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출산율
호주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호주에서 등록된 출생아 수는 28만 6,998명으로,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TFR)은 1.5명에 그쳤다. 이는 사상 최저치로, 인구학자들은 이를 매우 심각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NU)의 인구학자 리즈 앨런(Liz Allen) 박사는 “우리는 이제 출산율의 바닥을 찍었다”며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젊은층은 출산 기피, 고령 출산은 증가
지난 30년 동안 호주의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특히 젋은 여성의 출산율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앨런 박사는 “현재 젊은 세대는 출산을 하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이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많은 자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아이를 갖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40~44세 여성의 출산율은 지난 30년간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고령 출산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출산율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앨런 박사는 “출산율 1.5명이라는 숫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 수준에 도달하면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어렵고, 결국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경제 성장 둔화와 노동력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가 출산율 반등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부인과 잇단 폐쇄
의료 공백 우려
호주의 지방 사립 산부인과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 7년간 18개의 사립 산부인과 병동이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도 폐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 산부인과 전문의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pecialist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에 따르면, 호바트(Hobart)와 다윈(Darwin)에서 사립 병원의 산부인과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인 헬스스코프(Healthscope)는 폐쇄의 주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출산 환경 악화될 것
호바트 프라이빗 병원(Hobart Private Hospital)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커스틴 코넌(Kirsten Connan)은 “이 같은 폐쇄가 계속된다면, 사립 출산 서비스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결국 일부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고액 서비스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호주의 임산부들은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출산 서비스가 대도시를 중심으로만 남게 되고, 그 외 지역에서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립 산부인과 폐쇄로 인해 출산을 계획 중인 여성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호바트 프라이빗 병원에서 두 아이를 출산한 케이트 스티븐스(Kate Stephens)는 “첫 아이를 출산할 때 사립 병원의 충분한 입원 기간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친구는 공공 병원에서 출산했는데, 4~12시간 만에 퇴원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당시 태아성장지연(IUGR) 진단을 받았으며, “사립 병원이 아니었다면 조기에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공공 병원의 과밀화 문제를 우려했다.

지방의 출산 의료 공백 심화
호주 간호·조산 연맹(ANMF-Australian Nursing and Midwifery Federation)은 “사립 산부인과 폐쇄가 계속된다면,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공공 의료 시스템에 더욱 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NMF는 사태 해결을 위해 조산사 임금 인상, 신생아 돌봄 인력 확충, 개인 조산사의 사립 병원 진료권 보장 등을 정부와 병원 측에 요구했다. 호주·뉴질랜드 산부인과 전문의 협회(RANZCOG-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도 성명을 통해 “사립 병원 폐쇄로 인해 지방과 오지에서 출산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일부 임산부들은 수백 km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기반이 무너진 지역에서는 의료진이 떠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출산 의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협회 측은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공공 병원 부담 증가로 인해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넌 박사는 사립 병원의 출산 서비스 운영이 경제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은 수술보다 운영 비용이 높고, 입원 기간도 길어 사립 병원 입장에서 채산성이 낮다”며 “사립 의료보험에서 여성 건강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의 보조금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보험사 대책 논의 중
마크 버틀러(Mark Butler) 호주 보건부 장관은 “사립 병원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여러 요인 때문이며, 병원과 보험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사립 병원 협회(Australian Private Hospitals Association)는 정부의 최근 대책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연방 정부는 출산 서비스 확대를 위해 타즈매니아(Tasmania) 주정부에 60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며,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정부도 사립 보험사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 중이다. 사립 의료보험 협회(Private Healthcare Australia)는 “조산사, 일반의(GP), 산부인과 전문의가 연계된 출산 패키지를 제공해 임산부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헬스스코프 측은 “다윈과 호바트 병원의 출산 서비스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정부에 이미 알렸다”며 “현재 다른 병원의 출산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