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과도한 인플레이션-가계소비 급락 가능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 상태
RBA 이사회, 가계 모기지 상환 가능성-고용시장 변화-세계 경제 영향 살펴야
호주 경제가 위험한 칼끝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이다. 장기간 이어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소비지출이 억제된 상황 사이에서 아직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침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 중앙은행(RBA)은 지난달(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인상했던 4.35%의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전의 경고와 달리 ‘(일단은) 향후 이자율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후 미디어 브리핑에서 RBA는 인플레이션이 예상기간 내 확실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RBA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2~3%)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것이 합리적 기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충분한 확신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에 모든 이사들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통화정책 일정(이전에는 매월 첫 주 화요일)이 변경됨에 따라 RBA 이사회 회의는 3월에 이어 다음 회의는 5월 6-7일(월-화요일)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RBA가 우려하는 사항,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이사회가 면밀히 지켜볼 사항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 각 가계의 모기지 및 기타 부채는 감당 가능할까
높은 이자율로 인해 담보대출(mortgage)를 안고 있는 대다수 가계가 매월 수천 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지금까지 RBA는 상승한 금리, 높은 인플레이션, 늘어난 세금으로 인해 약 2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생활비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가계부채 문제를 조심스럽게 낙관해 왔다.
지난달 이사회 성명은 “대부분 가계가 여전히 부채를 상환하고 필수 품목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이는(부채감당 수준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가계 예산에 대한 큰 그림이며, 일부는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다. “일부 가계는 부채를 상환하고 필수 품목 비용을 감당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까지 부채상환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보이며, 각 은행도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으나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으로 알려져 있다.
■ 인플레이션 수치,더 오래, 높게 유지될까
RBA 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수정한 지난 3월 이전에는 아무런 데이터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그 전망은 내년 하반기까지 2~3%의 목표범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은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각 가계가 상당한 회복력이 있기에 RBA 이사회는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예측에는 위험이 있으며, 그중 하나는 물가 수치가 예상보다 더디게 하락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보험, 에너지 요금, 의료 및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품목 인플레이션이다. 보험가격은 지속적으로 빠른 상승을 보였다. 최근 월간 인플레이션 수치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보험료 인플레이션은 16.5%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을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게 만드는 다른 요인으로는 생산성 증가 둔화와 예상보다 길게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분야가 있다.
■ 임금 상승하면 가계지출도 늘어날까
수요 및 공급 문제와 관련하여 RBA는 가계 지출이 예상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재정 압박과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로 가계지출은 매우 부진했다.

임금상승률이 회복되고 2월에는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증가를 넘어섰지만 RBA는 각 가계가 현금을 조금 더 확보한다 해도 예상대로 소비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생산량 증가는 예상보다 느려지고 인플레이션은 더 빨리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RBA 이사회의 설명이다.
결국 RBA 이사회는 현 단계에서의 이 같은 위험과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상당히 균등하게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보는 것이다.
■ 고용시장, 둔화되고 있나
RBA는 인플레이션을 보다 정상적 수준으로 낮추고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을 더욱 둔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가능한 더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기를 원하므로 RBA는 모든 분야의 노동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1월 실업률은 4.1%까지 올랐지만 RBA 이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여건은 지속되는 완전고용과 목표 인플레이션에 비해 다소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통화정책 회의 이후 노동시장 수치를 보면 실업률은 2월에 다시 3.7%로 하락했지만 그 추세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 세계 경제 상황이 호주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주요 국가의 경제 상황은 향후 몇 달 동안 호주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건전성은 호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RBA는 해외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다.
RBA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상승했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플레이션이 고르지 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 경제는 특히 주택시장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기에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 되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양자무역 파트너이기에 RBA 이사회는 철광석 가격에 부담을 주고 수출업계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철강 수요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