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직종 목록에 무술-반려견 훈련사 포함, ‘시급한’ 일부 건설 직종은 배제
국가적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 부문 인력이 시급하게 필요하며, 업계가 지속적으로 이를 촉구함에도 불구하고 요가 강사, 무술가, 반려견 훈련사 등이 일부 건설 부문 직종을 제치고 ‘국가 우선기술 목록’(priority skills list)에 포함돼 비난을 받고 있다.
연방정부가 주택위기 타개를 위해 2029년까지 120만 채의 신규 공급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정부는 건설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새로 작성한 ‘우선 기술’에 건설부분의 웰니스(wellness) 전문가와 함께 배관공, 벽돌공 등의 직종을 포함시켰다. 반면 건설업계가 요구한 캐비넷 제작자는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호주에 도착하는 순 해외이주를 감축하려는 가운데서 빠른 비자 발급을 허용하는 우선기술 목록 목록에 어떤 직종이 추가되어야 하는지와 함께, 의회에서는 호주인의 주택구입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이민자 유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호주 노동조합이 ‘호주인을 위한 일자리 우선’ 요구에 따라 고용 인력이 많은 건설 부문 등에서 상당수 전문기술 직종이 ‘우선기술 비자 카테고리’에서 제외된 이후 정부와 건설업계간 대립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주택 부문 건설인력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당 정부의 의뢰를 받은 ‘BuildSkills Australia’는 핵심 기술 목록을 위한 제안 보고서에서 건설 부문 이주 근로자 비율을 높이면 순 해외이주가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의 균형을 재조정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BuildSkills Australia의 롭 소비라(Rob Sobyra) 책임 연구원은 “이 시점에서 정말로 더 많은 요가 강사가 호주에 필요한 것인가?”라고 정부 결정을 지적하면서 “직종으로서의 중요성이나 타당성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현재 호주의 경제적-사회적 우선순위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숙련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우선기술 목록을 검토하는 ‘Jobs and Skills Australia’는 새 핵심기술 이주 흐름과 관련, 세 개의 초안 목록을 발표했다. 이는 해당 목록에 포함되거나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되는 직종 및 추가 협의가 필요한 분야이다.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에 새로 구성된 ‘Jobs and Skills Australia’는 새 기술 목록에 요가 강사, 무술가(martial artists)를 포함시켰으며 건설 부문 가운데는 전기기사, 목수 및 가구제작 직종 또한 이 목록에 올렸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요구한 페인터, 지붕타일공, 석재공 및 기타 직종은 ‘협의 대상’에 두었다.
연방 기술훈련부 브렌던 오코너(Brendan O’Connor) 장관은 Jobs and Skills Australia에 대해 “배관, 벽돌, 캐비넷 제작을 포함해 전체 노동시장의 핵심 기술 목록에 대해 컨설팅하는 정부 독립 기구”라면서 “이 기구의 조언은 정부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현 노동당 정부는 주택 및 건설 분야에서 더 많은 호주인을 교육하고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인 수천 명의 해외 근로자에 대한 기술 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새 예산계획에 9,000만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BuildSkills Australia는 지난 3월,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건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7월까지 추가로 9만 명의 건설 근로자가 필요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동 기관은 지난 10년 동안 건설 분야에 종사한 이민자 비율을 분석, 순 해외이주에서 이 부문 인력 비중이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BuildSkills Australia는 지난달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 호주 이민은 더 많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보다도 더 적은 건설업 근로자를 공급하고 있다”(해외에서의 이민자 유입은 많지만 정작 건설 부문에 필요한 인력은 적다)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노동력의 더 많은 부분이 이들 신규 이민자 수요에 필요한 주택 및 기타 자산(인프라) 건설에 활용되는데, 이는 인력 부족을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소비라 연구원은 “순 해외이주에서 1.2%로 추산되는 건설인력 비율을 1.5%로 높이면 이 직종 노동력이 2700명에서 3500명으로 늘어나고, 이들로 인한 주택수요보다는 공급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균등’해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BuildSkills Australia는 특정 부문 기술 인력을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소비라 연구원은 이 비율을 10%까지 확대하는 경우 1,9000명의 인력이 주택 공급에 더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방 내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정부는 2022-23년도, 기술인력에 1만540건의 비자를 발급했으며, 올해(2023-24년)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순 해외이주자의 1.5%를 초과하는 수치이다.
소비라 연구원은 보다 구체적인 직종 목록을 거론하면서 Jobs and Skills Australia의 접근 방식이 ‘너무 세밀하게 조정’되었음을 지적했다. “지금은 요가 강사 등이 아니라 건설 인력이 우선기술 목록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는 지난달 새 회계연도 에산안 답변 연설을 통해 “주택 부족을 완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영주 이민자 유입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야당 내각 이민부를 담당하는 단 테한(Dan Tehan) 의원은 2022-23년 순 해외이주 수치가 51만8,000명, 올 회계연도에는 39만5,000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하면서 2년 사이 거의 100만 명의 이주민이 호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물론 내년도(2024-25년), 이 수치는 25만 명 선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테한 의원은 “연방정부는 2년 동안 영주 이주자를 18만5,000명에서 14만 명으로 줄이고 3년차에 15만 명, 4년차에 16만 명으로 다시 늘릴 것”이라며 “동시에 우리(호주)는 건축 및 건설 부문 기술을 가진 이들이 필요한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지역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영주 및 임시 기술비자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한편 지속적으로 건축 관련 기술 인력의 ‘우선기술 목록’ 추가를 요구해 온 ‘Master Builders Australia’의 드니타 완(Denita Wawn) 최고경영자는 “지금 우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해외에서 유치해야 할 이들은 건설 기술자들”이라며 다시 한 번 모든 건축 및 건설업 직종을 이 목록에 긴급히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