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변경 가능성 모델링 중… 과거 노동당, 해당 제도변화 제시했다가 ‘선거 패배’ 경험
녹색당, 한 채 이상 투자용 부동산 소유자 대상으로 세제 혜택-자본 이득세 단계적 폐지 요구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본 경우 투자자 개인 세금에서 이를 감면해주는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은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 왔다. 지금도 캔버라 의회 내에서는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정당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전 집권 정당은 이 세금 제도의 변화나 대대적인 개혁을 외면해 왔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가 이의 변화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승리할 뻔한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쇼튼 전 노동당 대표가 네거티브 기어링이라는 이름의 세금 공제에 대한 변경 사항을 내놓은 지 5년 만에, 재무부에서 이 제도의 변경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모델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녹색당은 이전처럼 이 제도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유당은 투자자들에게 타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은근한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다.
녹색당은 현 집권당인 노동당의 주택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네거티브 기어링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와 함께 자본 이득세 할인이 폐지 또는 단계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한 법안에 반대할 것임을 밝혀 왔다. 가장 최근인 이달(9월) 셋째 주, 노동당의 ‘Help to Buy scheme’이 상원에서 표결을 가졌지만 녹색당은 연립(자유-국민당) 야당과 연합해 법안 검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 정책은 신규 건설 주택에 대해 40%,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30%를 대출하여 매년 1만 명의 주택 구입자들에게 내집 마련을 이루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2016년과 2019년 선거에서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 개혁을 제시했지만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선거에서 패배한 씁쓸한 경험을 갖고 있다.
▲ 녹색당이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녹색당은 자산 비용을 물가상승에 맞춰 조정(indexation)하는 방식으로 자본 이득세(capital gains tax) 할인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산을 팔 때 생기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때 현재 제공되는 할인 혜택을 없애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또한 한 채 이상의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에 대해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녹색당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할인 혜택을 폐지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을 더 많은 공공주택 건설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네거티브 기어링은 언제부터 시행됐나= 네거티브 기어링은 1936년 호주 세금법에 따라 허용됐다. 이는 주택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주택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1985년 밥 호크(Bob Hawke) 총리 및 폴 키팅(Paul Keating) 재무장관 당시 2년간 폐지됐었다.
그러다 1987년 전국 평균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다시 도입되었지만 임대료 상승 부분에서의 네거티브 기어링의 역할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본 이득세 할인은 1999년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 및 피터 코스텔로(Peter Costello) 재무장관 당시 정부가 실제 자본 이득을 계산하는 인덱싱(indexation) 방법(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함)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했다. 자본 이득세에 대한 50%의 정액 요율이 더 간단한 방법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 이 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의 수는= 국세청(ATO) 자료에 따르면 2021-22 회계연도에 약 130만 명이 (투자용 부동산으로) 긍정적 또는 공평한 수익(positively or neutrally geared. 투자 비용에 대해 수익을 냈거나 동일한 임대 수익을 거두었음)을 보았고, 95만 명이 투자 손실을 입었다.
현재 납세자의 약 20%는 투자용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은 소유 부동 자산을 매각할 때 자본 이득세 혜택을 볼 것이다. ATO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경우 2021-22년 기간 동안 자본 이득의 40% 이상이 부동산 투자(주식이나 다른 자신이 아닌)에서 발생했다.
▲ 이 제도는 정부 예산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초래하나= 지난 6월 녹색당이 의회 예산국에 요청한 비용 분석에 따르면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 할인으로 인해 정부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약 1,76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올 회계연도(2024-25년), 네거티브 기어링으로 인해 손실된 정부 수입은 약 6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자본 이득세 할인으로 54억 달러의 예산이 지출될 전망이다.
이 비용 분석을 보면 2024-25년 기간 동안 자본 이득 할인의 약 80%가 소득 상위 10%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 부유층을 위한 세금 제도라는 비난의 근거인 셈이다.
▲ 장단점은 무엇?= 일각에서는 네거티브 기어링이 주택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 공급을 늘리고 임대료와 주택 가격 하락에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독립 경제학자 사울 이슬레이크(Saul Eslake) 연구원은 특히 기존 주택의 경우 네거티브 기어링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들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세금 제도로 인해 부동산 투자자가 기존 주택을 매입할 때, (다른 잠재 구매자와의 구입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서 거주하기 위해 매입하려는 이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 싱크탱크 ‘Impact Economics and Policy’의 안젤라 잭슨(Angela Jackson) 선임 경제연구원은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 할인은 현재 와해된 주택 시스템의 맥락에서 문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단순히 수요, 특히 투기적 수요를 증가시킬 뿐”이라며 “다만 공급 측면의 문제인 승인 및 인지세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주택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책연구소인 ‘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피터 튤립(Peter Tulip) 수석 경제학자는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 할인을 폐지하는 데에는 예산을 늘리는 것과 같은 재정적 이유가 있지만 주택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개혁에 비해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세금 감면은 주택 가격에 몇 %의 차이를 의미한다”는 그는 “구역 지정에 대해 언급할 때 우리는 30~50%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 요점은 무엇인가= 노동당은 2019년 연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네거티브 기어링의 변화를 경계할 수 있지만 이슬레이크 연구원은 “이를 폐지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고 주택 소유율을 개선할 것이며, 또한 자본 이득세 할인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잭슨 연구원은 자본 이득세 할인이 주택 가격 상승에 기여하지만 임대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에는 정당한 비용이 따르므로 네거티브 기어링을 안전히 폐지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튤립 경제학자는 주택가격 부담 가능성 논쟁과 관련해서는 더 큰 쟁점이 있지만 세금 감면을 개정해야 한다는 타당한 주장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