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Inclusion Advisory Committee’, 두 번째 보고서 통해 권고사항 제시
호주 저명 경제학자들도 복지수당 인상 촉구… 재무장관, “기대감 낮추라” 언급
최근 노동당 정부의 경제포용자문위원회(Economic Inclusion Advisory Committee. 이하 ‘EIAC’)가 두 번째 보고서를 통해 낮은 수준의 ‘JobSeeker 보조금’ 문제를 제기했다(한국신문 5월 3일 자 보도).
이 보고서에서 EIAC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제시했지만, 이 보고서 발표가 지난 안작데이(ANZAC Day) 휴일 다음 날인 금요일(4월 16일) 발표돼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EIAC가 보고서에 담은 내용과 권고사항이 노동시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EIAC는 우선 호주의 실업자 지원인 ‘Jobseeker 보조금’의 매우 낮은 수준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또 실업 수당과 고령연금(age pensions) 사이의 격차가 지난 수십 년 사이, 크게 확대된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EIAC 권고 내용= 경제포용자문위원회는 지난 2022년 많은 논의 끝에 설립된 정부의 또 하나의 자문기구이다. 이 기구는 현재 전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제니 맥클린(Jenny Macklin) 전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학계-지역사회 부문 단체-기업 대표-노동조합 관계자가 패널 위원으로 구성되어 모든 예산에 앞서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EIAC는 ‘경제 포용성’ 개선, 보다 평등하고 번영하는 국가 운영과 관련해 22가지의 권고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EIAC는 재정적 영향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 사회보장 시스템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권고사항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EIAC가 ‘우선순위 권고’로 내놓은 것은 △‘JobSeeker’ 보조금 및 관련 노동 연령 급여의 실질적 인상과 급여 연동 방식(indexation arrangements of the payments)의 즉시 개선, △민간 임대 시장에서 실제로 부과되는 높은 임대료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한 연방 임대료 지원 비율 인상, △정부의 완전고용 목표를 뒷받침하고 ‘경제적 배제를 악화시키는’(worsens economic exclusion) 현재의 시스템을 ‘경제적 포용 촉진’promotes economic inclusion)으로 전환하기 위한 호주 고용 서비스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full-scale redesign) 약속, △보육비 활동성 평가 폐지를 시작으로 최소 3일간 양질의 보육을 보장하는 등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유아기 발달 시스템 구현, △경제적 포용과 복지 지원을 위해 호주 사회보장 시스템 문화 및 관행의 갱신 등 다섯 가지이다.
이와 함께 EIAC의 위원들은 마지막 권고사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 지원을 받는 호주인들은 사기성 복지 수혜(welfare fraud)와 의도적 상호 회피에 대한 실제 증거가 제시될 때 ‘실업수당 식객’(dole bludgers), ‘복지 사기꾼’(welfare cheats), ‘사기꾼’(rorters), ‘(복지) 의존자’(leaners) 등으로 잘못 표현되는 등 강한 반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IAC의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의회, 정부, 사회보장 제도 행정 당국까지 처벌적 태도가 확산됐다”면서 “그 결과는 사회보장 시스템이 지원해야 할 이들의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IAC 위원들은 ”정부와 사회보장기관을 시작으로 소득 지원을 받는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 부정적-차별적 언어를 보였던 태도를 긍정적이며 좋은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는 자세로 전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JobSeeker 보조금 증가, 유급 근로자 인센티브에 영향?= EIAC는 높은 수준의 JobSeeker 보조금이 유급 노동자의 근로 동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JobSeeker 보조금이 노령연금의 90%까지 인상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EIAC가 그렇게 판단하는 배경은 ‘현재 JobSeeker 보조금이 너무 낮은 수준이기에 이를 인상하면 유급 근로를 통해 재정적으로 더 나은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IAC가 이번 보고서에서 사례로 언급한 2023년 9월 20일 기준 보조금을 보면 △싱글이며 자녀가 없는 수혜자의 JobSeeker 보조금은 한 주(a week) 379달러(하루 54달러)이다. 이에 반해 △싱글의 고령연금 지불금(Age Pension patment)은 추가금을 포함해 한 주 548.35달러(하루 78달러)이며, △국가 최저임금(38시간, 시간당 23.23달러)은 한 주 882.80달러(하루 126달러)이다.
이는 Jobseeker 보조금이 고령연금의 69% 수준, 국가 최저임금의 42.9%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만약 Jobseeker 보조금을 하루 70.36달러, 즉 30%(하루 16.36달러) 인상한다 해도 여전히 이 금액은 고령연금의 90%, 최저임금의 55.9% 수준이다.
