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퀸즐랜드 거주 40세의 조엘 카우치, ‘정신이상 상태에서 범행’ 추정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Bondi Junction Westfield)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6명을 숨지게 하고 최소 12명에게 부상을 입힌 용의자 신원이 퀸즐랜드(Queensland)에서 온 조엘 카우치(Joel Cauchi, 40)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이 그의 배경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카우치는 13일(토) 오후 3시20분 경, 쇼핑센터 안에서 약 30cm 길이의 칼을 들고 쇼핑객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해 사상자를 발생시킨 뒤 경찰의 총격을 받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 5명과 남성 1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는 호주의 저명 사업가 존 싱글턴(John Singleton)씨의 딸인 돈 싱글턴(Dawn Singleton)씨, 생후 9개월의 딸을 가진 애쉬 굿(Ash Good)씨가 포함되어 있다. 굿씨의 아기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SW 경찰청 앤서니 쿠크(Anthony Cooke) 부청장은 14일(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브리즈번(Brisbane)에서 왔으며, QLD 경찰을 통해 카우치의 친척들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우치가 지난달(3월) NSW 주로 이주했고 시드니 도심(inner Sydney)의 한 창고를 임대했다고 말했다. 쿠크 부청장은 이번 공격이 테러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쿠크 부청장은 “우리(경찰)는 현재 이 범죄자의 프로파일링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테러와는 무관하며 정신건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카우치가 조현병(schizophrenia)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카우치가 여성을 표적으로 한 잠재적 병력을 조사하고 있다.
쿠크 부청장은 또 카우치가 공격에 사용한 30cm 길이의 사냥용 칼을 어떻게 소유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굿씨의 딸(9개월 된)을 포함해 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심한 상해를 입었지만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카우치의 난동으로 약 17명이 공격을 받았고 현장에서 숨진 5명 외 1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가운데 여성 애쉬 굿씨는 병원에서 숨졌다.
쿠크 부청장은 “아주 끔찍한 상황이었다”며 “우리는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2명은 가족이 호주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경찰은 해외 기관을 통해 가족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처구니 없이 목숨을 잃은 피해자를 애도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쇼핑센터 앞에는 이들이 놓은 꽃이 늘어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병원으로 후송됐던 피해자 가운데 세인트 빈센트병원(St Vincent’s Hospital)에서 치료 중인 3명 중 40대 여성 1명은 안정을 찾았으며 20대 여성과 남성은 아직 심각한 상태로 알려졌다. 또 다른 환자는 큰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용의자 카우치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되어 있는 사진에는 그가 잠수복 차림에 서핑보드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있다. 사건을 일으키기 6일 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서 서핑과 시드니에서의 모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서핑을 위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면, 나는 오늘 오후 본다이에서 서핑을 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있다.
사건 현장의 목격자 신고에 따르면 카우치는 13일(토) 오후 3시20분 경, 손에 칼을 들고 쇼핑센터 안을 돌아다니며 쇼핑객을 무작위로 공격했다.
38세의 여성 굿씨와 9개월 된 딸 모두 카우치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굿씨는 상해를 입은 딸을 다른 쇼핑객에게 건네는 게 목격됐다. 굿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얼마 후 사망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카우치가 이날(13일) 오후 3시10분경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갔으며, 3시20분경 다시 쇼핑센터에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쇼핑객들 사이에 ‘한 남성이 사람들을 칼을 들고 사람들을 공격하며 돌아다닌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쇼핑객들은 센터 내의 가게로 들어가 탈의실에 숨어 있거나 가게 뒤쪽으로 연결된 비상통로를 통해 쇼핑센터를 빠져나갔다. 동시에 쇼핑센터에서 비상 경고음이 울리자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쇼핑객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14일 아침, 두 번째 미디어 브리핑을 갖고 “칼을 들고 행한 무차별 공격이 호주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면서 “쇼핑을 하는 이들은 안전해야 하고 위험에 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비극적인 인명 손실을 목격했으며, 오늘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리는 “우리는 회복을 위해 병원에 여러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호주인의) 생각과 기도가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한다”고 밝혔다.
현재 휴가 중인 NSW 크리스 민스(Chris Minns) 주 총리를 대신하고 있는 페니 샤프(Penny Sharpe) 주 총리 대행은 의료진이 부상자의 생명을 구하고자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샤프 의원은 이어 “우리는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과 부상당한 이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품고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전념하는 모든 의료진의 편에 서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민스 주 총리는 일요일(14일) 시드니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