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제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의 매출은 감소하고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임금 상승 부담이 가중되면서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 JP모건,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NAB)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경제 성장 둔화가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2024년 9월 분기까지 1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기업 매출 감소 속 비용 부담 가중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의 셰란 언더우드(Sheraan Underwood)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 둔화가 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의 재량 지출에 의존하는 외식업과 소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운영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는 "노동 비용이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2025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와 보험료와 같은 비노동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언더우드는 "기업들이 이제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동력 부족 여전, 실업률 급등 가능성도
그러나 NAB의 최신 기업 환경 조사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해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기업들은 "적절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여전히 주요 경영 과제로 꼽았다. NAB는 "임금 비용이 기업 신뢰도를 가장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마진 압박, 수요 둔화, 노동력 부족이 주요 우려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20일 발표될 1월 실업률 통계에서 실업률이 급등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JP모건의 톰 케네디(Tom Kennedy)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여름철 노동시장 참여율이 변동성이 커져 실업률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4년 말 직장을 떠났지만 이미 새 일자리를 확보한 대기 인력의 비중이 크다"며 "이러한 변동성이 실업률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 흐름 지속, 금리 인하 기대감
NAB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느끼는 비용 압박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더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NAB는 보고서에서 "지난 2024년 12월 분기 동안 가격 상승 압력이 대체로 완화됐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경제 성장 둔화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석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AB는 "소비 회복의 정도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 환경과 신뢰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레디터워치(CreditorWatch)의 이반 콜훈(Ivan Colhou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AB의 노동시장 분석을 고려할 때, 호주중앙은행(RBA)이 급격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불확실성, 투자 위축 우려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는 기업 환경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호주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는 2024년 초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언더우드는 "금융위기와 팬데믹 같은 경제적 충격 이후,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불확실성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지연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며 "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경제는 여전히 평균 이하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 회복이 더욱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에도 금값은 상승… "트럼프 효과 반영"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금값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호주 주요 금광업체 중 하나인 에볼루션 마이닝(Evolution Mining)의 최고경영자(CEO) 로리 콘웨이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값 상승이 예상되긴 했지만, 최근의 급등세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금값이 온스당 2,600~2,7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지만, 여기에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을 안전자산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평가다. 콘웨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금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주 금광업체 주가 상승세
금값 상승에 따라 호주 증시에서 금 관련 주식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에볼루션 마이닝 주가는 2025년 들어 23.5% 상승했으며, 업계 최대 기업인 노던 스타(Northern Star)도 18.5% 올랐다. 벨 포터(Bell Potter) 증권사는 에볼루션 마이닝에 대해 '매수' 등급을 부여하며 12개월 목표 주가를 6.65달러로 제시했다. 다른 금광업체들도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골드로드(Gold Road)는 1년 새 80% 급등했으며, 라멜리우스 리소시스(Ramelius Resources, 75%), 퍼세우스 마이닝(Perseus Mining, 70%) 등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지속… 수요 증가 전망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금 수요는 연간 4,974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크게 늘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Group)의 금 선물 시장에서도 거래량이 급증하며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대규모 금 현물 인도를 결정했으며, 이는 금 선물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값 상승세 지속 전망… "투자자 신뢰 확보가 관건"
콘웨이 CEO는 "금광업체들은 안정적인 생산과 재무 관리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금값 상승에 따른 이익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