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차역 중앙 홀의 소규모 업체들 ‘타격’, 신설 메트로 역 구내 각 업소들 ‘호황’
노스 시드니(North Sydney) 기차역 구내에서 ‘미스터 미닛’(Mister Minit. 구두 수선, 열쇠 복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을 운영하는 아드리안 브라이언(Adrian Bryan)씨는 도심 경전철 Sydney Metro City 라인이 개통하던 지난 8월 19일(월) 이른 아침, 매장에 도착했을 때, 평소 가장 바쁜 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상권이 완전히 위축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마운트 드루이트(Mount Druitt)에 거주하는 브라이언씨는 노스 시드니의 근무지로 출근할 때 새로운 경전철 라인을 이용할 이유가 없지만, 기존 역과 함께 이 노선이 추가됨으로써 낮시간대의 고객이 늘어나 매출이 안정될 것이라 기대했었다.
이날 개통한 메트로 시티 라인에는 9개의 기차역이 있다. 이 가운데 6개 역은 새로 만들어졌으며 다른 3개는 기존 역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과한다.
기존 기차역 구내 또는 인근에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들 가운데 고객이 줄어든 것을 눈치챈 이는 비단 브라이언씨만이 아니다. 이들은 216억 달러가 투입된 새 경전철 운행이 시작된 이날(8월 19일), 기차를 이용한 출근객은 물론 매장을 찾는 이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남서부 탈라왕(Tallawang)에서 채스우드를 거쳐 도심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 기차를 갈아탈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일부 기차역을 오가는 이들은 자연히 감소하게 된 것이다.
기존 노스 시드니 기차역(North Sydney station)을 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Greenwood Plaza’ 쇼핑센터의 각 매장 직원들은 이곳에 새로 만들어진 ‘Victoria Cross’ 메트로 역을 선호하는 이들로 인해 오전 9시 이전 및 오후 5시 이후는 물론 점심 무렵의 러시아워에도 영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틴 플레이스 기차역(Martin Place station) 중앙 홀(concourse)에 자리잡은 스몰 비즈니스들 또한 새로운 메트로 기차역 중앙 홀을 통해 이동하는 보행자들로 인해 오가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NSW 주 교통부 데이터에 따르면 메트로 시티 라인 개통으로 노스 시드니 역을 포함한 일부 주요 기차역 승객 및 통행자 부담이 완화되었다. 메트로 시티 라인 개통 다음 날인 8월 20일(화) 집계를 보면 기존 기차 승객의 교통카드 탭온 및 탭오프(tap-ons and tap-offs)는 한 주 전 같은 날 대비 37% 감소해 약 3만4,100명이었다. 노스 시드니 기차역을 출입하는 이들은 약 2만240명이 줄었고, 반면 메트로 시티 라인 개통 다음날, Victoria Cross 메트로 역을 이용한 이들은 2만9,630명에 달했다.
호주 제빵 프랜타이즈인 ‘Bakers Delight’ 노스 시드니 매장 직원인 샬롯 우드록(Charlotte Woodlock)씨는 메트로 시티 라인 개통으로 매출 감소는 물론 낮시간에도 평소와 달리 바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의 슈퍼마켓 ‘IGA’ 매장 관리 보조로 일하는 토니 페트코브스키(Tony Petkovski) 또한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다. 다만 그는 “조만간 다시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기존 기차역 옆에 새로운 역이 생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기존 역을 오가는 이들이 일시적으로 줄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복권판매점 ‘The Lott’의 한 직원은 얼마 전 ‘Powerball’ 복권 누적액이 1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손님이 줄을 크게 늘어나기도 했었다며 “새로 개통한 메트로 시티 라인이 더 많은 사람들을 기차역으로 불러들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시드니 CBD와 달리 노스 시드니의 경우 팬데믹 사태 이후 (스몰 비즈니스 상황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며, 재택근무자가 늘어나 이전처럼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시드니 도심, 마틴 플레이스의 실정 또한 노스 시드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기차역 콩코스에 있는 카페 ‘La Cantina’ 관리자인 일레인 스노든(Elaine Snowden)씨는 메트로 라인이 생기면서 이전 기차역을 오가는 출근자들이 감소했음을 실감하고 있다.
메트로 시티 라인은 북부 채스우드(Chatswood)에서 남서부 시든엄(Sydenham)을 잇는 노선이다. 이 라인 상의 9개 기차역 주변 스몰 비즈니스들은 보다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메트로 라인으로 재택근무자들을 사무실로 불러오고, 이로써 각 소매업체들의 영업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했었다.
메트로 시티 라인 개통 다음날인 화요일(8월 20일), 노스 시드니 기존 기차역과 신설 Victoria Cross 메트로 역에서 교통카드를 탭온(tap-on)하거나 탭오프(tap off)한 이들은 총 6만3,739명이었다. 이는 기존 노스 시드니 기차역만 있을 때에 비해 17% 더 많은 이들이 기차(메트로 라인 및 기존 기차 라인)를 이용한 수치로, 재택근무를 하던 이들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기차 라인에 이어 메트로 경전철의 빠른 이동 시간이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달, NSW 주 정부는 팬데믹 사태를 기해 재택근무를 하던 공무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도심 마틴 플레이스에 새로이 사무실을 마련한 금융기업 ‘Macquarie Group’은 자사 직원들의 재택근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매콰리그룹의 마틴 플레이스 사무실 건물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직원을 한 장소에서 근무하도록 한 프로젝트이다. 만약 매콰리그룹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고 사무실 복귀를 원칙으로 한다면 마틴 플레이스 일대의 출퇴근 인파 회복에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메트로 시티 라인 상의 새 기차역 구역 스몰 비즈니스들은 많은 손님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메트로 시티 라인의 노스 시드니 신설 역인 Victoria Cross 푸드 구역의 베트남 레스토랑 ‘Marrickville Pork Roll’에서 일하는 베일 응웬(Bale Nguyen)씨는 “경전철 라인 개통 첫날부터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 구역의 커피 전문점 ‘Only Coffee Project’ 소유주인 사무엘 리(Samuel Lee)씨 또한 출근 시간에 커피를 사는 이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노스 시드니)이 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리씨는 “팬데믹 이후 이곳(노스 시드니)은 더없이 한적해졌다”면서 “보다 빠른 이동이 가능한 새 경전철이 노스 시드니에서 주말 시간을 즐기려는 다른 교외지역 거주민들을 끌어들일 것이라 본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