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부 예고한 ‘workplace justice visa’… 부당 해고 경우 최대 12개월 ‘체류’ 허용
비자 스폰서 고용주와의 문제로 해당 회사를 떠난 숙련 기술 취업비자 소지자들이 새 스폰서를 찾거나 다른 비자를 신청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 △Temporary Work (Skilled) visa (subclass 457), △Temporary Skill Shortage visa (subclass 482), △Skilled Employer Sponsored Regional (provisional) visa (subclass 494)를 소지한 이들이 고용 관련 문제로 비자 기간 만료 전, 고용주를 떠나게 될 경우, 허용된 비자 기간 내, 다른 비자 또는 스폰서를 찾기 위해 최대 12개월 동안 호주에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정부는 숙련기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자 스폰서 업체의 노동, 임금착취를 막고자 올 회계연도부터 새 비자 시스템을 도입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고용 관련 문제로 비자 스폰서와 결별하게 된 취업비자 소지자들은 ‘승인된’ 스폰서 분야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24일(수)부터 시행된 ‘workplace justice visa’라는 이름의 ‘subclass 408’는, 호주에 머물 수 있는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로 하여금 최대 1년간 합법적으로 호주에 머물면서 직장 내 소송에 맞설 수 있도록 한 새 비자이다.
취약한 취업비자 소지자들을 지원하는 각 법률단체 등은 연방정부의 새 비자 시스템을 환영하며 노동착취에 맞서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는 반응이다.
민간 지원기구 ‘Human Rights Law Centre’의 산마티 베르마(Sanmati Verma) 수석 변호사는 이 제도가 시행된 후 여러 명의 이주 노동자를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한 많은 이들 가운데는 이전 고용주로부터 오랫동안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도 있다”면서 “그녀는 회사를 그만둔 후 호주에 머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재정적으로도 매우 곤란한 상황(selling-the-fridge stage)에 처했었다”고 말했다.
■ subclass 408’ 비자는
이 비자는 신청자에게 완전한 노동 권리를 부여하며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유효하다. 또한 신청자는 필요한 경우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근로자가 스폰서 업체 고용주를 상대로 착취 또는 학대 행위를 주장할 경우 비자가 취소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치도 마련했다. 새 비자와 보호조치는 향후 2년간 시험적으로 시행된다.
■ 이주 노동자들
자존감에도 도움될 것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법률단체 관계자들은 이전의 호주 비자 시스템이 이주 노동자를 고용주에게 묶어두게 된다는 부분에서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 성희롱, 과도한 노동 등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자신의 비자가 취소(고용주에 의해)될 수 있고, 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를 당국에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도 펀자브(Punjab)에서 지난 2009년 남편 달리지트(Dalijit)와 함께 학생비자를 받아 호주로 건너온 요리사 인데지트 카우르(Inderjit Kaur)씨가 유사한 사례이다.
학생비자로 호주에 체류하던 그녀는 2017년 말, 빅토리아(Victoria) 주 지방 지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를 찾는다는 구글(Google) 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신청했다.
그녀는 고용주로부터 ‘호주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하는 457 비자 스폰서가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카우르씨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비자(457 비자)가 승인될 때까지 무임금으로 일을 해 달라는 게 고용주의 요구였다.
비자가 절실했던 그녀는 이에 동의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457 비자가 승인되기까지 7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기간 내내 카우르씨는 주(per week) 20시간씩 레스토랑 주방에서 무급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457 비자를 승인받았지만 그녀의 고용주는 이에 소요된 비용 일체를 그녀에게 요구하면서, 임금으로 이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주 낮은 임금을 지불했던 것이다.
카우르씨가 이를 거절하자 고용주는 그녀를 해고했고, 그녀는 60일 이내에 새로운 ‘비자 스폰서’를 찾아야 했다. 카우르씨가 호주에 계속 머물며 해당 고용주와 싸울 수 있도록 Emergency Visa 발급을 지원했었던 베르마 변호사는 “이제 카우르씨와 같은 사례의 이주 노동자들이 새로운 비자 보호조치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데지트씨 또한 “정부의 이 제도가 이주 노동자들의 자존감에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법률단체의 지원을 받은 카우르씨는 공정근로법(Fair Work Act)에 따라 해당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갔고, 판사는 그녀의 “레스토랑 고용주가 ‘457 비자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외국인’이라는 취약점을 ‘이용’했다”고 판결하면서 “피고인의 임금 과소 지급은 고의적이고 심각하며 극도로 착취적이었다”고 판결 이유를 덧붙였다.
■ 새 비자 도입 배경
‘subclass 408’ 비자는 이민부가 지난해 말, 비자 위반 구금자 가운데 150여 명에 대한 고등법원 결정(석방하라는 판결)을 검토한 후 추진됐다.
지난달 마지막 주,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의 내각 개편에 따라 기술훈련부로 자리를 옮긴 앤드류 가일스(Andrew Giles) 당시 이민부 장관은 “이주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착취를 당할 경우 이를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장려하려는 것”이라며 “2년간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주 노동차 착취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속적이며 비판적, 실용적 개혁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스몰비즈니스 단체인 ‘Small Business Association of Australia’의 앤 낼더(Anne Nalder) 최고 경영자는 “이주 노동자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 문제는 심각한 상황인데, 고용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법을 교육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낼더 CEO는 “비자 상황은 복잡하며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일부 사람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는 허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내각 이민부를 담당하는 단 테한(Dan Tehan) 의원 또한 새로운 비자가 악용될 여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테한 의원은 “연립(자유-국민당) 야당은 이주 노동자 착취에 반대하는 (여당의) 조치를 지지한다”면서 “새 이민 장관은 호주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하는 이들이 이 비자를 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베르마 변호사는 이번에 시행된 새 비자에 대해 “이주 노동자 지원 기구와 노동당 정부가 지난 2년간 공동 설계한 결과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 이민자 커뮤니티 법률관계자 등 옹호자들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지 첫 단계일 뿐이며 완전한 그림은 아니다”는 그녀는 “우리(호주)는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과 이들을 우리 공동체의 일부로 보는 방식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