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Movers Index’… 국내 이주자들, 브리즈번-골드코스트-질롱 등 벗어나
RAI 분석, ‘sea or tree changers’에 의한 가장 많은 인구 손실 도시는 광역시드니
각 대도시의 높은 주택가격, 원격근무 확산, 보다 흥미 있는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요인으로 도시를 떠나 작은 규모의 해안 도시 또는 지방 지역으로 이주(sea or tree change)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도시들로 꼽히는 곳이 ‘sunshine state’(Queenslans 주)의 해안도시인 골드코스트, 멜번에서 멀지 않은 질롱(Geelong) 등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고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이 도시들이 낮은 ‘거주 적합성’(liveability) 문제로 막상 이주한 이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이주민들에게 있어 해안 도시의 생활방식이 생각했던 것만큼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방 지역 이주 현황을 담은 최근의 ‘Regional Movers Index’에 따르면 국내 이주자(internal migrants)들에게 인기 많은 골드코스트(Gold Coast), 선샤인코스트(Sunshine Coast)에서 벗어나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다.
아직까지 이런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이번 보고서를 내놓은 ‘Regional Australia Institute’(RAI)의 리즈 리치(Liz Ritchie) 최고경영자는 “이는 하나의 추세이며 거주 적합성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골드코스트 및 선샤인코스트 지역의 인기 해안도시인 누사(Noosa)는 다른 지역 도시에 비해 타 지역으로의 이주자가 더 많아 인구 손실을 보았으며, 그 비율은 각각 –3.7%, -2.5%였다.
두 도시 모두 호주 전역 대도시를 벗어나려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리치 CEO는 “대도시의 고통스러운 교통 상황, 혼잡한 병원, 점점 더 손에 닿지 않는 주택가격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도시”라면서 “하지만 막상 이들 도시 또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주민들은 다시 더 먼 곳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이동하거나 그럴 계획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멜번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반 거리에 자리한 그레이터 질롱(Greater Geelong), 멜번 서쪽의 무라불(Moorabool), 퀸즐랜드의 프레이저 코스트(Fraser Coast)는 골드코스트 및 선샤인코스트와 함께 국내 이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위 5개 지역으로 꼽힌다.

골드코스토와 선샤인코스트는 퀸즐랜드 수도인 브리즈번에 이어 가장 큰 도시이지만 RAI는 연구 목적에 따라 이 도시를 ‘지역’(regional)으로 분류한다.
인구손실 최다 도시는 시드니
RAI의 분석 결과 일부 이주 인기 지역 거주민들의 유출 흐름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위 인기 지역 인구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시드니는 올해 3월까지 호주 전역 지방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 가운데 67%를 차지하고 있다.
리즈 CEO는 “사람들의 이주와 이동성 패턴은 그들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제한 뒤 “통계적으로, 1981년에서 1995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가 지방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며 “이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RAI의 보고서는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기에 실제 수치는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RAI는 은행이 제공한 1,600만 고객 가운데 실제 이주자 기반으로 작성되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인구 유입, 막을 수가 없다”
지방 도시의 인구 성장에 따른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치권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스티븐 마일스(Steven Miles) 퀸즐랜드 주 총리는 골드코스트의 빠른 인구 성장에 대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 총리는 지난달 마지막 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인구 급증은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주택과 기타 인프라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코스트 시의회 개발계획 및 환경위원회를 맡고 있는 마크 하멜(Mark Hammel) 의장은 “기존 거주민들이 도시의 인구 변화를 이해해야 하며, 이것이 성장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드코스트의 인구 증가는 시 당국의 예상보다 높으며,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40년대 초반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멜 의장은 “만약 여러분의 자녀와 손주가 미래에 골드코스트에서 살 수 있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거주하고 주거 형태가 어떠한지, 또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대해 매우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미래 세대가 살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너무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시드니에 거주하는 젊은층이 다른 도시(interstate 포함)로 이주함에 따라 ‘손주 없는 도시’(the city without grandchildren)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NSW 생산성위원회의 보고서를 반영한 것이다.
이어 하멜 의장은 향후 골드코스트의 변화에 대해 “공공도서관, 공원, 도로 등의 추가 인프라와 함께 도시 전체에 더 많은 유닛과 고밀도 주거지가 포함될 수 있다”면서 “모두가 알고 있고 인정하듯 이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를 막고자 도시의 문을 닫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