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RBA을 압박하는 문제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것
연간 인플레이션이 3월 3.5%에서 4월에는 3.6%로 상승했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러 지표가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높은 물가지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 및 중앙은행(RBA) 모두에게 큰 압박이 아닐 수 없다.
NSW 재무부 경제학자를 역임한 Judo Bank의 워렌 호건(Warren Hogan) 경제 고문은 한때 일반 상점에서 큰 폭의 할인 가격에 제공했던 일부 품목이 더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지 않지 않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하락한 이유 중 하나는 상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이제는 다시 본래의 가격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빵과 시리얼 제품은 4월까지, 전년도 대비 5.1%가 올랐으며 과일 및 채소는 3.5%가 높아졌다. 호건 고문에 따르면 임대료, 의료비, 은행 및 보험, 교육비를 포함한 서비스 비용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시 높아질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평탄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데이터
통계청(ABS)의 월별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다소 불규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난달 마지막 주 발표된 물가지수의 핵심, 또는 기본 인플레이션 측정치는, 그것이 정체 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 다시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승과 하락 없이 인플레이션을 관찰하는 절사평균 수치(trimmed mean measure. 물가 세부 항목을 나열하여 하위 부분과 상위 부분을 제거한 뒤 남은 자료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한 수치)는 4월까지 12개월 사이 4.0%에서 4.1%로 상승했다.
이렇게 볼 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제 부문에는 여전히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음이 분명하며, 이는 경제학자와 RBA가 ‘총수요’(aggregate) 또는 전체 수요(overall demand)라고 하는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호건 경제 고문은 “현실은 엄청난 양의 투자 지출이 진행되고 있는데, 광산업 외적으로 동부 해안을 가로지르는 인프라 붐, 새로운 주택 건설의 필요성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경제 부문의 수요가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소득세 부담, 이자율 상승, 인플레이션, 소비 부진 등 모든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라고 덧붙였다.

ABS의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해 야당 내각 재무부를 담당하는 앤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은 “충격적인 수치 조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테일러 의원은 “이 데이터에서의 요점은, 현재 모든 호주 가계가 겪고 있는 고통”이라며 “이들은 식료품 구입에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소유하든, 임대를 하든 주거비에도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높은 물가와의 싸움
주택 임대료 인플레이션은 4월까지 7.5%가 증가, 3월까지의 7.7%에서 약간 감소했다.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5월 둘째 주 내놓은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 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싸움에서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현재 물가 수치는 너무 높고 사람들이 압박을 받고 있기에 우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내년도 예산에 책임감 있는 생활비 구제를 제공하는 것에 큰 초점을 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RBA와 통화정책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전국 수백만 명의 사람들, 특히 월 상환액이 큰 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일까.
호건 경제 고문은 5월 마지막 주 발표된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인해 RBA가 이달 이사회 회의(6월 17-18일 예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물가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는 그는 “ABS가 집계한 4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RBA가 대처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 생각하며, 결국은 이자율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호건 고문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또 한 번의 금리 인상은 경제 부문에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는데, ‘한 번의 이자율 인상이 실제로 의미가 있을 만큼 충분한가’라는 것으로, 이는 모기지를 안고 있는 대부분 가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은행 AMP의 부수석 경제학자인 다이아나 무시나(Diana Mousina) 연구원은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RBA가 올 11월에는 이자율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전의 견해를 고수했다. 4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RBA를 놀라게 할 만큼 충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무시나 연구원은 “지난 통화정책 회의(5월 6-7일) 후 RBA는 인플레이션이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리를 현재 수준(4.35%)으로 유지할 것임을 언급한 바 있고 4월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RBA의 예측과 일치했다”면서 “RBA는 물가상승 수치가 3.8%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약한 경제 성장 속에서 RBA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를 정당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업률이 예상보다 더 높아졌다”는 무시나 연구원은 “소매 데이터가 매우 약하며 조만간 집계될 GDP 결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율 논쟁
RBA의 금리와 관련된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멜번 기반의 투자전략 컨설팅 회사 ‘Marcus Today’ 시장 분석가 헨리 제닝스(Henry Jennings) 연구원의 논평은 이 논쟁에 대한 하나의 종합된 정리를 제공할 수 있을 듯하다.
그의 분석은 “금리가 당분간은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기준금리는 인상되어야 하지만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 이곳에 호주 중앙은행이 있다)에서 현실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은 이들이 정말로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알 것”이라면서 “이자율 인상은 험프리 경(Sir Humphrey Appleby)이 말했듯이 ‘courageous Minister’가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험프리 경은 영국 TV 시리즈 ‘Yes Minister’와 ‘Yes, Prime Minister’에 등장한 가상의 캐릭터로, 이 TV 시리즈에서 ‘용기 있는’(courageous)이라는 그의 대사는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닝스 연구원은 “그런 일(RBA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호주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상승 데이터로 인해 투자자들이 ‘올해 내 RBA의 이자율 인하’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2년여 전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RBA는 이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노력해 왔다. RBA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즉 물가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궁극적으로 이를 다시 낮추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RBA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2~3%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경제학자들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부터 연방 및 각 주 정부의 전기요금 보조금 계획이 시행되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단기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또한 올해 말,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 여기에다 Fair Work Commission이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을 앞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줄다리기(tug-of-war) 상황에 놓여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