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데이터… 강력했던 고용시장 균열 징후 나타나, 임금인상 비율 둔화 양상
지난달(4월) 실업률이 4.1%로 상승하고 임금 인상률이 완화되기 시작하는 등 중앙은행(RBA)의 공격적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균열을 일으킨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RBA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수개월 연속 유지하면서 금융시장이 추가 이자율로 인한 고통이 없을 것이라 기대하는 상황에서 통계청(ABS)은 4월 실업률이 0.2%포인트 증가했으며, 3월 실업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실업률은 4.1%였지만 이는 많은 이들이 취업 시장에 다시 나오기 전, 직장을 떠나 있었던 때문이다. 이후 2월에는 3.7%로 집계됐었다.
지난달 일자리를 다시 유지한 이들은 3만8,500명 증가했지만 새 일자리를 찾는 이들은 3만 명이 증가했다. RBA와 연방 재무부는 6월까지 실업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을 발표한 후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첫 2년간 고용시장은 매우 탄력적이었다”면서 “새로운 수치(4월 ABS 집계)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노동시장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호주)가 여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내각 재무부를 담당하는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은 실업률 증가는 현 호주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그는 “호주인의 생활 수준은 노동당의 잘못된 경제 관리로 인해 무너졌다”며 “불행히도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이를 복원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전염병 대유행 이후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지방 지역 및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시장이 RBA의 기대에 맞게 둔화되고 있다고 보았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의 해리 머피 크루즈(Harry Murphy Cruise) 경제연구원은 “고용시장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년 넘게 일자리는 팬데믹 사태, 전쟁, 인플레이션, 이자율로 인한 압박을 견디게 하는 방패 역할을 해 왔지만 이런 압력들이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면서 “엄격히 말해 호주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편이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약화되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호주경제 분석가 필 오도나고(Phil O’Donaghoe) 연구원은 ABS의 이번 고용 보고서는 재무부의 예산계획에 비해 경제 상황에 대한 더 나은 지표라는 의견이다. 그는 “4월 실업률 데이터는 호주 노동시장에 분명한 균열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그림이 앞으로 몇 달간 지속된다면 RBA의 단기 통화정책 논의 결과는 연방 예산계획의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 AMP의 다이아나 무시나(Diana Mousina) 연구원은 ABS의 4월 노동시장 집계에 대해 “실직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평소보다 더 많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실업률이 다음 달, 다시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현재 일자리 데이터는 혼합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인 9.4%에서 10.7%로 증가한 노동력 저활용률(under-utilisation rate.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 수의 합으로 정의되며 노동력 대비 백분율로 표시됨)과 2022년 7월 7.2%에서 9.7%로 높아진 청년 실업률 증가를 포함한 다른 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무시나 연구원은 “지난 1년 동안 노동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RBA가 지난 수개월 동안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셋째 주 ABS의 별도 수치에 따르면 연간 임금 증가율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둔화되어 12월까지 12개월 동안 4.2%에서 3월까지 4.1%로 소폭 완화됐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민간 및 공공부문 임금인상은 모두 2022년 3월 이후 가정 적은 폭이었다. 연간 0~2% 증가를 기록한 일자리 비율은 처음으로 지난 12월 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HSBS 은행의 호주-뉴질랜드 경제 분석가 폴 블록섬(Paul Bloxham) 연구원은 고용시장 완화와 임금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골디락스’(Goldilocks. 물가상승 부담 없이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 상황)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이어 “인플레이션 수치를 낮추는 데 꼭 필요한 고용시장 완화가, 탄력적인 노동시장 유지 기간에 발생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한 그는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임금 데이터가 임금상승률이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하며 이는 RBA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적음을 나타낸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