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취가 고약하게 나는 남자가 소시지를 먹으려고 불에 굽는다. 남자는 소시지에 입김을 훅훅 불어댄다. 그 바람에 소시지가.. 개똥으로 변한다. (3-4세기경 그리스 유머)
‘당신은 하루에 몇 번 웃나요? 당신은 하루에 몇 번 하늘과 구름과 꽃을 보나요?’웃음 강의를 시작하는 어느 심리학자의 질문이다. 손을 치고 발을 구르며 웃어 젖히는 박장대소를 하루에 일곱 번만 하면 모든 병이 치유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웃음에 등급을 매기기는 또한 우습지만 최하등급인 억지웃음도 암세포를 없애는NKC(Natural Killer Cell)를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 그렇게 웃기가 쉬운가? 별나라에 갈 수 있는 현시대에도 질병과 침략과 궁핍이 지구를 요동치게 하고 있으니…. 우울한 마음에 응급처방이 필요하다면 지금 거울을 마주하며 억지미소라도 지어야 할까?
이발사와 대머리 남자와 멍청한 학당 훈장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숲 속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 지내기로 하고 천막을 쳤다. 그러고는 번갈아 불침번을 섰다. 자기 차례가 되어 불침범을 서던 이발사는 너무 심심하여 잠자는 훈장의 머리를 깎아 주었다. 잠에서 깬 훈장은 갑자기 반들반들해진 자기 머리통을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이 멍청한 이발사야! 나를 깨울 차례인데 대머리를 깨우면 어떡해!’ (로마 시대 유머)
그래서인지 웃음 전도사, 폭소클럽, 웃음치료 등 다방면에서 위트와 유머를 품고 있는 사 람은 인기가 많고 여러 곳에서 환영받는다. 어린시절 나의 첫 번째 웃음 전령사는 하나 뿐인 외사촌 오빠였다. 같은 이야기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가 따로 있는데, 칠공주의 유일한 왕자인 오빠가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나보다 두 살 위인 오빠는 여동생 두세 명을 데리고 방학 때면 절친 고모네인 우리집을 방문하였다. 친정의 삼대독자인 조카를 특별히 아끼는 엄마의 극진한 대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우스운 얘기, 무서운 귀신 스토리와 수수께끼 혹은 스무고개로 깔깔대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오빠의 단골 레퍼토리는 ‘농부의 똥’ 이야기인데 -권정생 님의 ‘강아지 똥’같은 고귀한 동화는 나오기 훨씬 전이다- 꿀을 많이 먹은 농부가 단똥을 끊임없이 누게 되어, 달고 맛있는 똥장사로 큰 부자가 된다는 줄거리이다. 조금은 황당하고 엽기적인 우여곡절 스토리를 어찌나 실감나게,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깔끔하게 얘기해 주는지..우리를 배꼽쥐게 하였다. 그런데 가끔은 똥 동요를 만들어 나를 놀려먹였다. ‘누구네 아버지는 똥 퍼요! 하루도 쉬지 않고 똥 퍼요! 똥 퍼서 남 주나아아아!’물론 누구에는 내 이름을 붙였다. 그러면 나도 씩씩대며 오빠 이름에 액센트를 넣으며 맞받아쳐 노래 불렀다. 그러다가 어느새 우리의 합창은 언제나 웃음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다.
두 누나, 다섯 여동생을 가진 외사촌 오빠는 몸성히 운동만 열심히 하라는 외숙모의 배려로, 학문은 제쳐두고 근육질의 남자가 되었다. 수많은 나라의 하늘을 떠다니며 날틀 안의 안전을 책임지다가, 일찌감치 낙향하여 친환경 과수원을 일구는 진정한 농부로 거듭난 생활인이 되었다. 지금도 가을이면 우리들에게 달콤한 사과를 선물하는 오빠, 사과를 베물어 입 안 가득히 단물이 번질 때마다, 어린시절 외사촌 오빠의 레전드 유머인 똥과 방귀 이야기가 내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고 입 가에 배시시 웃음꽃을 피우게 한다.
어느 영국인이 호주로 이민가려고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민국 직원: 보자.. 모든 게 정상이고, 큰 사건은 없고.. 가장 중요한 게.. 범죄 기록은 있나요? 영국인: 어? 그거 이상하네. 아직도 범죄 경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나요? (호주 이민자 유머)
한때 주간지 지역신문에 웃음 클럽 공고를 보고 솔깃한 적이 있다. 주말 아침, 동네 공원에 모여 같이 웃자는 모임이다. 나이, 성별, 배경 상관 없이 누구나 와서 순수하게 웃어 보자는 초대이다. 한번 나가볼까 용기를 내다가도, 이민자들의 언어습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농담이나 유머를 듣고 즉각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한 박자 뒤늦게 남들따라 덩달아 웃어야 하는 덩달이가 되기는 싫었다. 어느 모임에서건 연사들은 재치 있게 웃기고 싶어한다. ‘강남 스타일’로 세계를 돌며 사람들을 흥겹게 해주었던 가수 싸이도 옥스포드 대학에서 고백하였다. ‘우스운 동작, 우스운 노래, 우스운 춤으로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의 노래를 가능한한 가장 우스꽝스럽게 만들려고 했습니다.’요즈음 내가 웃고 싶을 때 가끔 보는 ‘매불쇼’의 진행자 최욱도 지금 자기 생의 목표는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웃음은 진정 약방 감초 격인가?
지난해 생일에는 친구들에게 장르에 구분 없이 좋아하는 음악 한 곡씩을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하였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그날에는 우스개 소리(이야기) 하나씩을 선물 받고 싶다. 그래서 ‘우하하’하고 파안대소 혹은 포복절도 하고 싶다. 웃음도 하품처럼 전염이 쉽게 된다. 산책을 하거나 출퇴근 기차 안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씨익 웃어보라. 대부분 그 미소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호모 마스크스 시절인 지금은 좀 어렵겠지만 순간적인 눈빛의 반짝임에서도 웃음의 교류 현상은 일어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울면서 태어났으나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생을 거쳐, 진정 웃으면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왜 엄마 캥거루들은 비 오는 날을 싫어할까? 아이들이 집안에서만(캥거루 주머니)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호주 유머)
김인숙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