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중인 아시리아 정교회 주교에 대한 공격, 지역 기독교 종파 신자들 ‘분노’ 야기
지역석 소외감, 극단적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명예 기반 문화’도 한 요인으로 분석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되고,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외출이나 집회 등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어지던 2021년 7월 21일, 웨이클리(Wakeley)에 있는 ‘선한 목자 그리스도 교회’(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의 마르 마리 엠마뉴엘(Mar Mari Emmanuel) 주교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설교를 했다.
그는 당시 시드니 서부 지역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던 팬데믹 제한 조치에 대해 “이는 절대적인 노예 조치이다. 주교로서, 교회 지도자로서, 나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을 듣고 본다. 그들은 정신, 감정, 육체, 영적 및 재정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보건 당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계된 그의 이 설교는 그를 ‘스타’로 만들었고, 어느 사이 그에게는 ‘틱톡 주교’(TikTok bishop)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드니뿐 아니라 그는 전 세계 보수 기독교 신자들을 자신의 온라인 예배에 끌어들였고, 그들의 추종을 받았다. 또한 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가 두 번째 대선에서 낙방하자 그는 “미국 선거는 ‘비밀 조직’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라는’(so-called coronavirus) 것의 “백신에 반대한다”는 말로 신자들을 현혹시켰다.
극히 보수적 성향을 가진 그의 발언은 지난 4월 15일(월) 저녁, 예배를 주도하던 그가 교회 내에서 한 10대 소년의 흉기 공격을 받은 후 다시 회자됐다.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엠마뉴엘 목사를 추종하던 이들의 행동은 ‘명예를 소중히 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으며 쉽게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극도로 보수적인 이 지역 일부 그리스도교 종파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창을 제공했다.
이날(4월 15일) 웨이클리에 있는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에서 설교 중인 주교를 공격한 16세 소년(그는 현재 ‘테러’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의 행위를 온라인으로 지켜보던 최대 2,000명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교를 돕거나 당시 교회 예배에 참례 중이던 친구, 친척의 안위를 걱정해 이 교회로 몰려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수십 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고, 거의 100대에 달하는 차량(경찰차 포함)이 파손되었으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출동한 6명의 구급대원이 교회 안으로 대피해야 했던, 이들(교회로 몰려온 2,000여 명의 군중)의 폭동은 각 교회 지도자들에게 충격을 던졌고 당국에게는 대규모 소요사태를 우려하게 만들었다.
이 폭동 혐의로 가장 먼저 경찰에 체포된 19세의 다니 만소르(Dani Mansour. Doonside 거주)는 이날,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웨이클리 교회로 와 경찰차를 발로 차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심리를 위한 법정 출석에 앞서 “교회에서 일어난 일로 화가 났다”고 말했다.
폭동 발생 배경,
“복잡한 요인 있다”
현재 이 폭동 상황에 출동했던 NSW 경찰청 ‘Strike Force Dribs’ 팀은 6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조사하고 있으며 카렌 웹(Karen Webb) 경찰청장은 폭동에 깊게 연루된 약 50명에 대해 체포, 기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동 행위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날 교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폭동이 왜 발생됐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요인이 엉켜있다고 말한다.
사건이 발생한 아시리아 정교회(Assyrian Orthodox)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분리된 그리스도교 종파의 하나이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정치 및 극단주의 종교 폭력을 연구해 온 조시 루즈(Josh Roose) 부교수는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아시리아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로 이들 공동체는 ‘믿을 수 없는 결집력으로 그들의 교회뿐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을 보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칼을 든 공격자의 직접적 표적이 된 것은… 이들의 오래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들은 공격을 피하는 게 아니라 맞서 싸우는 것을 택해 왔다”는 것이다.
당시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에서 설교 중이던 주교가 공격을 당한 일은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아시리아, 마론파, 가톨릭, 콥트 기독교 공동체에 이 영상이 빠르게 유포되면서 이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즉각적으로’ 교회 지도자, 예배 참례자를 ‘보호하고자’ 각지에서 교회로 몰려갔다.
당시 교회 군중들을 담은 영상에는 “그(공격한 16세 청소년)를 데리고 와”, “눈에는 눈”(an eye for an eye)이라고 소리치고, 또 벽돌이나 돌을 들고 경찰 차량에 던지는 등의 장면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어떻게 대규모로 출동하게 됐을까. 비록 흉기 공격이지만 총기를 가진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날 많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한 가지는, 가해자가 다수 흥분한 군중에 의해 무슨 일을 당할지 우려했거나 적어도 주교를 지지하는 이들의 복수(revenge) 공격을 염려했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루즈 부교수는 “이는 명예에 기반한 문화(honour-based culture)”라고 말했다. “이 명예 기반 문화는 일반적으로 법적 조치에 의존하는 다른 문화보다 ‘눈에는 눈’이라는 접근방식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콥트 기독교 신자인 모니카 게이드(Monica Gayed)씨는 “우리 지역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은 종교전쟁 범죄를 피해 호주로 이주했거나 그런 부모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안정을 얻었는데, 그것이 이날(4월 15일) 테러로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오랜 피해의식이 빠른 시간에 유사한 신앙공동체 사람들을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 현장으로 끌어들였고, 이들의 분노가 표출됐다는 것이다.
