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is over*
시퍼런 등줄기 맞대고 당신들이 들어온다
죽어서도 민폐인 당신들
피의 숙청을 부른 스탈린이, 38년을 암흑으로 몰아넣은 프랑코가, 스스로를 반공 투사라고 생각한 히틀러가
휴전을 암시하듯 들어온다
당신은 그저
당신도 그저
참혹하게 서 있다
무차별 평화 공방전
파괴되는 삶의 생태계
이스라엘군이 남기고 간 비상식량을 앞에 놓고
무슬림 군사들이 자신들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구나
당신들이 믿는 건 당신들이 속한 종(種)
어둠에 길든 당신이 파멸을 향해 서 있다
흉터를 가진 당신도 그쪽을 향해 서 있다
어제는 또 오늘로
쏟아져 들어와 끝내지 못한 무언가
에 의미를 장전할 것이고
함께하지 못하는 전시물로 겨냥돼
오노 요코가 비둘기처럼 앉아있다
회복을 세팅한 이매진이 흘러나온다
울리는 가슴 쪽
심장이 울리면 받으세요
평화의 순간이 올 겁니다
전쟁의 모든 것이라고 하자
설치의 목적이 뭐였더라
전시 마지막 날이다
함께 끝내야 하는
*시드니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오노 요코 특별전 타이틀.
시작노트
2013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시드니 현대미술관에서 War is over!라는 주제로 오노 요코의 특별전이 있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오노 요코가 남편인 존 레논과 함께 세상을 향해 던진 ‘사랑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전시 전체를 관통했다. 출발점은 미술 작품이었으나, 전쟁이라는 폭력 행위가 인간, 인간 사회, 문명, 환경에 미친 파괴적인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처럼 변하지 않은 세상 속에 우리는 여전히 살고 있고, 10년 전 습작은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내내 나를 고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