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9월 노동시장 데이터… 6만4천 개 일자리 생성, 실업률은 4.1%로 ‘안정적’
전반적인 경기침체 징후가 확연하게 나타나면서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 기준금리가 깜짝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 통계청(ABS) 수치는 이런 가능성을 잠재운다는 분석이다.
통계청(ABS)이 이달(10월) 셋째 주 내놓은 노동시장 데이터 집계 결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호주 근로자 1천만 명이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다는 점에서이다.
조만간 나올 인플레이션 수치 발표를 앞두고,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팬데믹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월 호주 실업률은 4.1%라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률(현재 취업 상태이거나 구직 중인 사람들)도 역대 최고 수준인 67.2%에 도달했으며, 9월 한 달에만 6만 4,100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이 가운데 정규직 일자리는 5만 1,600개로 전체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는 1만 2,500개였다.
게다가 호주 노동시장 사상 처음으로 1천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정규직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총고용은 43만 4,000명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25만 3,000개의 일자리가 풀타임이었다.
하지만 새 일자리 창출은 각 주 및 테러토리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다. 호주 경제를 선도하는 NSW 실업률은 3.8%로 하락했지만 지난 12개월 사이 정규직 일자리 증가는 1만 8,800개에 그쳤다.
빅토리아(Victoria) 주 실업률도 4.4%로 약간 낮아졌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68.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이 수치는 67%였다. 또한 1년 사이 거의 12만 2,000개의 풀타임, 3만 개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추가됐다. 다만 빅토리아의 여성 실업률은 1년 전 3.6%에 비해 지난달 4.9%로 급격히 높아졌다. 퀸즐랜드(Queensland) 또한 NSW 만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며 새로 생성된 일자리 중 6만 3,900개가 정규직이었다.
연방 고용부 머리 와트(Murray Watt) 장관은 2022년 노동당 정부가 집권한 이후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장관은 이어 “이는 호주 정부가 의회 단일 임기 동안 창출해 낸 가장 많은 일자리”라며 “경제 침체 또는 완화가 예상되는 노동시장 맥락에서 볼 때 놀라운 성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내각 고용부를 담당하는 마이클리아 캐시(Michaelia Cash) 의원은 “이 수치 뒤에는 우려스러운 추세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일자리 증가는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호주 중앙은행(RBA)이 12월 통화정책 회의(12월 RBA 이사회 회의는 9-10일로 예정되어 있다)에서 이자율 인하를 ‘깜짝’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ABS의 예상보다 강력한 일자리 수치는 이 같은 전망을 잠재웠다.
컨설팅 회사 EY의 수석 경제학자 폴라 갯스비(Paula Gadsby) 연구원은 조만간 발표되는 9월 분기 인플레이션 수치는, 경제 전반에서 가격 압박이 얼마만큼 빨리 완화되는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하지만 현재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기에 RBA는 강한 일자리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위험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생산성 증가가 약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데, 이는 아직 RBA가 기준금리 인하를 준비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AMP의 마이 부이(My Bui) 경제연구원은 지난 6개월 동안 약 4.1% 수준을 보이던 실업률이 강력한 인구 증가와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생활비 압박으로 인해 더 많은 가구가 일자리를 찾고자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수 있지만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일자리에 매칭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구직자에게 좋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어 부이 연구원은 “RBA는 이번 데이터를 통해 우리 경제의 총수요 수준이 여전히 공급보다 높다는 우려를 확인했으며, 이 때문에 절사평균 인플레이션(trimmed mean inflation. 물가 세부 항목을 나열하여 하위 부분과 상위 부분을 제거한 뒤 남은 자료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한 수치) 또는 가계 소비가 실질적으로 약화되지 않는 한 RBA는 내년까지 현재의 강경한 입장(기준금리 현 상태 유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