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더튼(Peter Dutton) 야당 대표는, 자유당이 집권 후 금융 규제 당국에 현행 주택 대출 심사 기준을 완화하도록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의 엄격한 대출 규정이 많은 호주인들을 주택 시장에서 배제하고 ‘모기지 포로(mortgage prisoners)’ 계층을 양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기지 포로’란 금리가 높은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고 싶어도 대출 규정상 재승인이 어렵거나 불가능해 기존 대출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젊은층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자유당 주택 담당 대변인 마이클 수카(Michael Sukkar)는 5월 3일 총선에서 자유당과 국민당의 연합인 연립정부(Coalition)가 승리하면 주택 대출 규정을 개정해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유층만 유리한 주택 시장 개혁
수카 의원은 현행 주택 시장이 상속 재산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의 재정적 지원 없이 집을 사려는 이들은 더 높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상속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요일(2일) 멜번 부동산 컨퍼런스에서 “자유당 정부는 이러한 불평등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 세대들이 누렸던 주택 구입 기회를 지금의 젊은 세대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대출 심사 기준 완화, 주택 시장 진입문턱 낮출 것
연립정부는 집권 시 호주 금융감독원(APRA)에 현재 3%로 설정된 대출 상환 능력 심사 기준을 낮추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APRA는 2021년 기준금리가 0.1%까지 내려갔을 당시 대출 상환 여력을 평가할 때 3%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기준금리가 4.1%로 오른 상황에서 이러한 심사 기준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것이 수카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정부는 대출자의 대출비율(LTV)에 따라 대출 금리가 인위적으로 상승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는 은행이 적용하는 대출 조건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카 의원은 “현재의 대출 심사 기준은 실제로 상환 능력이 충분한 많은 사람들의 대출을 막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가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 소유 확대, 정부의 최우선 과제
지난주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는 “연립정부는 주택 소유를 확대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로버트 멘지스(Robert Menzies) 시대의 주택 소유 확대 정책을 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카 의원은 주택 문제를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정책 실패로 규정하며 “노동당(Labor)의 금융 정책은 많은 호주인들이 주택을 소유하는 길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당이 설정한 금융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당은 정부가 APRA의 ‘기대 성명(Statement of Expectations)’을 재조정해, 금융 규제 당국이 주택 접근성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별적 대출 규정 철폐 추진
수카 의원은 “일괄 적용되는 대출 규정 때문에 수만 명의 호주인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자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APRA가 대출자 보험(Lenders Mortgage Insurance, LMI)이 적용된 대출의 자본 처리 방식을 조정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LMI는 대출자가 부동산 가치의 80% 이상을 대출받을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일부 대출자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자유당, 멜번 공항 철도 투자 계획
한편 자유당은 노동당 정부가 계획한 빅토리아(Victoria) 교외 순환철도(Suburban Rail Loop) 예산 수십억 달러를 철회하고, 대신 멜번 공항 철도(Melbourne Airport Rail) 건설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당, 민간 투자 유치로 임대 주택 확대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주택부 장관은 같은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민간 부문과 협력해 노동당의 ‘Build to Rent’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향후 10년간 8만 채의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연기금(superannuation funds)이 투자 수익률 문제로 인해 참여를 꺼리고 있어, 현재 호주에서 ‘Build to Rent’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주택 시장의 0.2%에 불과하다. 이는 영국(5.4%)이나 미국(12%)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오닐 장관은 “노동당 정부는 최근 ‘Build to Rent’ 관련 세제 개편안을 최종 승인했다”며 “이제 민간 부문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 운영 중인 8,600채의 ‘Build to Rent’ 주택과 건설 중인 1만7,500채의 주택이 이번 세제 개편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이 중 10%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당은 자유당이 집권할 경우 ‘Build to Rent’ 프로그램에 대한 세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당이 해당 프로그램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노동당은 자유당이 100억 달러 규모의 ‘Housing Australia Future Fund’, 63억 달러의 ‘Help-to-Buy’ 제도, 30억 달러의 주택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닐 장관은 “자유당 정부는 주택 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