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 월드컵 예선전 두고 국제사회 비난 쏟아져
금주 화요일(15일)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에 대한 전 세계 언론들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남북이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단절 속에 격돌했다.” “평양의 텅 빈 경기장에서 남북 축구팀이 시합을 벌였다.” “이것이 21세기 축구가 맞는가?” 등등 현대 축구에서 볼 수가 없는 무관중, 무중계, 무응원으로 진행된 이번 남북 월드컵 예선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스런 반응이다. 일부 스포츠 전문가들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5일 경기는 북한 당국이 경기 당일 돌연 ‘취재진은 물론 생중계와 관중, 응원단 모두 허용하지 않아’ 말 그대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진행됐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이 경기를 “기괴한(bizarre) 경기”라고 평했고, AFP 통신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가장 열망하며 기대했던 경기 중 하나로 홍보했던 이날 경기 소식을 제한된 온라인 문자로 읽어야 했다”고 촌평했다. 한국의 모든 언론들도 한결같이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국제 스포츠-정치학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한국에 패배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일 수 있다며, “독재국가에서 스포츠는 국가 권력의 상징이고, 과거 무솔리니와 히틀러,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이 국제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정통성과 위상을 높이려 했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팀이 남한에 대패할 경우 독재자가 무능해 보이는 등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전력이 북한보다 강한 남한과의 경기를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P 통신도 한국의 스포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대표팀이 5만 명의 평양 관중 앞에서 한국에 패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을 북한 당국이 우려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누구보다도 북한 주민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며 “월드컵 예선 경기는 상당히 (평양주민들에게도) 중요한데, 주민들이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를 직접 볼 수 없었다. 월드컵은 정치화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데 이것은 선을 완전히 넘어갔다. 훨씬 더 심각한 위반이다”고 북한의 이번 행태를 강력 비난했다.
한편 CNN 등 일부 언론은 이날 경기를 관광 상품으로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북한전문 여행사들과 관광객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 AFP 통신은 생중계를 볼 수 없었던 한국 축구 팬들이 격노하고 있다며, 북한을 국제축구연맹에서 퇴출시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한국 언론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월드컵 참가를 허용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포츠 행사를 내부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그에게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