▲ JobSeeker 보조금 인상, ‘고용 저해’로 이어지는 증거 있나= EIAC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할 때 ‘소득지원금(복지 혜택)과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임금 사이의 격차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EIAC는 JobSeeker 보조금이 그만큼 인상되는 경우 호주 고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이해하기 위해 권위 있는 연구를 찾을 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호주의 JobSeeker 보조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며, 그런 반면 호주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아 국제적 연구는 호주의 이 같은 상황과 별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의 단기 실업자 보조금 수준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EIAC는 호주의 평균 노동시장 소득과 비교할 때 JobSeeker 보조금 수준은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기에 JobSeeker 보조금 증가로 인한 복지 혜택은 비교 가능한 국가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EIAC는 보고서에서 “예를 들어 실직한 이들의 첫 해 JobSeeker 보조금은 임금에 비해 10.5%가 감소하는데, 그렇기에 JobSeeker 보조금 수혜자들이 지출을 줄인다는 증거로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 실업자 대상 보조금과 고령연금 격차가 커지는 이유= EIAC는 “의회가 호주의 사회보장 지급 수준에 대해 ‘설정 후 잊어버리거나’ ‘장기간 이를 살펴보지 않는’ 등 복잡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결정됐다”며 “이 같은 결과로 필요한 일련의 일들이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업자 수당의 적절성 악화를 불러온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거의 30년 전 연동 방식(indexation arrangements)의 변화’를 꼽았다. EIAC에 따르면 1996년 3월, 싱글 성인의 실업자 수당 지급률은 기본 고령연금의 약 92%에 달했다. “고령연금 수혜자에게 제공되지만 실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추가금을 포함하면 실업자 수당 총 지급액은 연금 수급자 제원의 약 90%였다”는 게 EIAC의 설명이다.
하지만 1997년 자유-국민 연립의 하워드(John Howard) 정부는 남성 평균 총 주당 수입(Male Total Average Weekly Earnings)의 25%를 입법으로 기준화(benchmarked) 했다. 이는 매년 3월과 9월,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연동(indexation)하여 인상한다는 의미이다.
EIAC는 “이 변경은 실업자를 위한 더 높은 비율이나 제휴 수당(partnered rate of allowances)이 적용되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고령연금 비율과 제휴 수당 및 더 높은 단일 보조금/수당 비율 사이에 격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준을 입법화한 1년 뒤부터 눈에 띄는 격차가 나타났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경제 및 정치 사이클을 거치면서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EIAC가 두 번째 보고서를 내놓은 지난달(4월), 한 그룹의 저명 경제학자들이 알바니스(Anthony Albanese)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JobSeeker 보조금 및 기타 지급액의 ‘상당한 인상’을 촉구했다.
이 서신에서 경제학자들은 “어떤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급액은 고용이 없거나 제한된 이들을 지원하기에 부족하며, 결국 이들은 지역사회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의 JobSeeker 보조금 비율은 빈곤, 예산 기준 및 고령연금과 같은 기타 소득지원 지급에 대한 기존의 모든 척도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서신에 서명한 이들은 멜번대학교 노동경제학자 제프 볼런드(Jeff Borland) 교수, 동 대학교 경제학자 로저 윌킨스(Roger Wilkins) 교수, 퀸즐랜드대학교 경제학자 존 퀴긴(John Quiggin) 교수, 멜번대학교 경제학자 귀욘느 칼브(Guyonne Kalb) 교수, 스윈번 공과대학(Swinburne University of Technology) 부총장인 베스 웹스터(Beth Webster) 교수, 시드니대학교 경제학자 데보라 콥-클라크(Deborah Cobb-Clark) 교수, 호주국립대학교 경제학자 벤 필립스(Ben Phillips) 부교수, 경제학자 사울 에슬레이크(Saul Eslak), 크리스 리차드슨(Chris Richardson), Economics Society of Australia 회장인 니키 허틀리(Nicki Hutley), Impack Economics and Policy 경제연구원인 안젤라 잭슨(Angela Jackson), 전 자유당 대표를 역임한 존 휴슨(John Hewson) 경제학 박사 등이다.
반면 EIAC를 비롯한 다수 경제학자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짐 찰머스(Jim Chalmers) 연방 재무장관은 노동당 동료들에게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복지 부문의 대규모 지출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낮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