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관객을 울린 평생 ‘염쟁이 유씨’, 그가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
배우 유순웅씨의 20년 장기 모노드라마, ‘뱅스타운 아트 센터’서 4회 공연 예정
한국의 숱한 연극 가운데는 장기 공연으로 수백 만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 작품들이 있다. ‘지하철 1호선’, ‘난타’, ‘모스키토’ 등은 제목 자체가 브랜드가 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다. 물론 이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오래된 것이지만 ‘불좀 꺼주세요’ 또한 장기 흥행을 이어온 대표적 연극 중 하나이며, “심하게 웃긴다”는 평을 받은 ‘죽여주는 이야기’를 비롯해 다수의 연극들이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우리네 인생사를 죽음과 연계해 웃고 울리는 또 하나의 장기공연작이 있다. 단 한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이다.
유씨는 조상대대로 염(殮)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다. 평생 염을 하며 여러 형태의 죽음을 접하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다르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하고 몇 해 전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에게 연락을 한다.
유씨는 자기를 찾아온 기자에게 수시(收屍. 시신을 거두어 머리와 팔, 다리를 바로잡는 것), 반함(飯含. 염을 할 때 죽은 이의 입 안에 구슬과 쌀을 물리는 일), 소렴(小殮. 염의 첫 절차로, 시신에 새로 지은 옷을 입히고 이불로 싸는 것), 대렴(大殮. 소렴 다음날, 시신에 옷을 거듭 입히고 이불로 싸서 베로 묶는 과정), 입관(入棺. 시신을 관에 넣는 과정)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직접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었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 시신을 대하는 장례대행업자와의 관계, 자신이 염쟁이가 되었던 일, 일가족의 죽음을 접하며 산모를 염할 때의 곤혹감,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모독하던 자식들의 한심한 작태, 그리고 자신의 아들 이야기까지. 게다가 첫 공연(2004년) 이후 일어났던 대형 사건들, 성수대교 붕괴와 노동자들의 골리앗 타워 농성, 유람선 침몰 등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어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고.
대전 및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공연을 하던 ‘마당극 좋다’의 김인경씨가 대본을 쓰고 ‘예술공장 두레’ 유순웅 대표가 배우로, 20004년부터 공연을 이어오며 70만 관객에게 ‘뼈 때리는’ 울림을 주었던 작품 ‘염쟁이 유씨’의 시드니 공연이 마련됐다.
이 작품 공연은 시드니 기반 비영리단체 한호방송협회가 한인 커뮤니티 문화공연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것으로, 오는 8월 31일(토)가 9월 1일(일) 양일간, ‘뱅스타운 아트 센터’(Bankstown Arts Centre. 5 Olympic Parade, Bankstown)에서 총 4회(각 오후 3시, 6시) 진행된다. 시드니 공연에서도 유순웅 배우가 직접 출연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될 예정이어서 호주 현지 관객들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공연 티켓은 35달러로 온라인(https://events.humanitix.com/-yndmcejt)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
한편 한호방송협회는 한국-호주의 방송 산업 관련 교류증진, 정보 공유를 위한 가교, 방송 콘텐츠의 질적 개선과 방송인 권익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올해 설립된 협회로, 박은석 배우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으며 K팝 콘테스트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