력 저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며,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난자 냉동이 100% 보장된 결과를 주는 것도 아니며,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미루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대중은 가임력 저하에 대해 너무 순진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여성들에게 21세에 아이 낳으라고 하진 않지만, 30세와 35세, 40세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는 또한 “난자 냉동 사례는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경증 자궁내막증 등 포함 조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야당의 입장 “별도항목 고려안해”
정부 대변인은 난자 냉동 관련 질의에 대해 “난자 냉동이 IVF와 연관된 경우에만 해당 확대된 불임 정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정부에 MBS(의료혜택항목제도)에 난자 냉동을 위한 독립 항목을 신설하라는 전문가 위원회의 공식 권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립 야당은 “난임 문제를 겪는 가족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정책을 보다 적절하게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가족위한 진전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생식내분비학·불임학회(ANZSREI)는 이미 지난해 8월 자체적으로 불임의 정의를 수정한 바 있으며, 이후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에 같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ANZSREI 회장이자 IVF 오스트레일리아 소속 불임 전문의인 앨리슨 지(Alison Gee) 박사는지 박사는 “이번 변화는 정부가 보다 포괄적인 불임 정의를 수용했다는 뜻이며, 이는 동성 커플과 비혼 부모들에게 더 공정한 생식 의료 접근을 보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