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미드에서 첫 시위
서부 시드니의 웨스트미드 병원(Westmead Hospital)이 뉴사우스웨일스(NSW) 의사 총파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오늘 화요일 아침, 약 200명의 수련의, 전문의, 임상자들이 병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며 3일간의 파업을 본격화했다. 이날 시위에는 녹색당(Greens) 의원들도 함께했고, 병원은 공휴일 근무 체계로 운영되며 일부 진료는 제한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향후 3일간 수천 명의 의사들이 근무지를 이탈할 계획이다. 참여자들은 “안전한 환경, 안전한 진료(Safe conditions, safe care)”를 외치며 “임시방편은 이제 그만(No more Band-Aid solutions)”, “빅토리아주 의사처럼 대우해달라(Pay me like one of your Victorian girls)”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의사들은 타주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보수 문제를 지적하며 3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40년 만의 희망”
호주봉급의료협회(ASMOF-Australian Salaried Medical Officers Federation)의 마크 프리슬리(Mark Priestly) 위원은 “웨스트미드 병원에서 수십 년 근무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 최소 40년 전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 정말 오랜만에 무언가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 “웨스트미드는 남반구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이지만, 오늘도 응급진료와 필수 진료는 공휴일체계로 운영된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모두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며 시민들에게 안심을 당부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시민이나 환자들이 기대할 만한 조건이고, 이미 다른 주에서는 다 제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시멜로 논란 재점화
존 헌터 병원(John Hunter Hospital)에서 지난해 수련의들이 10일 연속 야간근무에 반발하자 병원 행정팀이 이들을 ‘임상 마시멜로(clinical marshmallows)’라 부른 이메일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시위에서 일부 의사들은 불타는 마시멜로 그림과 함께 “번아웃(Burn out)”이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병원 측의 처우를 비판했다.
지역 병원들도 합류
ASMOF 소속 의사들은 화요일 오전 10시까지 포트 맥쿼리 병원(Port Macquarie Hospital), 코프스 하버 병원(Coffs Harbour Hospital) 등에서도 파업에 동참하며, 파업은 NSW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보 부족, 당국 ‘눈 가리고 아옹’
NSW 보건 당국은 이번 파업과 관련해 어느 병원, 어느 부서에서 몇 명이 참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매튜 댈리(Matthew Daly) NSW 보건부 부차관은 “ASMOF가 병원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업 참여 인원과 부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위험 수준 자체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정도로 정보가 산발적으로 들어오면 실제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수 진료는 공휴일 체계 유지
ASMOF NSW 지부의 앤드류 홀랜드(Andrew Holland) 집행이사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주요 부서는 주말, 야간, 공휴일 수준으로 인력을 배치해 환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비응급 수술(elective surgery)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중환자의학 전문의 베흐니 사마디(Behny Samadi) 박사는 “의사들은 하루 최대 16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있고, 피로 누적 상태가 심각하다”며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근무 조건 전반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우리는 피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피로 관리 시스템도, 안전한 근무 시간 기준도 없다. 특히 대기 근무 중에는 초과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금 격차, 해소될까
ASMOF는 타주와 비교해 낮은 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총 3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크리스 민스(Chris Minns) NSW 주정부는 3년에 걸쳐 10.5% 인상을 제안한 상태다. 라이언 파크(Ryan Park) 보건부 장관은 “수천 명의 의사가 공공 의료 시스템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환자 안전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없다”며 “응급실 인력 부족과 수백 건의 선택 수술 취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