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이후 25세까지의 조사 결과 취업-생활 만족도 등 다른 학교 출신과 차이 없어
Victoria University 연구… ‘학문적 분리’ 정책 우려, 교육 시스탬 ‘재검토’ 제기
주요 과목의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셀렉티브 스쿨(selective school)은 하이스쿨 입학을 앞둔 6학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그만큼 매년 5월 치러지는 시험 경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시드니 기반의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가 입수해 공개한 올해 NSW 셀렉티브 스쿨 응시 현황을 보면 가장 인기 있는 학교의 경우 180명 정원에 1,600명 넘는 학생이 1지망으로 신청하기도 했다(한국신문 7월 5일 자 기사 참고).
그렇다면 이처럼 치열한 경쟁 과정을 거쳐 입학한 셀렉티브 스쿨 이후의 ‘결과’는 어떠할까.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선별 학교를 나온 이들의 이후 만족도는 공립이나 사립 등 다른 학교 졸업자(이하 ‘일반 학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렉티브 스쿨을 다닌 이후 25세가 될 때까지의 교육적 성과, 생활 만족도, 취업 등을 보면, 6학년 학업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어 셀렉티브 스쿨에 입학한 만큼 청년기의 삶에서도 ‘selected’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선별’ 학교라는 학생의 학문적 분리(또는 차별. academic segregation)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보다 포용적이고 공평한 교육 시스템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빅토리아대학교(Victoria University)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조사는 15세부터 3단계에 걸쳐 11년 동안 3,000명의 학생을 추적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부문에 걸친 셀렉티브 스쿨과 일반 학교 졸업자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셀렉티브 스쿨 졸업생은 일반 학교 출신에 비해 25세에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가 0.19포인트 높았는데, 이는 연구팀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 수치이다. 연구 보고서는 “이 같은 미약한 결과는 학문적으로 셀렉티브 스쿨에 다닌 것이 개인에게 큰 혜택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19세 때의 결과를 보면, 일반 학교 졸업자의 77.6%가 취업을 했거나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반면 셀렉티브 스쿨 졸업자의 이 비율은 81%였다. 이 차이도 25세가 되어서는 사라졌다. 해당 연구에서 비교를 위해 제시된 개인은 일반 학교에 다녔지만 (셀렉티브 졸업자와) 유사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이었다.
그런 한편 영국의 셀렉티브 그래머 스쿨(selective grammar schools)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셀렉티브 스쿨 졸업자들에게서, 25세 이후 취업 및 생활 혜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들이 더 높은 지위에서 일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 자격을 취득하며, 더 높은 소득을 얻고 그런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비교적 이른 나이인 42세에 주택을 소유할 가능성도 더 높았다.

빅토리아대학교의 이번 연구에서는 후속 대학 학위, 기타 교육, 또는 고용의 질에 대한 명성은 측정하지 않았다.
NSW 주는 호주에서 셀렉티브 스쿨을 운영하는 유일한 정부관할구역으로, 21개의 fully selective와 26개의 partially selective school이 있다. 이전 연구를 보면 NSW 셀렉티브 스쿨은 호주에서 교육적으로 가장 유리한 학생들의 입학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추적 조사 결과에 따라 연구원들은 셀렉티브 스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촉구하면서 “학생 선발 과정의 일부 측면을 수정하기보다는 fully 및 partially 셀렉티브 스쿨에 대해 철저하고 비판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예상되는 이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이런 학교 자체를 축소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 보고서 저자인 빅토라아대학교 교육학자 멜리사 데임(Melissa Tham) 박사는 오늘날 셀렉티브 스쿨 지원 학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유형의 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셀렉티브 스쿨이 실제로 학생들의 모든 면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비판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데임 박사는 “어떤 학생들은 셀렉티브 스쿨에 입학할 수 있고, 후에 좋은 ATAR 결과를 얻어 대학에 가고 의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일반 학교를 졸업했어도 이런 결과를 성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