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이 5달러 지폐 디자인 변경에 50만 7,000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지폐 교체는 영국 군주 이미지를 배제하고 호주 원주민의 예술작품을 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 하지만 야당은 이 프로젝트를 두고 “이념에 따라 추진된 낭비성 사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디자인위해 전국순회 “Country와의 연결”
RBA는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원주민 공동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알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 케언즈(Cairns), 콘도볼린(Condobolin), 다윈(Darwin), 호바트(Hobart), 오렌지(Orange), 토레스 해협(Torres Strait) 등 전국 각지의 지역을 직접 방문했다고 밝혔다. “총 40개 이상의 원주민 단체에서 온 약 100명의 커뮤니티 대표자들을 만났으며, 전국 곳곳의 참여를 위해 다수의 온라인 설명회도 함께 진행했다”고 RBA는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RBA는 총 2,000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수렴했고, ‘5달러 지폐 이미지 선정 위원회($5 Redesign Imagery Selection Panel)’를 구성해 최종 주제를 선정했다. 지난 3월 17일 RBA는 해당 주제를 “Country와의 연결(Connection to Country)”이라고 발표했다. RBA는 “새롭게 디자인될 5달러 지폐는 원주민들이 느끼는 Country와의 감정적·정신적·물리적 연결을 기리는 의미를 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5달러 지폐 교체에 50만 달러 쓴다
정부 효율성과 원주민 사안을 담당하는 야당 대변인 자신타 남피진파 프라이스(Jacinta Nampijinpa Price)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알바니즈 정부가 이념에 따라 행동한 또 다른 사례”라며 “이들이 집권한 이래로 실제로 소외된 원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5달러 지폐 디자인 하나에 50만 달러를 쓰면서,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라고 언급했다.
5달러 지폐에서 영국 왕실 인물의 얼굴을 제외하자는 논의는 2022년 9월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 여왕의 서거 직후 시작됐다. 차머스 장관은 “정부는 원주민 문화와 역사를 기리는 새로운 디자인을 지지하며, 포괄적이고 참여적인 협의 절차가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이 방향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린다 버니(Linda Burney) 당시 원주민 장관도 이 결정 과정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아직 개발 중인 새 5달러 지폐는 보안 강화를 위한 최신 기술도 함께 적용될 예정이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