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친구가 ‘나 요즘 좀 힘들어서 화분을 하나 샀어.’라고 말할 때 당신의 대답은?
지난 몇 년간 성격유형을 알아보는 MBTI 테스트가 유행인데, 그중 하나의 척도를 가늠해 보는 질문이다. ‘무슨 일 있어?’ ‘괜찮아?’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면 F, ‘무슨 화분?’이라고 물으면 T 유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예로는 친구가 ‘나 시험에서 떨어져서 속상해.’라고 했을 때 ‘걱정하지 마. 다음엔 꼭 붙을 수 있을 거야’라고 하면 F, ‘무슨 시험인데?’라고 하면 T. 어떤 차이인지 감이 올 것이다. F 유형의 사람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해주지만, T 유형에게 있어 관심의 표현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이 어불성설인지 모르지만, 더러 면접 서류에서도 요구한다고 하니 하나의 사회적 판단 기준이 되어가나 싶다. 요즘엔 MBTI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도, 우스갯소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나도 주변에서 자주 유형을 물어오는데, 신기한 것은 나를 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과 공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추측하는 유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잘 아는 사람일수록 F, 아닐수록 T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실 75% F의 유형이다.
유형이 T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MBTI에 진심인 그녀는 나에게 확신의 T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정말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나 일할 때의 가치관은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한데, 원래의 성격은 일할 때와 매우 다르다. 대화 대부분이 일에 관한 것이므로 서로를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다. 실제 MBTI는 반대에 가깝지만 말이다. 친구는 직원을 뽑을 때 유형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MBTI를 알면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직원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상이 과학이라 믿는 나에 비하면 MBTI를 기반으로 한 유추는 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에게 테스트를 해보았더니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이 나왔다. 남편은 로또와 같아서 안 맞는다던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MBTI마저 안 맞는다니. 하지만 반대이기에 서로를 보완해주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감성에 젖어있는 나를 현실세계로 끌어올려주는 건 언제나 남편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는 팩트 폭행(팩폭)이라고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은 열 개의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각각의 자아에게 MBTI 테스트를 해본다면 열 개의 다른 유형이 나올 것이다. 조성모는 노래했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다고. 하나의 유형으로 단정을 짓기엔 우린 너무나도 일관성 없는 존재이다. 심지어 나와 같은 학습형 T도 있으니, MBTI는 연습을 통해 충분히 조작 가능하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이 유형을 물어오면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반대로 내 쪽에서 먼저 묻는 경우도 드물다. 선입견을 품고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모습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듯한 묘한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F니까. 그리고 사실은 너무 궁금하다. 당신의 유형이. 잘만 사용하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리화하며 오늘도 나는 마음으로 조용히 묻는다.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