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비용소요 기상 현상은 홍수… 연간 23만 채 주택, ‘대홍수’ 위험 직면
ICA, 2022년에만 재해 관련 보험 청구 33만 건-72억8천 만 달러 비용 소요
호주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지만 최근 수년 사이 나타난 일련의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높은 주택가격을 유지하던 지역의 선호도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가적 풍경의 해안 및 강을 끼고 있는 주변 지역은 자주 발생하는 폭풍과 해안 침식, 홍수 발생으로 인해 앞으로는 더 이상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부동산 지역’이라는 인기를 놓아야 할 수도 있다.
마릴린 루체티(Maralyn Luchetti)씨와 그녀의 파트너는 3년 전 울릉공(Wollongong) 북쪽,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진 꿈의 주택을 구입했으나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이곳의 주택을 알아보았을 때, 해안 침식이 일어나는 지역임을 알고 있었다”는 그녀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침식이 일어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로 털어놓았다. 루체티씨가 이곳으로 이주한 직후 몇 달 동안 아주 큰 파도와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한 비가 내렸다. 그녀는 “이런 기후 여건은 지반의 점토 토양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우리 집을 받쳐주는 해안 절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루체티씨는 방파제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보았지만 그 작업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방파제 작업 신청 단계에서만 약 6만5,000달러가 소요된다”며 “시 의회와 논의하는 과정에만 이 정도의 비용이 나가기에 아주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고급 주택시장’의 명성,
아직은 유지하지만…
NSW 주 해안가 부동산의 폭풍 등에 의한 피해는 흔한 일이지만 시드니 남부 헬렌스버그(Helensburgh)에 있는 부동산 중개회사 ‘Ray White Helensburgh’의 마티아스 사무엘슨(Mattias Samuelsson)씨는 “아직은 자사 영업기반 지역의 주택가격에 드러날 만큼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재해의 위험은 항상 존재해 왔고, 최근 수년 사이 일부 해안 침식이 일어나면서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 더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반의 공학적 위험에 대한 구매자 질문이 많은데, 이는 불가피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후 상황에 따라
주택가격도 바뀌어
이런 요인으로 인해 일부 해안 지역의 경우에는 주택가격이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엘리자 오웬(Eliza Owen) 연구원은 다른 지역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녀는 “극단적 기상 현상 수위가 증가하는 지역의 경우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며 “특히 홍수나 산불에 견딜 수 있는 지역의 부동산은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유닛은 단독주택에 비해 기상 여건에 상관 없이 부동산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오웬 연구원은 “예를 들어 지난 2022년 브리즈번(Brisbane)이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었을 당시, 그 주간(week)의 주택가격을 조사했을 때, 브리즈번 강(Brisbane River) 주변의 고급 아파트 시장은 저지대 단독주택 가격 변동에 비해 훨씬 덜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물이 넘치더라도 아파트의 경우 지하 공간이나 주차장 등만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상승하는 보험료
현재 호주에서 부동산에 대한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지역은 없지만 점점 더 많은 주택 소유자가 엄청난 보험 비용으로 인해 ‘홍수 또는 폭풍 관련 보험을 가질 의지가 없거나 가입할 재정적 여건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가구의 경우 보험료만으로 연간 수만 달러를 지불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재해로 인해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상금이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보험협회(Insurance Council of Australia. ICA) 대변인은 “홍수는 호주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기상 이변 중 하나”라며 “현재 호주에는 매년 20분의 1 또는 5%의 ‘재앙적 홍수 위험’에 직면한 약 23만 개의 부동산이 있다”고 말했다.

ICA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만 30만 건 이상의 재해 관련 보험 보상청구가 접수되었으며, 이 비용으로 72억8,0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이 가운데 퀸즐랜드 남동부와 NSW 북부 지역의 대규모 홍수 피해로 약 6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호주 주요 은행들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상이상 현상이 주택담보대출(mortgage)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모델링 작업을 수행했으며, 심각한 시나리오상에서는 모기지 손실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기후 변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 요구 늘어나
다국적 보험회사 ‘Insurance Australia Group’(IAG) 사의 토지-개발계획-위험 및 규제 담당 책임자인 앤드류 다이어(Andrew Dyer)씨는 극단적 기후로 인해 보험 비용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걱정스러운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검토에 따르면 이 같은 기후는 지난 2009년 2월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발생한 ‘Black Saturday’라 이름 붙여진 산불(이로 인해 173명이 사망하고 41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45만 헥타르의 삼림이 파괴됐다)이 있고, 그 3년 후의 극심한 홍수 발생이었다.
다이어씨는 “(향후 자연재해 상황의) 확실한 추세에 대해 어떤 추론도 어렵지만 우리는 이런 재해 이후에도 몇 년 동안 매우 극단적인 기상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잦은 기상 이변과 재해로 인해 호주 최대 보험사인 IAG는 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긴급 예방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다이어씨는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문제(자연재해)를 앞서가는 조치”라며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주택을 두는 등 위험한 방식으로 새로운 주거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근본적으로 완화를 통해 예상되는 위험을 해결하는 문제이거나, 가장 극단적인 경우, 우리는 극도로 영향을 받는 지역 중 일부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며 “이런 지역 부동산 중 일부를 이전하기 위해 10년, 20년, 30년, 40년에 걸쳐 지역사회 적응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되는 부동산들
울릉공의 경우 30년 넘게 위험한 부동산을 시의회 차원에서 다시 매입해 왔다. 울릉공 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울릉공 시는 약 86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고든 브래드버리(Gordon Bradbery) 시장은 “이 부동산은 홍수 연구 및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확인되었기에 우리(시의회)는 계속해서 극히 위험한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부동산을 판매하거나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소유주에게 시장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울릉공 시의회의 이 프로그램은 심각한 주택 부족에 직면해 있는 시기, 주 정부로부터 대부분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브래드버리 시장은 “우리는 더 많은 토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제약 조건을 확인하고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 및 개발자에게 재연재해의 위험을 완화 또는 처리하도록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안 지역의 경우 앞으로 강력한 폭풍의 영향을 점차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결정은 잠재적으로 더 악화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