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한 겹, 한 겹 제 껍질 벗겨 나간 유칼립투스
바람 하나 날아오르자 나뭇가지가 파르르
바람 하나 붙잡은 이파리도 파르르
제 몸 깊숙이 떨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떠나간 바람의 안부를 묻는다
오래오래 속과 겉을 비워 갈 저 나무는
자신의 고백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애달픔
같은 것이어서 떨림을 부둥켜안고 있는 것이다
허공 속, 수만의 바람이 떨림의 얼룩을 품을 때
어둠에 박힌 뿌리는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아직 살아 있는 것들 사이에서 꿈틀대는 허기를
주인을 알 수 없는 그림자
가로등을 쓸어내고
도시의 외침을 받아주고
그 속에서 삭아가는 이파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는
날 수 없는 것들 품는 것이 너무 막막하여
속울음을 뱉으며 천천히 어두워질 것이다
밝음이 올 때까지
시작 노트
떨림은 살아 있다,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다.
하나의 삶이 다른 삶과 만나는 순간이며
하나의 죽음과 삶이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록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삶과 죽음을 품는 것이다.
떠나 갈 바람도 다시 맞을 바람도
너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떨림! 이다
탄생, 살아가는 삶, 죽음,
각각의 순간들의 떨림!은 가슴 속에서 멈추지 않는 울렁증으로 남을 것이다
삶이란, 너의 떨림과 나의 떨림이 서로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혼자 위로하면서 시를 쓴 세월이 이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시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이 내밀한 행복인 것을 요즈음 새삼 느끼고 있다. 스스로 자신에게 감탄해하면서 눈으로 읽어보기도 하고,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 하면서 나 혼자 내가 쓴 시의 독자가 된다. 한 편의 시를 써 놓고 밤새 뿌듯해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나이, 그래도 매일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