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후 과학자 진단… “탄소 배출로 인한 극한의 기온 모델, 정확한 것 입증”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북반구의 올해 여름은 지난해외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더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기후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마이클 만(Michael Mann) 교수는 특히 이달(7월) 북반구를 휩쓴 일련의 열파(heatwave)가 지속되면서 “지구가 경험한 가장 무더운 7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만 교수는 지난 7월 20일(목)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와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극한의 기상 비상사태로 호주의 가까운 미래를 엿볼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과소평가되었음을 알게 한다”고 말했다.
엘리뇨(El Niño) 기상 패턴의 재출현으로 악화된, 일련의 느린 폭염으로 인해 아시아, 시베리아, 유럽, 중동, 북미 전역에서 기존의 기온 기록이 깨졌다. 지난 7월 18일(화) 로마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41.8도로 새로운 기록을, 중국 서부 신장(Xinjiang) 지역의 한 외딴 마을에서는 섭씨 52.2도로 측정됐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Phoenix, Arizona)의 경우 40도 이상의 기온이 19일 연속 이어졌다.
그런 한편 이란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Persian Gulf International Airport) 열 지수(heat index. 온도와 습도를 결합해 사람에게 미치는 열 영향을 반영하는 측정값)는 66.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 교수는 “극단적 기온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결과라는,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를 예측하고자 제안한 모델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표면 온난화는 이 모델에 의해 예측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며 “(이 모델로 볼 때) 충분히 나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폭염, 가뭄, 산불을 포함한 극단적 기상이변과 같은 일부 영향을 호주에서도 많이 보았고 또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극심한 홍수 등 일부 영향은 예측을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예측하는 것은 더위가 날씨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작업이다.
기후 모델은 또한 북반구의 많은 지역에 정착하여 기록적인 더위를 불러일으키는 고기압 시스템인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의 빈도와 지속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소위 열 돔(heat dome)은 부분적으로 제트기류(jet stream. 일반적으로 북극권 아래에서 지구를 도는 높은 고도의 바람)의 속도 저하로 인해 발생했을 수 있으며, 기류의 정체는 기후변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기후학자인 휴 맥도웰Hugh McDowell)씨는 제트 기류가 느려질수록 기류에 더 많은 곡선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곡선을 그리면서 감속하는데, 이것이 공기로 하여금 고기압 시스템에 쌓이게 하고 이로써 ‘고기압권’(anticyclone)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고기압권은 바람의 순환으로 형성되는 지역을 서서히 뜨겁고 구름이 없도록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폭풍(새로운 폭풍이 생길 때마다 이름이 만들어진다)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맹렬한 열을 가하기 때문에 유럽 전역은 여기에도 이름을 붙이는 전통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케르베로스’(Cerberus. 그리스 신화의 지옥을 지키는 개, 머리가 셋에 꼬리는 뱀 모양임)라는 이름이 있었고 지금은 ‘카론’(Charo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옥세계의 뱃사공)이 있다.
NSW대학교 기후연구소인 ‘UNSW Climate Change Research Centre’의 대기 과학자 스티븐 셔우드(Steven Sherwood) 교수는 호주 내륙에 고기압권이 형성되면 열이 축적되어 동쪽으로 휩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나 멜번의 경우 내륙으로부터 이 고기압권에서 폭발하는 열을 받을 때 최대 기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북쪽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차이점은 장기 온난화 경향이 지금까지는 남반구에서 적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반구의 경우, 80%가 바다인 남반구의 두 배에 달하는 육지를 갖고 있어 더 빨리 온난화되고 있다. 셔우드 교수는 “하지만 그 북반구는 우리(지구)의 가까운 미래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육지가 적기에 약간의 보호를 받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에는 여기에서도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셔우드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인류는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 250억 개의 핵폭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축적했다. 이렇게 생성된 열의 대부분은 현재 기록적 온도에 도달한 바다에 흡수되어 더 이상 예전만큼 대기를 식힐 수 없다.
북반구에 기록된 극심한 더위의 직접적 영향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지구를 0.2도가량 따뜻하게 하는 엘니뇨 날씨 패턴의 복귀는 호주의 봄과 여름 더위의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주 기상청은 8월과 10월 사이,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 이상의 기온이 발생할 가능성이 80%라고 밝혔다. 이는 지표면 아래 해양 열과 인공위성 데이터, 과열된 북반구를 포함해 전 세계 날씨의 기상관측기구(weather balloons)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망한 것이다.
기상청 기상학자인 맥도웰씨는 “지구는 모두 하나의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며 “폐쇄된 시스템이기에 북반구 전역의 고온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종류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sation)는 이달 셋째 주 북반구 전역을 휩쓴 폭염이 모든 극단적 기상현상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라고 경고하며, 지난해의 경우 그 결과로 6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은 지난 7월 18일 연설에서 “인류의 절반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위험지대에 있다”며 “이제는 결정적인 기후 행동의 10년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는 선택이 있는데, 그것은 ‘집단 행동이냐, 집단 자살이냐’ 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마이클 만 교수는 올해 여름 시즌의 더위가 호주 전역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호주를 잘 알고 있고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증가하는 엘니뇨는 호주에 더 극심한 가뭄, 산불, 폭염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의 악화 효과에 추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만 교수는 “인간 문명과 기반 시설은 어느 정도 복원력이 있지만 그 한계를 초과하는 임계치(또는 tipping point라고 할 수 있는)가 있게 마련”이라며 “엘니뇨와 지속적인 온난화의 결합은 호주를 그 지점(복원 가능한 한계치) 이상으로 밀어붙일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블랙섬머’(Black Summer.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까지 호주 NSW, QLD, VIC, SA 등 호주 전역을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모두가 감지한 것”이라며 “우리가 계속하여 화석연료를 태우면 여름은 더욱 검게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