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 통해 드러난 COVID-19 이후의 변화
호주 공영 ABC 방송이 매년 실시하는 ‘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는 호주 전역 걸쳐 6만 명을 대상으로 수백 개의 주제를 알아보는 대규모 조사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의식과 요구, 이들의 삶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지난해 조사를 이어가지 못한 가운데 올해 실시된 ‘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COVID-19’와 관련된 항목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적 전염병 사태가 호주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대다수 국민들의 삶이 크게 변화했다는 점에서이다.
보건위기에서의 개인의
자유 제한, 70%가 ‘수용’
현재 전염병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호주인 10명 중 8명은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통제될 때까지 호주의 국경 폐쇄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각 주(State) 및 테러토리(Territory) 정부가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주 경계 (State border) 봉쇄는 거주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호주인 70%는 “전체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때로 개개인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18개월 전인 2019년 국가 조사 이후, 이 부분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무려 1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그런 한편 18개월 전 조사에서 호주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 안전 사이의 균형을 위협하는 것으로 테러를 꼽았었다. ABC 방송은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세계적 보건 위기에 직면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할 준비가 더 강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민 절반 이상(54%)은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의견은 청년증(18-24세, 63%), 고령층(65-74세, 64% 및 75세 이상 69%)에서 가장 높았으며, 중-장년층에서의 ‘의무화’ 의견은 낮은 편이었다.
다만 이는 지난 3월,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후 나타나는 희귀 혈전과 관련, 50세 미만 국민들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 전에 실시한 것이다.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백신접종 의무화’ 의견도 다양했다. 노동당 및 녹색당 지지층에서는 각 60%, 61%가 ‘접종 강제화’에 찬성한다는 반응이었으며 연립여당(자유-국민당) 지지 유권자들은 53%였다. 반면 한나라당(One Nation Party) 지지자들은 단 16%만이 ‘의무적 접종’에 찬성한다는 반응이었다.
COVID-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도 감지
올해 ‘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에서는 세계적 전염병을 극복해야 한다는 잠재된 자연적 욕구를 보여주면서 또한 호주사회를 변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보다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다.
현재 호주 직장인의 12%가 하루 8시간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에 비해 3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지난해 전염병 사태 직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록다운’(Lockdown)을 시행한 후, 이 비율은 25%까지 증가한 바 있다.
출퇴근 없는 직장생활의 맛은 달콤했다. 올해 조사에서 호주인의 44%는 직장까지 오가는 시간을 줄이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는 18개월 전 조사 당시에 비해 1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세계적 전염병 사태가 우리 모두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또는 더 나쁜 쪽으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47%)은 이번 유행병이 시작된 이후 우선순위 의식이 개선되었다는 답변이었다. 23%는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반응이었으며 32%는 자신의 디지털 기술이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답변이었다.
호주인의 정신건강은
하지만 COVID-19는 우리사회에 상당한 기본비용을 요구했다. 응답자의 32%는 전염병 사태 이전에 비해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답했으며 30%는 특히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을 보다 자세히 보면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이 있다. COVID-19 이후 호주인의 정신건강 상태는 연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이다. 즉 나이가 젊을수록 전염병 사태 이전에 비해 정신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조사 결과 18-24세 사이 청년층의 52%는 정신건강이 더 악화됐다는 답변이었다. 반면 75세 이상 계층은 이전에 비해 더 기운이 돋는다는 반응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11%만이 COVID-19 이전에 비해 기분이 악화됐다고 답변했다.
호주인들이 느끼는 정신상태의 정도(degree) 또한 정치적 정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녹색당 지지층의 경우 정신건강이 더 악화됐다는 이들이 45%에 달한 반면 자유당과 한나라당 유권자 가운데 ‘정신건강 악화’라는 답변은 각 22%, 20%로 낮았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연방 및 각 주-테러토리 정부)의 전염병 사태 대응 방식을 강하게 지지했다.
모리슨 정부(연방)의 COVID-19 대응에 대해서는 67%의 호주인이 지지를 보냈다. 또 각 주 정부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반응으로, 빅토리아(Victoria), 퀸즐랜드(Queensland) 및 NSW 주 정부에 대한 바이러스 사태 처리 신뢰도는 각 70%, 77% 및 83%였다. 특히 남부호주(South Australia)와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주 거주자들은 주 정부의 전염병 위기 대응 방식에 그야말로 ‘hysterical fandom’이라 할 만큼 높은 지지(90%)를 보였다.
호주인 스스로도 보건위기 상황에서의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즉 78%가 정부의 공공보건 명령 및 제한사항을 ‘매우 잘 준수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전 상황으로의 회복은 언제쯤일까…
올해 ‘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의 COVID-19 관련 설문 가운데는 ‘어느 정도의 정상 상태 회복(getting more or less back to normal)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에 대한 것도 포함됐다. 지난 3월 초에 진행한 이 설문에서 ‘2년 이내’(within the next two years)라는 답변이 69%로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를 예상했다. 반면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도 8%에 달했다.
■ 연방 및 각 주 정부의
COVID-19 대응 방식에 대한 지지 비율
-SA : 90%
-WA : 90%
-NT : 88%
-TAS : 88%
-ACT : 86%
-NSW : 83%
-QLD : 77%
-VIC : 70%
-연방정부 : 67%
Source: Australia Talks National Survey 2021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