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V 정말, 정말, 정말
오늘날 예술이 처한 상황들을 보면, 어디를 가든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거대한 예산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상업적 작품을 빼고는, 모두 돈이 없어서 예술 활동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작품 생활이 다 뭔가, 급기야는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삶이라는 게 그냥 이루어지지 않듯이 예술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날을 고민과 생각으로 보내야 하고, 그것을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험난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내지 않으면’ 예술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예술을 접하고 쉽게 말한다.
오히려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 돈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작품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면서, 어디서 이 돈을 구해야 하나, 어떻게 일을 해야지만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등등.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좀 만지는 사람들은 절대로 돈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번 주 골프는 어디로 치러 갈까. 어디 맛집이 유명하다는데. 그 뮤지컬 봤어. 내용은 좋은데 남자주인공 연기가 좀 그렇더라. 그 옆에 조연으로 나온 배우 연기는 디테일하더라.
작품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간에 우리네는, 작품을 만들 돈을 어떻게 융통해야 할지에 대한 큰 고민을 한다. 처절하게.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작품 한 번 하고는 떠난다. 예술을 하면서 돈, 돈, 돈 하고 그리고 그런 가난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것이다. 정말로 예술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고한다. 끝을 보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말기를.
“예술가여, 가난을 받아들여라”
풀리쳐상 비평 부문 수상자인 미국의 미술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가 젊은 아티스트들을 향해 외쳤다. “예술 작가의 삶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절대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혼자서 버텨내기엔 힘들다. 질투도 이겨내야 하고, 동료 예술가들과 서로 지지해주라”고 하면서 말이다. 본인은 마흔 한 살까지 장거리 트럭 기사로 일한 사람이며, 전문 정규 과정을 마치지도 않았고, 학위 하나 없이 퓰리처상을 받게 되었다고 일갈하면서 말이다.
“예술의 삶은 고되다. 그러므로 정말, 정말, 정말로 꼭 하고 싶을 경우에만 그 길을 택하라”
극단 인터뷰나 오디션을 보고 난 후,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말이 있다.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지금이라도 좋으니 자신 없으면 나가기를 바란다고.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행동에 옮긴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일을 초래할지 아무도 모르기에, 그래서 시작한다. 하지만 누구나가 치열하리만큼 힘든 일을 하고 버티지는 못한다. 그토록 다 약한 존재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밤을 꼬박 새워도, 돈 때문에 몇날 며칠을 고민해도, 사람들 평가에 이리저리 치여도 정말, 정말, 정말로 꼭 하고 싶은 이것이, 가난하더라도 해야겠다고 다짐을 또 하게 된다. 아마도 몇 천 번은 더 남았으리라. 다시 다짐해야 할 일이.
그래서 지루할 시간이 없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구운몽 2’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