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취업 4만 명 증가-실업자 9천 명 감소, “투자자-RBA에 반가운 소식 될 것”
지난 4월 높아진 증가 수치로 우려를 제기했던 호주 실업률이 다시 하락, 기준금리를 놓고 고민하는 중앙은행(RBA)에 ‘골디락스’(goldilocks. 물가상승의 큰 부담 없이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 상황) 시나리오를 주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ABS) 집계 결과 지난달(5월) 고용은 4만 명이 늘었고 공식 실업자는 9,000명 감소했다.
ABS는 4월 들어 일을 시작하고자 대기하는 실업자가 평소보다 많았기에 5월 실업률 감소와 고용 증가에는 일부 새로 일을 시작한 이들의 움직임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큰 계절별 조정 수치를 살펴보는 ‘추세’ 실업률(‘trend’ unemployment)은 4월 3.9%에서 지난달에는 4%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팬데믹 봉쇄 조치가 해제된 뒤인 2022년 4월, ABS가 ‘추세’ 데이터를 다시 도입한 이후 가장 높은 월별 추세 실업률이다.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계속해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RBA는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IG(Industrial group)의 시장 분석가인 토니 시카모어(Tony Sycamore) 연구원은 “5월 실업률 4%는 RBA의 2분기 전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 노동력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선도 지표의 완화 및 실업률 상승 추세에 반영된다”면서 “지난달 수치는 RBA의 통화정책 회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현재의 이자율(4.35%)이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5월 고용 증가는 풀타임 취업자에 의해 주도됐다. 정규직 고용은 4만1,700건이 증가했고 파트타임은 2,100건 감소해 지난 1년간의 추세와는 달랐다. 이전 12개월 사이 호주 경제에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거의 4분의 3은 파트타임 직업이었다.
5월 실업률 수치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RBA의 기대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Indeed’ 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학자, 칼럼 피커링(Callam Pickering)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통화정책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호주 경제에 의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잠정적으로 RBA의 통화정책이 준비가 되었다고 보는데, 인플레이션 전선에 대한 또 다른 달갑지 않은 놀라움은 분명 RBA로 하여금 조치를 취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올해 경제가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릴 만큼 충분히 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피커링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해 ‘추세 변화’라기보다 ‘일탈’에 가까운 양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호주 시장에 대한
‘골디락스’ 시나리오일까
현재 헤드라인 실업률(headline unemployment rate. 현재 공식적으로 직업이 없이 구직 중인 이들의 수를 집계한 실업률)은 4%(3.5%에서 상승), 불완전 고용률(underemployment rate. 완전고용 되지 않은 근로자, 즉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다고 답한 파트타임 근로자와 조사기간 중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은 정규 근로자)은 6.7%(5.9%에서 상승), 노동력 저활용률(under-utilisation rate. 실업 상태 및 불완전 취업자 수)은 10.7%(.4%에서 상승)이다.
또 장기실업자는 지난해 4월 이후 9만800명에서 12만5,50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저활용률의 점진적 증가는 역사적으로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의 맥랙에서 발생했다. 현재 노동시장 참여율과 인구 대비 고용 비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주식펀드 회사 ‘BetaShares’의 데이빗 바사니스(David Bassanese) 선임연구원은 “이것이 투자자 및 RBA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정기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실업률의 점진적인 상승은 시장이 오랫동안 기대했던 ‘골디락스’ 또는 ‘연착륙’ 시나리오와 일치한다”고 썼다.
이어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은 것 같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그는 “이 같은 노동시장 둔화와 함께 두 경제 모두에서 임금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며 “이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더욱 완화되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의 공식 금리가 하락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에 불균형적 영향
경제학자들의 이 같은 분석과 달리 노동시장 완화는 일부 그룹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해리 머피 크루즈(Harry Murphy Cruise) 연구원은 “고용주들이 정리해고나 직원 감원을 늘리는 대신 채용 계획을 줄이고 기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업무 시간을 삭감하고 있다”면서 “업무시간 감소는 지난 몇 달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정리해고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 노동시장에 발을 들이는 젊은이들과 신규 이민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팩(Westpac) 은행 라이언 웰스(Ryan Wells)와 팻 버스타만테(Pat Bustamante) 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이들은 “이 결과(5월 실업률)의 기저에는 지난 두 달 동안 불완전 고용률이 거의 1% 증가한 15세에서 24세 사이 젊은층이 직면한 상황의 불균형적인 완화가 있다”며 “청년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더욱 당황스러운 전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이는 앞으로 더 넓은 노동시장 상황이 추가로 완화된다는 조기 신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실업자 발생 ‘예상’
RBA는 가장 최근 전망에서 실업률이 6월 말까지 4%, 내년 6월까지 4.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 Access Economics) 파트너인 스티븐 스미스(Stephen Smith) 경제학자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조금은 더 탄력적’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그는 내년 6월까지 실업률이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미스 연구원은 “불행하게도 지금부터 올해 말 사이, 실업자 대열에 약 10만 명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많은 대기업이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가계지출이 적다는 것은 기업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그는 “실질임금이 많지는 않지만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기타 투입 비용도 수익성에 타격을 준다”면서 “대학 부문에서도 해고 전망에 대한 우울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스미스 연구원은 정부의 세금감면과 기타 정부 보조금 제공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몇 달 내 가계 생활비는 어느 정도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가계와 기업의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올 연말까지 더 많은 일자리 손실을 막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완화되면서 이민자 유입을 줄인다는 정부 방침은 적절한 시기의 조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미스 연구원은 노동시장이 약화됨에 따라 RBA가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인하 전망’은 그가 이전부터 예상한 것이었다.
ANZ 은행 또한 같은 전망을 보여 왔지만 이달 첫 주, “내년 2월에야 이자율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존 예측을 변경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