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때부터 손을 잡기가 더 쉬워지지 않는
그런 날이 계속되었다
손을 힘껏 뻗어도 잡아주지 못하는
눈빛이 직시하는
이다음은
앞으로앞으로 부르짖는 수많은 자신으로부터
뒤로뒤로 울부짖는 자신과는 어떤 차이가 있겠습니까
잡은 손을 두고
어디에 손을 놓아야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겠습니까
비명은 비명으로 음각되고 선량한 발음들은 줄지어
도착하는 마지막 숨결까지 하나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오갈 수 없을 때 덧입은 목소리라도 꽉 붙잡으라고 외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필 그날
시드니의 한 시골 카페에서 해골이란 해골의 손을 모두 잡고
잡을 수 없는 나라의 실체를 즐긴 사실 알고 있습니까
서로 닮지 않은 얼굴 위로 겹쳐지는 눈코입
적멸의 즐거움이 끔찍했지, 라고 말하면 위안이 되겠습니까
우문과 우답 사이로 끼워 넣는 추모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면
하얗게 잊혀져야 하는 진짜 이유가 염려되는 것입니다
최후로 연결하는 기념일을 수만 송이 아름다움으로 이해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핵심만 늘 비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가 사는 나라의 골목에서 이태원 173-7의 기시감을 느낀다면
이제 최선을 다해 조용히 해야 할 차례
마지막까지 하얗게 피어오르는 역할로 절망해야겠습니까
시작 노트
타인의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두고 누구도 시간을 되돌려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필 그날 시드니 한 시골 카페 할로윈 장식 앞에서, 뒤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견하며 살 수는 없지만, 평소대로 흘러서는 안 되는 날이 있는 것일까. 그날을 떠올리면 우울하다. 고국은 지금 교사들의 극단적인 사건으로 인해 검은 리본을 달고, 검은색 바탕의 현수막을 학교 앞에 내걸고 있는 때라고 한다. 상흔을 남긴 참사를 추모해 보았으나 슬픔은 가지도 가시지도 않을 것이다. 무기력이 부표처럼 떠다니고 있으니 애도의 방식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