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티처’로 2020년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서수진 작가가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북토크를 열었다.
지난 8월 29일 오후 6시 30분, 로즈 소재 앰퍼샌드 카페에서 ‘북앤시프'(Book and Sip)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서 작가는 첫 소설집 <골드러시>와 신작 장편소설 <다정한 이웃>을 소개했다.
<골드러시>는 제13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표제작 ‘골드러시’를 비롯해 8편의 단편을 수록했으며, <다정한 이웃>은 시드니 한인 교민 여성 4명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서울 출신으로 5년째 시드니에 거주 중인 서 작가는 한인 이민자를 소재로 독특한 소설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그는 “내 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첫 독자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서 작가는 ‘골드러시’를 통해 호주에서 한국인의 정체성과 일상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비자 문제로 얽힌 부부의 7년간 결혼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이민자들의 희망과 절망을 담아냈다.
서 작가는 “’골드러시’를 쓰면서 울었고 다 쓰고 읽을 때 울었고 실제 주인공이 된 친구에게 보여주고 그 친구가 울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 울었다”면서 “소설을 객관화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젊은 작가상을 받고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영어와 독어로 번역도 돼 진심이 독자에게 전해져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토크에서는 ‘한국인의 밤’과 ‘캠벨타운 임대주택’ 등 다른 단편들도 소개됐으며, 한인 사회 내 계급의식과 이민자들 간에 편견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서 작가는 한인 사회에 ‘영주권 이상 이하’라는 말이 있는데 출판사 편집자는 이를 비문이라고 했음에도 입말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그대로 소설에 썼다면서 “위계나 서열문화가 싫어 한국을 떠났는데 오히려 이민자 사회 안에 이런 계급 문화가 첨예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서수진 작가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30년 정도 교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디 한번 당신이 얼마나 우리를 잘 표현했는지 보자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다가 어 잘 쓰는데 하는 말이 나왔고 나중에는 이건 내 얘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감을 표했다.
서 작가는 ‘캠벨타운 임대주택’의 한 부분을 읽은 후 “난민 반대를 내세워 당선된 호주 총리가 있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이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면서 “한국인 이민자 역시 다른 게으른 이민자들과 선을 그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서수진 선생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굉장히 공감했는데 한편으로 제가 처한 위치와 좀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 호주에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자신이 습작하던 시절에 대해 서 작가는 “10년 동안 잠에서 깨어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소설 생각만 했다”면서 “내가 너무 좋아해서 거듭 고백하는데 계속 차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리안 티처’를 쓸 수 있었던 이유를 “당시 글을 놓고 일을 했는데 오히려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면서 “글 외에 좋아하는 게 있어야 오래 글을 쓸 수 있고 오래 쓰면 잘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수진 작가의 시드니 첫 북토크는 ‘앞담화’가 끝난 뒤에도 작가와 참석자들 사이에 ‘뒷담화’가 밤늦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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