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한 가치관이 만든 혼란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는 가족 중심적이고 공감적인 가치에서 점점 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방향으로 이동했다.
여성운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직업 기회를 제공하고 선택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부모가 아이 양육의 책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어머니들은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역할의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자기실현을 강조한 ‘미(Me) 운동’은 자아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가 책임을 대체했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타인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TV, 광고, 소비주의가 발달하면서 행복의 기준이 삶의 방식과 물질적 풍요로움에 맞춰졌다. 경제적 기회가 확대되면서 직업적 성공이 인간관계보다 우선시되는 흐름이 강해졌고, 이는 가족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결과로, 우리는 이제 가족과 돌봄보다 일과 소비를 우선시하는 세대,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을 강조하는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 깊은 정서적 유대보다 피상적인 관계가 중시되며, 이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아이들은 단순히 불만족스럽고 무료한 삶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착 장애, 중독, 우울증, 불안, ADHD, 자살 충동, 성격 장애, 외로움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통해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가치도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에 퍼지는 나르시시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르시시즘’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외모나 능력을 과도하게 사랑하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성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기애적 성향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르시시즘의 개념과 특징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Narcissus)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연못에 빠져 죽은 인물을 뜻한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애적 성향으로 정의하며, 자기중심적 사고와 공감 부족이 주요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나르시시즘을 정상적인 범주의 자기애와 병리적 자기애로 구분한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존감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병리적 자기애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사회와 나르시시즘의 확산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르시시즘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외적인 성공과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 강조되면서 ‘보여주기식 삶’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개인의 내면보다는 외적인 성취와 이미지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쟁적 사회 분위기도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학업, 직장, 사회적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고 타인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나르시시즘 부모와 자녀의 정신 건강
나르시시즘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나르시시즘적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녀의 감정과 필요를 무시하고, 자신의 기대에 맞춰 행동할 것을 강요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지거나,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나르시시즘적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우울증, 불안장애, 애착 문제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자녀가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려면 부모가 공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한 양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사실 건강한 ‘자아’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자존감, 자기 가치, 자기 돌봄과 같은 긍정적인 자아 개념이 있어야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생후 3년 동안 주요 애착 대상(보통은 어머니)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형성해 나간다.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사랑과 안정감을 제공하면, 아이는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감정적 어려움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키운다.
아이의 건강한 자아 형성을 위한 부모의 역할
-애착 안정성: 신체적·정서적으로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보며,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공감과 감수성: 아이의 감정을 반영하고 이해하며,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존중과 무조건적인 사랑: 아이의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과 실수도 받아들이며 사랑해야 한다.
-독립성 존중: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건강한 부모: 부모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며, 개방적이고 비판 없는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이 중심이 되어야
부모가 아이에게 애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돌볼 때, 아이들은 사랑을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법을 익힌다. 반면, 부모가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우선시하면, 아이는 버려졌다는 감정을 느끼고 불안과 우울 속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정의 가치를 회복하고, 아이들을 위한 양육 방식을 바꾼다면 현재의 정신건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선택
전문가들은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자기애적 사고방식이 강화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자기애를 유지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공감과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정과 교육기관에서도 아이들이 올바른 자아 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르시시즘의 확산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균형 잡힌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자기중심적인 문화와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계속된다면, 아이들과 성인의 정신건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가정은 건강한 사회의 기초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헌신과 희생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금 점점 더 기능이 저하된 젊은 세대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 위기는 즉각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희망은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간 본연의 본능인 돌봄과 희생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며, 우리 아이들과 사회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