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연구 기관 ‘RedBridge Group’ 조사, HECS 부채-높은 육아비용 등으로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는 29세의 여성 샘(Samantha)은 아이를 갖는데 개방적이지만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학자금 융자인 HECS 부채 10만 달러를 갚아야 하고 이어 내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10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 절반 이상이 현재의 높은 생활비 부담으로 ‘가족의 시작’을 미루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샘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녀는 “(가정을 이루는 일은) 지금 마음속에서는 가정 먼 일”이라며 “내 어머니가 지금의 내 나이에 나를 낳았을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이 같은 추세는 정치연구 기관 ‘RedBridge Group’이 호주 전역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이 조사를 진행한 코스 사마라스(Kos Samaras) 대표는 “상당수 청년들이, 이전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결정을 미루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때 노동당 고위 캠페인 전략가로 일했던 사마라스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젊은이들이 보였던 반응을 이렇게 말했다. “30대 초반 젊은층에게 ‘새로 부모가 된 이들에게 일회성으로 지급했던 베이비 보너스(baby bonus)와 같은 이전 정책을 지지하는가’라고 묻자 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people rolled their eyes)을 보인 뒤, 오늘날 자녀를 키우는 것의 경제적 여유에 대해 말하며 (아이를 갖는 것에) 회의적이었다”는 것이다.
대체율에 훨씬
못 미치는 출산 비율
현재 호주의 출산율은 1.6명으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율(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감소하는 인구는 정부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로, 저렴한 보육 서비스와 육아휴직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인구비율 둔화에 대한 질문에 짐 찰머스(Jim Chalmers) 연방 재무장관실 대변인은 지난 5월 발표한 예산 조치가 곧 생활비 압박을 완화할 것이라고 비껴간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장관은 오늘날, 아이를 갖는 것의 경제적 비용을 인정했다. 찰머스 장관은 지난달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출산을 미루는 것 같다. 때로는 그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결정이 바뀌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재정적 문제도 그 하나로, 실제로 육아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펀드회사 ‘RBC Capital Markets’의 수 린 옹(Su Lin Ong) 선임 경제연구원은 “호주의 출산율 둔화가 보다 크고 광범위한 경제적 관점에서 연쇄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는 것 자체를 미루면서 아이를 덜 낳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전하며 “고령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젊은층의 수가 줄어들 때 고령화가 인구통계학적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모든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RedBridge’의 이번 조사는 또한 젊은이들이 생활비 문제로 의료 치료나 결혼과 같은 인생의 주요 사항 결정을 미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18세~34세 젊은층의 절반 이상이 재정적 이유로 필요한 의료 치료를, 절반 가까운 이들은 결혼을 연기했다. 또 같은 연령대의 거의 70%가 같은 이유로 주택 구입을 뒤로 미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