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바라본 우리 몸의 장기들(1)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장기를 가리켜 ‘오장육부’라 칭한다. 오장육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흔히 이 명칭을 사용하는가 하면 이들이 정확히 어떤 장기를 가리키는 것인지 질문을 해오곤 한다. 즉 두고 쓰는 말이면서도 정확한 개념을 아는 이는 드문데 이는 한의학에서 논하는 우리 몸의 장기들이 서양의학에서 지칭하는 해당 장기의 기능과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의학에서 말하는 오장은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을 뜻한다. 육부는 담, 소장, 위장, 대장, 방광 그리고 삼초를 가리킨다. 한의학의 간은 우리가 잘 아는 간과 같은 장기로서 하는 일도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간의 기능과 유사하다. 몸에 나쁜 물질들을 해독하고 혈액 구성을 조절한다. 한의학에서는 혈을 저장하는 기관을 간으로 보았으므로 각종 부인병, 특히 빈혈로 생기는 생리불순이나 불임 등의 문제가 간과 직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또한 스트레스나 억압된 분노 같은 정서적 문제도 간에서 기인한다고 보았으므로 울화증이나 스트레스성 과민대장증후군 등도 간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게 된다.
심장도 현대의 심장과 거의 비슷하다. 쉴 새 없이 혈액을 짜야 하는 기관이므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성한 장기로 보았다. 특이한 점은, 서양의학에선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이 뇌에서 발생한다고 믿는 반면 한의학에선 심장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긴장을 하거나 놀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심장 이식 수술을 하면 환자의 성격이 심장의 원래 주인과 일부 유사하게 바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마음 심’(心)자로부터 알 수 있듯이 본시 동양인들은 심장과 마음을 동일한 것으로 보았으며 고대인들은 심장이 곧 현대의 뇌 기능을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한의학의 비장은 서양의학의 비장과는 사뭇 다른 것을 의미한다. 현대의 비장은 면역 역할과 오래된 적혈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맹장과 마찬가지로 이미 그 기능이 퇴화된 기관으로 보는 반면 한의학의 비장은 주로 췌장의 기능에 가깝다. 소화액을 분비해서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이런 영양분을 온 몸 구석 구석에 나르는 역할을 한다. 어떻게 고대인들이 췌장에서 인슐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생각이나 근심이 많아지면 비장의 기능이 상한다고 믿었으므로 가령 상사병처럼 누군가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다 생긴 병은 비장을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폐는 현대의 폐와 백 프로 일치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한의학의 폐는 인체의 기를 주관하는데 ‘기’라는 개념이 복잡하여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듯하다. 폐는 대장과 짝을 이루므로 폐 기능이 나빠지면 대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비염이 있으면서 장이 약해 변비, 설사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또한 폐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주관하므로 오랫동안 슬픈 일을 겪으면 폐 질환에 걸린다고 보았는데, 수많은 고사에 등장한 중국의 미녀들 중 미인계의 일환으로 오왕에게 바쳐진 서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의학의 신장은 신장 및 비뇨생식기 계통의 모든 역할과 부신, 갑상선의 기능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호르몬 계통이 전반적으로 신장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신장은 인체의 근본이자 부모에게 받은 선천적 유전자가 가장 많이 포함된 장기로 보았으므로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다. 신장은 공포의 감정을 주관하기에 겁에 질리면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찔끔이게 된다. 또한 머리카락은 신장이 외부로 발현된 것이므로 공포를 느끼면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오장은 육부와 더불어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논하는 역술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훗날 사주 간명은 건강과 체질의 분석으로까지 발전하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룬다.
김태련 / 현 김태련 한의원 원장, 태을명리연구원 원장. 0434 262 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