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적인 대응 장기 전략 필요
호주가 사슴, 토끼, 멧돼지 등 야생 유해동물(feral animals) 문제로 수억 달러의 농업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이 부족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부들과 침입종 전문가들은 야생 유해동물 박멸 및 통제 정책이 주 내에서도 일관되지 않고, 주 간 조율도 부족해 대응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아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유해동물이 취약해지는 시기에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생 사슴 200만 마리로 증가
침입종관리위원회(Invasive Species Council)에 따르면 야생 사슴(feral deer) 개체 수는 지난 20년 동안 10배 증가해 현재 약 200만 마리에 이르며, 연간 약 1억 달러의 농업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야생 멧돼지(feral pigs)는 현재 약 400만 마리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농업 피해 규모는 연간 1억 5,600만 달러에 달한다. 토끼 개체 수도 최근 몇 년간 기후 조건이 좋아지면서 급증했다. 기존의 주요 방제 수단이었던 칼리시바이러스(calicivirus)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토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칼리시바이러스는 토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도입된 바이러스로, 감염된 토끼의 치사율이 높지만 최근 그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연방 정부 지원 6월 종료 예정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사슴, 멧돼지, 들고양이(feral cats), 여우(fox) 관련 국가 조정 프로그램의 예산 지원이 오는 6월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농업계와 침입종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잭 고프(Jack Gough) 침입종관리위원회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간 기후가 좋았던 탓에 대부분의 야생 유해동물 개체 수가 급증했다”며 “특히 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야생 멧돼지가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면서 농업과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은 악화되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변화하면서 유해동물의 분포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국제 교역 증가로 인해 새로운 침입종이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기관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는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때마다 일시적인 예산이 지원되는 방식인데, 이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아니라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우리가 유해동물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략적 투자 없이는 효과 없어
고프 CEO는 “야생 유해동물은 국경이나 토지 소유권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해동물이 급증한 시기에 단순히 총을 많이 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말 필요한 것은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정부가 최소 4년간 국가 조정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각 주 및 관할권 간 방제 전략 공유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만약 정부가 결정을 미루거나 총선 이후로 연기한다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인력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협력 관계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 사슴 대응 계획 예산 부족
2023년 발표된 국가 사슴 대응 계획(National Deer Action Plan)은 야생 사슴이 서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은 상황이다.
고프 CEO는 “현재 호주에 서식하는 6종의 야생 사슴이 대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몇 년 안에 카카두(Kakadu), 킴벌리(Kimberley), 뉴사우스웨일스(NSW) 서부, 퀸즐랜드(Queensland) 서부까지 사슴이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 계획에 따라 멜번에서 NSW 서부를 거쳐 퀸즐랜드 록햄프턴(Rockhampton)까지 이어지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그 서쪽 지역에서는 사슴을 완전히 박멸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까지의 예산 지원 수준으로는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침입종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에서 최소 2,800만 달러를 국가 사슴 대응 계획에, 6,000만 달러를 국가 들고양이 위협 저감 계획(National Feral Cat Threat Abatement Plan)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위협을 줄이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농업계도 정부 지원 촉구
농업계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스노위마운틴(Snowy Mountains) 지역에서 소 사육을 하다가 현재 빅토리아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테드 롤리(Ted Rowley)는 “연방 정부의 지원과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생 사슴과 멧돼지 방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관할권 간의 협력”이라며 “이 동물들은 주 경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사유지 경계도 무시한다. 법적 관할권도 개의치 않는다. 만약 방제 계획에 한쪽에서만 협조하지 않는다면, 전체 계획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농장과 이웃 농장에서 매년 4,000~6,000마리의 야생 사슴을 사냥했지만, 태평양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내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