“억압과 박해를 받아온
공동체 역학의 일부”
하지만 이 군중들의 분노는 주교를 공격한 것에 대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아시리아 기독교 신자들은 ‘정부는 물론 경찰에 대한 불신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국가 출신들이다. 이는 전염병 대유행 당시 시드니 서부 지역의 강한 제한 조치로 공권력에 대한 분노가 악화되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루즈 부교수는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맥락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5년부터 페어필드(Fairfield)에 거주하며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칼데아 가톨릭 교회(Chaldean Catholic) 신자 바심 샤마온(Basim Shamaon)씨는 사건 당일(4월 15일) 밤, 자신도 웨이클리에 있는 교회로 가려 했으나 도로가 통제되어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군중들의 분노는 무엇보다 흉기 공격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드니 서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강력한 팬데믹 봉쇄에 대한 기억, 이 지역 거주민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가 떠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웨이클리 교회로 몰려든 군중들) 혹시 예배에 참례 중인 가족이나 친척, 친구가 안전한지 필사적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교를 공격했던 16세 소년이 신자들에 의해 제압되는 장면, 붙잡힌 뒤에도 미소를 보이던 영상을 언급하면서 샤마온씨는 “그(16세 소년)가 아랍어로 말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샤마온씨는 군중들의 행동이 의문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은) 그리스도교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인데 폭동을 벌인 이들은 우리(그리스도교 커뮤니티 사람들)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그는 “경찰을 향해 공격하는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들(경찰)은 피해와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그것에 와 있었고, 용납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우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벨필드(Belfield)에 있는 성 미카엘 교회(St Michael’s Church)에서 동성애 반대자이자 전 정치인 마크 레이섬(Mark Latham) 주최 행사가 열렸을 당시 교회 밖에서 LGBTQ 시위자들과 충돌한 그룹과 마찬가지로 이 군중들(보수적 기독교인들)은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마르 마리 엠마뉴엘 주교가 좋아하는 극단적 보수주의 종교단체 ‘Christian Lives Matter’(LCM)가 주최한 과거 집회도 마찬가지이다.
루즈 부교수는 LCM에 대해 “이전처럼 활동적이지 않지만 이런 움직임은 이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작은 반응에도 쉽게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초남성성의 요소가 커뮤니티 전체에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바로 억압과 박해를 받아온 공동체 역학의 일부이며, 이에 대한 보호 장벽과 완충 장치가 강조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서부 지역 거주자들의
‘소외감’도 작용한 듯
이날 폭동을 목격한 또 다른 한 사람은 “이날의 폭동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할 일이 없는) 지루한 일상, 체육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시드니 서부 기반의 축구팀 ‘웨스턴 원더러스’(Western Sydney Wanderers) 경기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성질 급한 이들’(hotheads)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러필드 카운슬(City of Fairfield) 프랭크 카본(Frank Carbone) 시장은 이날 폭동을 일으킨 군중들 대다수는 단순히 교회(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 예배에 참례한 가족, 친척, 친구를 돕고자 그곳에 모인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경찰이 50명을 체포했다면, 이는 폭동 현장에 있는 이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그 지역 외부 사람들이 몰려와 다른 이유로 폭력적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살인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부각된 지난 4월 13일(토),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Westfield Bondi Junction) 쇼핑센터에서의 사건(무차별 칼부림으로 6명 사망 12명 부상)과 달리 경찰은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에서의 흉기 공격을 ‘종교적 동기에 의한 테러’(religiously motivated terrorism)로 신속하게 선언, 무슬림 커뮤니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건 발생 5일째 되던 지난 4월 19일(금), 법원은 첫 체포자 다니 만소르(Dani Mansour. 19)에 대한 심리에서 그가 정신건강 문제와 일치하는 행동 이력을 갖고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크리스 민스(Chris Minns) NSW 주 총리는 지역사회가 침착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주 총리는 지난 4월 18일(목) NSW 경찰청 피터 서텔(Peter Thurtell) 부청장, 그의 전임자이자 현재 NSW 다문화위원회를 이끄는 닉 칼다스(Nick Kaldas) 위원장을 포함한 각 종교 지도자, 정부 고위 관리들과 관련 회의를 가졌다.
루즈 부교수는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정부도 당연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들이 이번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 폭동과 같은 성격의 사건을 악용할 수 있는 특정 지역 사람들에게 접근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시드니 서부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극히 보수 성향의 종교적 견해를 가진 남성들이 많으며, 이들 중 다수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있고 또 ‘명예 문화’(honour culture)로 지역사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